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 산골에서 부르는 행복의 노래
박찬득.배동분 지음 / 라이프맵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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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가까운 노모에게 자식의 귀농은 '절대로 가서는 안 되는 길' 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길을 가느냐, 못 가느냐의 차이란 곧 용기의 문제였다. 내 삶의 바다에서 배의 키를 내가 잡느냐, 다른 이들에게 편안하게 배의 키를 맡기느냐의 차이였다. 이 산중에 사는한 효도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지만, 나는 그동안 쥐지 못했던 내 인생의 방향키를 손에 넣었다.....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게 달라졌다.'  잘다니던 회사생활, 그것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갑자기 귀농을 하겠다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모두가 팔을 걷어 붙이고 막을 것이다. 그만큼 삽자루 한 번 손에 쥐어보지 않았기에 농사에는 까막눈이라 다름없어 가족들마져 말리고 나서는데 그 길이 옳은 길이라 할 수도 없는 것이 성공을 하기에, 아니 농사를 왠만큼 잘 하기에는 세월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농사를 지은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정말 철저한 지식이 없이는 건벙덤벙 뛰어 들었다가는 몸이 고달파지기 마련이다. 

아이들도 어리고 그것도 서울토박이가 산골로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정말 당사자도 그렇지만 옆에서 보기에도 막막해 보인다. 농사가 결코 쉽지 않음은 오랜시간 옆에서 농부셨던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기에 알고 있다. 그렇다고 큰 소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해 농사 잘 지었다고 생각하면 꼭 자연은 반으로 줄여놓기 일쑤다. 농사는 정말 반은 하늘이 진다. 사람이 정성에 하늘의 정성이 반은 보탬이 되어야 그해 농사가 판가름난다. 그런 농사에 아무 경험없이 뛰어 든다는 것은 정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일부러 택하여 가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그 길이 성공을 보장하는 길도 아니니 아내의 마음 또한 헤아릴 수 있을것 같은데 옆에서 남편을 믿으며 든든한 힘이 되어준 듯 하여 대단하다고 밖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과연 나의 남편이 갑자기 귀농을 하자고 한다면 선뜻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서울생활에 익숙한, 아니 문명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겐 산골에서의 아나로그식 생활은 낯설고 힘들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몸이 고생하겠다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 불모지와 같은 일에 뛰어 들어 밭을 갈고 남들이 잘 모르는 야콘을 심고 한해 농사를 다 망치면서도 꿋꿋하게 서로가 힘이 되어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들이 마음이 따듯해진다. 그 속에는 결코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것들이 분명 있다. 조금은 더 힘들고 조금은 더 익숙하지 않지만 분명 서울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깊은 산골생활만의 '멋과 맛' 이 숨어 있다. 시간에 쫓기며 가족들 얼굴 한 번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가장이 아이들 눈을 맞추며 놀이를 하듯 산골생활을 해 나가는 잔잔함이 어릴적 시골에서의 내 생활을 들여다보듯 하여 어쩌면 그게 진정 사람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땅을 밟고 흙을 밟으며 추억을 쌓고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는 방법을 그들은 자연에서 스스로 배우고 있는 듯 하다. 엄마와 아빠의 일을 스스로 도우며 학원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가족의 정을 느끼고 자립의 힘을 키우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교육인지도 모른다. 조금은 모자라고 부족한 듯 해도 그 속에서는 돈으로 정말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추억을 아이들은 충전하고 있는 것이다. 훗날 그 충전된 에너지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듯 하다.

