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닥거리는 시내의 길이 끝나고 산길이 시작되는 곳에 절이 있다. 절은 그렇게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자연과 사람을 소통시켜 준다. 그것만으로도 절이 있는 의미를 다하는 것 같다. 사람과 산의 경계에 있는 절은 세속의 고통과 오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절과 세속의 경계는 일주문이다.' 20여년간 불교기자를 한 그가 서울에 있는 절집을 찾아 나팔수와 지혜장이라는 가상의 부부가 절집여행을 하듯 소개를 한다. 절집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는 나팔수씨에 비해 절집과 불교에 관심이 많은 지혜장은 남편을 점점 절집에 스며들듯 하게 한다. 처음은 어색하던 이야기도 그들의 뒤를 따라 나서듯 한 곳 한 곳 소개되는 절집을 여행하듯 하다보니 문득 우리네 부부와도 닮은 듯 하여 친근감이 있으며 그들과 함께 여행기분이랄까 알지 못하던 부분에 대하여 좀더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국의 그리 많은 절집을 여행한 것은 아니지만 절집을 다니다보면 그 곳만이 독특함이라든가 조금씩 다른 절집에 대하여 알게 된다. 내가 자주 가는 안성의 청룡사는 대웅전의 양 처마밑에는 금강역사가 그려져 있다. 일주문이 있고 바로 대웅전이라 금강문이 따로 없으니 금강역사를 대웅전에 놓은 듯 하다. 그런 절집의 매력이나 역사에 대하여 한가지씩 알아가다보면 절집기행에 재미를 붙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처음부터 절에 대하여 아니 불교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고 절집을 찾아나선 것은 아니다. 나팔수씨처럼 무에서 유를 한가지씩 첨가하다 보니 지금은 산을 찾으며 절집에 꼭 들러 한가지씩 얻어 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알게 되고 가게 된 절집이 그래도 여러 군데이니 이 책에서 보여주는 곳을 더하면 더 많은 절집이 저장되는 샘이다. 우리나라는 유명산에는 꼭 유명한 절이 한 두 곳은 있다. 혹여 그곳이 큰 절이거나 작은 암자에 불과해도 절이 있어 산을 찾으면 볼거리를 더 안겨 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절에 대하여 세세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절에 대하여 많이 아는 듯 하면서 그 속을 들여다 본다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렇다고 세세하게 모든 것을 파고 들기 보다는 겉모습을 들여다봐도 큰 것을 몇 가지 알고 본다면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은 나팔수씨와 지혜장은 알려준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것보다 한두 가지 알고 본다면 더 많은 것이 보이리라. 진관사 - 칠성각에서 발견된 백초월 소님의 1919년 당시 항일운동을 대변해 주는 태극기와 귀중한 독립운동 사료들이 발견되었다. 독립신문,신대한신문을 비롯한 독립운동 사료들이 태극기에 싸여 있는 상태로 불단 안쪽 기둥 사이에 90년 동안 비앙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가 있는 절이라면 진관사의 칠성각을 더 찾고 싶은 타당한 이유가 될 것이다. 화계사 - '그러니까 이 절이 조선시대에 두 명의 왕을 배출했단 말이지? 거 참 묘하다. 선조나 고종이나 앞의 임금이 아들이 없어서 졸지에 왕이 된 분들인데, 그 배경에 아버지가 있고 그 아버지에겐 부처님 백이 있었다는 게 공통점이네.' 부처님이 덕으로 두 명의 임금이 배출되었다면 그 또한 대단한 절이다. 현판 글씨 또한 대원군의 글씨라고 하니 보고 싶다. 절에 가면 눈에 들어오는 현판의 글씨들, 그것이 다름 아닌 공덕주였던 대원군이 추사에게 배운 솜씨로 쓴 글씨라 하니 언젠가 가서 보고 싶다. '사' 와 '암' 의 차이는 혹은 '전' 과 '각' 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등 쉽게 풀어 놓아 이해를 도우면서 나아가는 이야기 방식이 쉽게 다가온다. 작은 암자의 경우 간단하게 불상만 모신 대웅전과 산신각 정도만 갖추어 놓은 곳도 있고 '사' 이면서도 대웅전과 명부전 산신각등과 심검당과 요사채등 왠만한 것을 모두 갖춘 경우도 있다. 모두를 세세하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깊게 알려고 하기 보다는 나팔수씨처럼 지혜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서울 도심의 '절' 에 있게 되는 절집기행이다. 절에 가면 제일 먼저 안내판을 찾아 절의 역사나 그외 문화재등에 대하여 먼저 읽어 내려간 후 대웅전부터 하여 하나 하나 찾아가며 그 절에 대하여 공부하는 방식이 맘에 든다. 나 또한 절집 구경을 할때는 안내표지판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읽어보고 그 절에서 꼭 보아야 하는것이라든지 알아야 하는 것등은 체크한다. 