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3 - 내가 사랑하는 젊은 시 시가 내게로 왔다 3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섬진강 선생님 김용택이 읽은 '젊은 시' 들을 모아 놓은 시집이다. 거기에 시인이 나름 시에서 느낀 느낌등이나 그외 인간적인 면까지 써 놓아 좀더 시의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음이 좋았다. 올해는 시집을 많이 읽어보리라 다짐을 했는데 시집을 구매한다거나 읽은 것은 몇 편 되지 않는다. 자꾸만 뒤로 밀리고 있는 시집 아니 詩, 그래서 난 더더욱 영화 '詩' 를 혼자 보러 갔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시강좌편에 물론 김용택선생님이 '김용탁' 시인으로 나와 우리들의 시가 지금 걸어가는 길에 대하여 솔직하게 털어 놓듯 하는 장면들이 너무도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다른 문학들에 비하여 등한시 되고 있는 시와 시인들, 하지만 분명히 시는 우리속에 존재하고 지금도 시인들은 시를 쓰고 있다. 나 또한 한때는 내 나름의 시를 쓰는것에서 행복감을 느낀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에 떼가 묻었는지 그 시심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나를 보듯 영화 '시'  에서 시의 추락처럼 한 인간의 삶이 저물어 가고 있다. 그 잔잔한 감동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난 좀더 올해는 지났지만 밝아오는 새해에는 좀더 많은 시집을 읽어보리라 다시 다짐을 해 본다.

그런 가운데 만난 젊은 시는 느낌이 좋았다. 익히 아는 기형도의 '안개' 도 그렇고 내가 모르는 시들이 정말 많이 수록되어 그만의 느낌과 함께 인간적인 시인의 생활상까지 약간 들추어 놓아서 더 정감이 가는 시집이었다. 시만 한 번 쫙 읽어 본 후에 다시 처음부터 시와 함께 김용택님의 느낌을 곁들어 읽어보면 남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는 문학과 사회, 역사를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논할 만한 식견이 없다. 시문학을 평가할 능력이 애초에 내게는 없다. 그런 일들은 문학평론가들이 할 일이다. 나는 그저 이 시집을 엮으며 간간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여기 쓸 뿐이다. 나는 몇몇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두 손을 놓아버린 손의 자유를 느꼈다.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며 두 손으로 바람을 잡아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손가락 사이를 지나는 상쾌한 바람을 온 몸으로 들이켜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의 말처럼 시는 어디라고 딱히 정해놓지 않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비행하듯 젊은 시들은 사랑이나 이별등에 갇혀 있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만나는 느낌과 언어이듯 불쑥 불쑥 솟아 나온다. 한때 사랑과 이별시가 유행했다면 이제 '시' 도 우리 일상 생활로 들어온듯 자유롭다. 느낌도 자유롭고 표현방식도 자유롭고 언어 또한 자유로워졌다. 어떤 시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하는 느낌의 것도 있고 어느 시는 짧막하지만 모든것을 아우르듯 하는 깊음이 숨겨져 있다. 

'이 야만의 시대에 낯선 시들이 내게로 찾아와 나를, 내 온몸을 떨게 한다.'
그 떨림을 나 또한 느끼고 싶어진다. 소설이 아닌 짧은 언어들의 그 행간을 읽으며 '떨림' 을 느끼고 싶다. 그 느낌을 느꼈던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너무도 멀리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시, 시가 내게로 올 수 있게 하는 길은 더 많은 시와 시집을 읽는 것일 터인데 그 또한 내겐 너무 먼 일이다.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래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더딘 사랑 이정록...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그런 시간들이 내게서 흘러간듯 하다. 내 안의 것들이 눈 한 번 감았다 뜨는 시간에 모래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 나간듯 너무 무감각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 잃어 버리고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자꾸만 문명의 이기들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사랑의 지옥, 유하...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의 시다. 호바꽃 속에 벌을 가두는 장난을 어릴적엔 무척 많이 했다. 노란 호박꽃 속에 벌이 들어가길 앉아서 기다리다가 벌이 들어가고 나면 꽃을 얼른 오므려 벌이 나오지 못하도록 가두어 두었었다. 그렇게 한참을 꽃을 오르리고 있으면 속에서 벌이 '윙 윙 윙윙' 난리가 난다. 비상구를 찾지 못한 벌은 한껏 성이 난다. 그러다 얼른 꽃을 놓아 주면 가해자를 찾듯 주위를 '윙윙' 소리를 내며 날던 꿀벌이 생각이 난다. 그 황홀한 감옥에 갇힌 듯한 것이 사랑일까 지옥일까. 우린 어쩌면 모두 자신만의 '황홀한 감옥' 에 갇혀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정래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를 '황홀한 글감옥' 이라 했듯 우린 그 황홀한 감옥에서 어쩌면 일탈을 꿈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겠지만 난 '읽는 사람의 것' 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 또한 몇 편의 시를 써보기도 했지만 해석은 읽는 자의 맘이다. 내가 정말 좌절하는 기분으로 썼던 시는 다른 이에게는 힘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느낌을 가져다 준다. 꼭 형식에 맞추어 혹은 평론가적인 해석을 하며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그렇게 쓰는것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이 최고인듯 하다. 꼭 어려운 말로, 그런 언어로 쓴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 쉽게 자유롭게 표현을 해도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으면 그것이 제일이라 생각을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인이나 그외 시들을 읽으며 왜 자꾸만 이런 시심을 잃어버리고 사는지, 지금이라도 한 편의 시를 영화 속의 '미자' 처럼 쓰고 싶어졌다. 시집을 읽는 다는 것은 나도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하여 더 좋다. 구수한 김용택님의 느낌으로 좀더 가깝게 수혈할 수 있었던 '젊은 시' 는 저물어 가는 한 해, 꺼져가던 나의 시심에 불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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