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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ㅣ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평점 :
카모메 식당은 몇 년전에 영화로 먼저 재밌게 보았기에 선택을 하게 되었다. 눈으로 드립커피와 시나몬롤 오니기리(삼각김밥)을 맛보았다면 지지직 보글보글 하는 소리까지 맛있어 귀 기울이게 하는 영화였다. 정갈하면서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꿈을 소박하게 이루어 나가는 그런 여자들의 사랑방 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원작은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가 왜 일본이 아닌 낯선 ’핀란드’ 에서 모이게 되었는지 그 지난날을 모두 이야기 해주고 있다. 자신의 평범하거나 일상적인 삶에서 무언가 정말 절실하게 돌파구가 필요했던 그녀들, 목적이 있거나 목적이 없거나 그곳에 가면 치유가 될 것만 같은 생각에 음식냄새에 이끌리듯 ’카모메 식당’ 에 이끌리는 여인들이 커피 한 잔에 시나몬롤을 앞에 두고 맘껏 수다를 떨 수 있는 동네사랑방 같은 그 곳, 그곳이 바로 카모에 식당인 것이다.
무술인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가 살아 계실때는 무술을 배우고 또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연적으로 집안 살림을 맡아 하면서 무술이 아닌 요리에 더 뜻을 두게 된 사치에는 점점 요리에 빠져들게 되고 자신만의 요리세계를 펼칠 수 있는 그런 가게를 갖고 싶어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그런 가게를 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간섭이 있을것 같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다가 아버지의 제자중에 핀란드에 살던 사람을 생각해 내고는 그곳에서 가게를 할 수 있는지 도움을 요청한다. 가게를 하자면 많은 돈도 필요했는데 뽑기에 행운이 늘 따랐던 그녀가 복권을 사게 되고 어마어마한 금액이 당첨된다. 이제 모든것은 다 준비가 된 것이다.핀란드로 떠나기만 하면 된다. 한편 아버지는 무뚝뚝한듯 해도 운동회나 소풍에는 꼭 사치에게게 손수 싸주셨던 아버지,떠나기 전날 말씀 드렸더니만 떠나는 날 아침에 손수 상을 차려주시는 따듯함을 보여주신다.별어려움없이 핀란드에 도착하여 아담한 가게를 열지만 손님은 늘 아무도 없다. 그래도 날마다 깨끗이 그릇을 닦고 시장을 보고 음식을 만든다. 그런 어느 날 첫 손님이 들어오는데 그는 일본 에니매이션 마니아이다. 겨우 더듬거리며 말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일본어실력이지만 그는 사치에에게 ’독수리 오형제’ 노래를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치에의 입안에서 맴도는 노래는 모두가 기억이 안나고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해도 그 손님은 날마다 찾아온다.유일한 손님이 별볼일없는 대학생이었던 것이다.그는 곧 자신의 지정석까지 생겨나게 된다.
한편 토미에게 독수리오형제 노래를 가르쳐주겠다고 한 후 우연하게 시내를 둘러보다가 책방에 가게 된 그녀는 그곳에서 일본인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첫만남에 ’독수리 오형제’ 주제곡을 묻게 되고 그녀가 노래 전부를 알려 주면서 그들은 대화를 하게 된다. 미도리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미도리 역시나 지금까지 부모의 뜻 한번 거스르지 않고 부모가 정해주는 학교에서부터 직장까지 그렇게 달려왔지만 부모님이 가시고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을 남동생에게 빼앗기듯 하고 직장도 문을 닫고 나니 갈곳이 없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자신의 인생에 필요함을 느끼고 세계지도를 펼치고 짚은 곳이 ’핀란드’ 그래서 무작정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사치에의 권유에 함께 하게 된 그녀들 지금까지 자신의 속에 잠재되어 있던 새로운 능력을 보게 되고 함께 카모메 식당을 꾸려가게 된다. 손님은 하나 둘 늘어가게 되고 일본식 삼각김밥이아닌 핀란드식 삼각김밥을 만들어 보게 되고 시나몬롤도 만들어보게 되고 미도리가 가게에서 일하게 되면서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 더욱 새로움으로 한 둘 바뀌고 나니 손님이 점점 늘어가게 된다. 밖에서 늘 맘을 보듯 가게안을 들여다보던 핀란드 할머니들까지 손님이 되어 시나몬롤에 홍차를 마시게 되고 그야말로 동네 사랑방 같은 가게가 되어 간다.그러다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린 마사코가 합류하게 된다. 이곳은 그러니까 한가지씩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과 수다로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곳이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게 된 핀란드 리사 아줌마까지 이곳에서 진정한 마음의 치유를 얻어가 밝은 삶은 되찾게 되고 전직 도둑이었던 마티 아저씨의 친구는 호시탐탐 카모메 식당을 노리다 어느날 그곳에 도둑이 들지만 사치에가 누군가 무술을 하는 아버지에게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주는 사치에와 한팀이 된 미도리의 힘으로 도둑을 잡게 되고 그들은 유명인사가 되어 식당은 더욱 북적북적, 하지만 역시나 그때까지도 오니기리는 인기가 없다. 오니기리는 사치에게는 일본과 고향의 맛 아버지를 느끼게 해주는 음식인데 이상하게 생긴 음식을 핀란드인들은 꺼렸던 것이다.