자주 가는 절이라 해도 내가 모르던 것을 나중에 알거나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꼭 자주 간다고 하여 모든 것을 한번에 알기란 힘들다. 그런 면에서 안내판부터 찾아 읽어 보던가 요즘은 문화해설사가 있는 곳도 있으니 부탁하여 해설을 듣는다면 절집구경에 좀더 보탬이 될 수 있다. 아이들과 절집을 찾은 경우엔 몇 번 문화해설사를 찾아가 부탁을 한적도 있다. 그렇게 하여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좀더 자세하게 듣게 되면 그곳에 대하여 좀더 잘 기억하게 된다. 지혜장은 절집을 찾기 전에 미리 인터넷에서 공부를 해 가서인지 설명이 줄줄 나온다. 그런 해박한 지식이 없다고 해도 몇 번 찾다 보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곳이 절집이다. 얼마전 서산개심사를 찾은 적이 있다. 그곳을 여행하고 다른 곳에 들르기 위해 가던 길에 있던 '정순왕후 생가' 를 들르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왕후도 공주도 삭발하고 다시 태어나는 곳 '청룡사' 를 읽다보니 더욱 아쉬움이 크다. '정순왕후는 청계천 열리교에서 단종과 가슴 찢어지는 이별을 하고 청룡사에서 스님이 되어 평생을 살았다. 한 많은 목숨은 길기도 길어서 머리 깍고도 65년을 살았다. 절에 사는 동안 매일 앞산 언덕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며 지아비를 그리워하고 안녕을 빌었다.' 라는 글을 보니 더욱 아쉬움과 함께 언젠가는 '정순왕후 생가' 및 '청룡사' 를 가고 싶어졌다. 내가 찾는 안성의 청룡사와는 어떻게 다르며 왕후나 공주가 삭발을 하였던 절에서 여인네들의 한과 그리움을 잠시 느껴보고 싶어졌다. 다른 절보다 유난히 눈에 뛴 절은 '보문사' '세계 유일의 비구니종단. 대한불교 보문종이다. 1972년 창종된 보문종의 총본산은 성북구 보문동에 있는 보문사이다. 60대 이상 어른들에게는 '탑골승방' 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절이 비구들만이 아니라 비구니들도 많다. 진천의 '보탑사' 는 비구니들이 절을 얼마나 아기자기 하면서도 야생화로 이쁘게 가꾸어 놓았는지 모른다. 그런 비구니들의 총본산이 서울의 보문사란 것을 알게 처음 알았다. 길상사와 법정스님에 관한 이야기는 법정스님의 '무소유' 나 '소설 무소유' 를 통해 익히 알고 있어서일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인데 많이 갔던 곳처럼 익숙하게 다가왔다. 그외 많이 오르내리는 봉은사도 그렇고 승가사등은 자주 오르내리는 절등은 익숙함에 반갑기도 했지만 역시나 절이면서 세속과 너무 가깝게 있으면 소음이 들리는 것 같다. 요즘 어느 절이나 조금 알려지면 거창해진다. 예전의 고즈넉함 보다는 세상의 때가 묻어가듯 살림이 불어나는 곳들이 많은데 눈에 거슬린다. 자비의 상징인 포대화상, 그의 배가 자비가 아닌 기름진 것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하는데 절은 절 다워야 절에 가고 싶어진다. 나팔수씨와 지혜장이 서울의 절집을 돌아보며 절구경을 시켜 주었듯 남편의 손을 잡고 고즈넉한 절집에 가고 싶어졌다. 세속의 때가 많이 묻어 있다고 해도 그곳에 가면 마음이 청정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어깨에 무겁게 눌려 있던 삶의 무게를 모두 벗어버릴 수 있는 그곳, 내가 돌아본 곳은 한곳도 없지만 간접적이지만 지혜장처럼 좀더 적극적으로 절집을 찾기 전에 역사나 문화를 좀더 공부를 하고 간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그리고 한 번 휘 둘러보고 그냥 일주문을 나서기 보다는 안내표지판을 한번이라고 꼼꼼하게 읽어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것을 한가지라도 얻어 올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것. 워낙에 절집을 좋아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읽는 것만으로도 절집기행이 될 듯 하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아하.. 이런것도 있었구나' 하는 역사 이야기 한토막이라도 알고 간다면 더욱 뜻 깊은 절집기행이 될 것이다.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나팔수씨와 지혜장처럼 한겨울 눈이 소복이 쌓인 절집여행을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안가고 생각했던 것들 앞에서 내가 모르는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 깨달음이 있을 때 절집의 가르침과 풍경과 역사가 더욱 감동적으로 내 몸속으로 용해되는 것입니다.' 라는 말처럼 좀더 절집의 '의미' 를 찾는데 도움이 된 절집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