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지음, 박중서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전작 <갈매기의 꿈> 을 읽고 얼마나 설레였는지 그 책을 품고 오랜 시간 그 여운에 보낸 시간들을 헤아리면 이 책은 너무도 늦게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이름이 잊혀질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연륜에 어울리는 자기계발서와 같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소설은 코엘료의 <연금술사> 와 비교해 놓았지만 실은 책을 읽으며 연금술사와 같은 감동과 느낌은 덜했다. 하지만 그 뒤에 알게모르게 밀려 오는 인생이나 기적에 관한 생각을 좀더 심오하게 해보게 하는 뒷공감이 있는 듯 하여 다음에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린 가끔 나와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까 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내 일상에 나른하게 지쳐갈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내가 찾지 못하던 행복이나 그외 웃을 일을 찾게 되기도 하고 좀더 삶에 적극적이며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새해를 맞이해서는 그 다짐이 더욱 확고하고 계획적이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다보면 흐지부지해지며 일상에서 탈피하여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갈림길에서 서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다른 모습은 내게 어떤 생각을 갖게 만들까.

복엽비행기에 사람들을 태워주고 십분에 삼달러를 받는 리처드, 그는 어느날 자신이 외롭다고 느꼈을때 자신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메시아였던 기계공 시모다를 만난다. 자신은 늘 손님들에게 기계적인 멘트로 비행기에 태우고 돈을 받는데 비하여 그는 자신과 너무 다른 방법으로 일을 하고 있고 비행후엔 비행기에 흔적 하나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그 비행기엔 기름도 넣지 않는데 하루종일 비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뭔가 속임수가 있는 것 같다. 그것도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소녀를 태워 비행을 하는가 하면 오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이를 일으켜 세우 비행기에 태우는가 하면 그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을 서슴없이 한다. 이륙하기엔 좁다라고 생각되는 공간에 새가 날개를 접고 앉듯이 비행기를 착륙시키는가 하면 하루종일 비행을 해도 지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그런 비결은 무엇일까. 자신이 지금까지 일을 잘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세상에는 당신이 미처 모르는 일도 있게 마련이죠.'
궁금증이 생긴 리처드는 하나하나 시모다에게 물어보게 된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전직 메시아라니. 그것도 기적만 바라고 자신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에 지쳐 비행일을 한다는 말을 그는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서 보여주는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수가 없는 일들, 스패너가 공중에서 돌아가고 깃털을 만들고 구름이 사라지고 자신의 비행기에 묻은 날벌레들을 없애주는 일들을 보면서 그는 그를 믿을 수 밖에. 그리고 그가 전해준 이젠 그에겐 필요도 없는 듯한 책인 <메시아 핸드북>에는 자신의 현재를 피하지 않고 성실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글들이 적혀 있다. '당신을 진정한 가족과 이어주는 것은 피의 유대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삶 속에 있는 존경과 기쁨의 유대다. 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 지붕 밑에서 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라는 말처럼 짧은 글 속에는 미처 내 자신이 발견하지 못했던 현실세계나 그외 관념의 다른 세계가 들어 있다. '이 세상에 도망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아주 큰 문제란 없는 법이다.' 시모다는 비록 메시아라는 자리에서 도망치듯 하여 기계공이 되어 있지만 어찌보면 모두가 메시아가 될 수 있고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나온 글귀 중에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라고 한다. 기적을 바라기만 하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은 신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 라는 말이 있다. 우린 기적을 신에게 의존한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기 보다는 어느 알지못하는 힘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길 바란다. 노력없이 댓가를 바란다면 그 댓가란 자신에게 과연 값어치가 있을까. 이 책은 어쩌면 메시아에게 기적을 바라지 말고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려 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음을 기계공 시모다는 환상적인 소설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메시아를 원하기 보다는 자신이 메시아가 되어보라고 노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젠 자신에겐 필요가 없는 '메시아 핸드북' 을 우린 지금 모두의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력을 한다면. 리처드 역시 시모다와 함께 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메시아 핸드북이 필요 없을 정도의 메시아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자신이 처한 현실이 행복일 수 있고 불행일 수도 있다. 모든것은 자신의 의지와 생각 그리고 노력에 달여 있다.

전작에 비한다면 좀더 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인 기법을 통하여 작가의 연륜이 묻어나는 '현실적 충고' 를 들려주고 있다. '당신이 어떤 소원을 가질 때마다 당신은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을 함께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어쩌면 그걸 얻어내야 할 수도 있다.' 메시아 핸드북은 어느 페이지 어느 귀절이 펼쳐진다해도 삶에 꼭 필요한 에너지 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메시아 핸드북은 책 속에 책이나 마찬가지이며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모두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처럼 삶에 알맹이와 같은 말들로 소설의 행간을 이어준다. 너무 거창한 것을 원했다면 그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무척 재미없는 책으로 평가되겠지만 리처드가 펼쳐 드는 짧은 글들을 다시 한번 되씹다보면 '아하..' 하며 감탄하게 만든다. 삶은 그런것 같다. 너무 평범해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행복을 좀더 깊이 들여다봄으로 해서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던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금 자신의 삶에 희망을 가지는, 그렇다면 '메시아 핸드북' 과 메시아였던 시모다는 이젠 그의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말이 될 것이다. 시모다의 말처럼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기적이나 일어나길 원하기 보다는 자신의 '안' 을 좀더 심오하게 들여다 보고 남의 말에도 귀를 기울인다면 뭔가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기적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파랑새는 내 곁에 있을 수도 있다. '뭔가를 당신의 삶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면 , 그게 이미 거기 있다고 상상하기만 하라고요.' 라는 말은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에서 읽었던 '생생하게 꿈꾸면 이룰 수 있다' 라는 말과도 같은 것 같아 뭔가 꿈을 이루고 싶다면 타인에 의한 기적을 바라기 보다는 내 자신이 이룩한 노력의 기적을 바래보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함을 절실히 느껴본다. 언제 기회가 되면 아니 시간이 좀더 흐른 후에 리처드 바크의 '행간' 을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책이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하고 그냥 넘겨 버렸던 삶의 행간의 다음에 다시 발견하고 싶은 책이다.자기계발서나 이런 류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코엘료의 <연금술사>나 조앤 데이비스의 <양치기의 책>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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