그런 어느 날 리사 아줌마가 오니기리를 먹게 되고 그 맛에 빠지게 된다.’언제나 네가 만들어서 네가 먹지 않냐, 오니기리는 남이 만들어준 게 제일 맛있는 법이다.’ 라고 하시던 아버지, 그랬다. 자신이 손수 만들어 제일 맛있는 맛을 남들에게 선물하듯 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몰라주었던 핀란드인들, 하지만 이젠 그녀의 맛에 서서히 빠져 들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에 와서 치유를 받기를 원했던 사람들, ’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고 모두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어디에 살든 어디에 있든 그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요. 그사람이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죠. 반듯한 사람은 어디서도 반듯하고, 엉망인 사람은 어딜 가도 엉망이에요. 분명 그럴 거에요.’ 사치에의 말처럼 일본이 아니어도 자신이 똑바르면 핀란드에서도 행복을 얻을 수 있고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이 건성으로 만든 것과 마음이 있는 사람이 정성을 담아 만든 것은 맛이 다르답니다.’ 정성을 다하고 억지로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음식만들기이기 때문에 맛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음식에도 마음이 들어가야 맛이 난다는 이야기인데 정성과 주인장의 마음이 깃들어져 있고 남다른 솜씨까지 가진 사차에가 만든 음식이니 맛있지 않을수가 없다. 그러니 핀란드인들이라도 카모메 식당에서 ’맛있다’ 를 연발하며 음식을 먹게 되었다는, 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은 주인장부터 마음을 열어 놓고 모두를 대하니 그곳을 들어오는 사람들 또한 마음을 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분명 그곳은 사치에에게도 미도리에게도 마사코에게도 낯선 곳이다. 인연이 하나도 없던 그곳에서 그들은 ’음식’ 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된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모여 앉아 먹게 되다보면 자연히 마음에 쌓인 것들을 풀언 놓게 된다. 요란한 음식점이 아닌 그곳은 동네사랑방 같은 곳이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늘 사람냄새가 나는 곳이었으니 당연히 사람이 모이게 된 것이고 그곳에 들어오는 자,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서는 전식당 주인이 커피내리는 기계를 가지러 왔다가 ’환상의 커피’ 를 내리는 법을 알려준다. ’코피 루악’ 에 대하여 말해주며 좀더 따듯한 그야말로 냄새가 진한 음식영화로 발전하는데 원작은 사람냄새와 치유에 비중을 두었는지 전식당주인이 아닌 전직도둑이었던 마티아저씨가 등장하고 도둑이 등장한다. 환상의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영화를 먼저 보아서인지 무언가 따듯함이 그 뒤에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곳에 가서 맛있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그곳에서 소리까지 맛있는 오니기리와 시나몬롤을 맛봐야 할 것만 같다. 물론 세아줌마들과 함께 홍차를 앞에 두고 앉아 진한 수다를 나누면서 말이다. 어찌보면 별 내용이 없을것 같지만 담백하면서도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을것만 같은 오니기리처럼 겉모양과는 다른 한입 베어물면 속에 숨은 정말 알짜배기의 맛이 입안에 감돌것만 같은 그런 따듯함이 숨겨져 있는 치유의 소설이다. 그것이 음식과 만나 더욱 따듯함을 연출해 낸다. 사치스럽지 않게.산다는것 또한 요란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아도 가득찬 수레의 묵직함처럼 가만히 있어도 빛이나는 그런 향기로운 사람은 결코 많은 것으로 치장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즐기는 것 뿐이다.타인의 의지로 가는 그런 삶이 아닌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이 그 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카모메 식당에서 서빙을 해도 좋고 설거지를 해도 좋은 것이다. 겉치레가 아닌 내면을 보여준 소설로 그런 곳을 갖고 싶게도 하고 그런 곳에서 친구들과 모여 한번 삶을 풀어헤치며 진한 수다를 나누고 싶게 만든다. 그곳에선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다가 넘쳐날 것만 같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