산골에서는 만나는 모두가 거울이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두가 스승이고 거울이다. 모르면 배우고 힘이 부족하면 함께 하는 산골생활에서 모르면 가르쳐 주는 농사의 선배들이 있고 힘을 합쳐 주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웃들이 있어 더욱 힘이 솟는 듯 하다. 내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신경을 써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있어 살만한 곳, 아직은 젊은 혈기가 필요한 곳이 우리가 자라난 고향이지만 그곳을 바라보기 보다는 남의 줄에 매달려 남의 힘에 의해 조종을 당하며 위만 바라보고 사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겐 오래전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한 그곳을 너무 힘들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곳 또한 살아가는 방법이 있고 그곳 또한 사람이 살만한 곳이란 것을 우린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다 남이 어쩌다 성공을 거두면 이사람 저사람 남의 방법을 따라하기 좋아한다. 나만의 방법을, 나만의 길을 찾기 보다는 남이 미리 닦아 놓은 길인 쉬운 길을 가기를 자처한다. 어떤 길이든 남이 가지 않은 가시덤불 길을 헤치고 나가는 처음의 사람은 힘든 법이다. 그런 삶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잘 이겨내는 생활이 너무 이쁘게 보여지는 것은 아이들이 느꼈을 그 감성이 너무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일까.

산골생활이나 귀농은 혼자만 좋아서도 안될터인데 모두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듯 산골생활에 적응하여 힘을 합하여 나가는 모습이 소나무처럼 싱싱하게 푸르른 그늘을 드리워 가는 듯 하여 눈물겹지만 뿌듯해졌다. 우리네 고향에 가 보아도 지금은 젊은 사람보다는 칠순의 팔순이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젊다고 해도 지긋한 분들 뿐이니 농사는 그만큼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남이 하지 않는 농사를 스스로 자처하여 힘이 덜 든다는 논농사도 아닌 밭농사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주위 분들에게는 뿌듯하였을까. 그곳에서 혼자 살기 보다는 모두와 스스럼없이 어울림 또한 큰 힘이 되었주는 모습이 너무 좋다. 아이들 또한 자연과 벗하며 건강하게 내일의 희망을 키워 나가는 모습이 좋다.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지만 어쩌면 용기가 부족하여 남이 하는 것만 바라보며 좋아하는게 현실이다. 부부 또한 옥신각신 하기 보다는 살면서 서로에게 더 애틋해지듯 잔소리마져 행복으로 보인다. '한시간 정도 잔소리를 들으리라 예상했으나 의외로 말이 없다. 아마도 잔소리를 해봤자 자기 입만 아프리라는 걸 예상했나 보다. 이럴 때는 나도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열심히 포크레인으로 일하는 척하는 것이 수다. 사고를 많이 치다 보면 거의 심리학자 수준이 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고 계속 사고를 칠 수가 있다.' 재밌고도 귀여운 초보농사꾼님 말씀이다. 중고 포크레인을 사서 하루만에 고장나서 집앞에 세워 두고 있다가 다시 또 중고 포크레인을 사게 되는 초보농사꾼님, 그런 남편의 심정을 알기에 잔소리도 못하는 아내의 심정 또한 애잔하다. 농사에 기계가 필수이지만 그 또한 다루거나 볼 줄 아는 안목이 없어 기계 때문에 상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계를 속여 파는 사람에게 마음 상함이 더 가슴 아픈 아내의 심정을 백분 이해한다. 

그래도 그 모두가 지나고 나면 추억이고 노하우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나 둘 자신들의 귀농생활을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풀어 놓아 발이라도 담그고 부부의 혹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듯 하면 어느새 산골생활은 아기자기 하게 들린다. 나도 혹시 귀농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누구나 삶의 여유가 날때 한번은 귀농을 꿈 꾸기에 산골생활의 여유로움은 더 감미로운 시냇물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애환이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란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내며 그래도 행복을 가꾸며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꿈처럼 들여온다. '천국이나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깨어 있는 사람의 자리가 천국이고 깨어 있지 못한 사람의 자리가 지옥이다.' 라는 말처럼 어떻게 지금의 자신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이고 불행이듯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일을 감수하기에 비록 몸은 힘들지만 부수적으로 얻는 것들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들의 산골생활이 '내가 가장 복에 겨워하는 것이 뭔지 아는지요? 우리 네 식구가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눈동자를 보며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차리게 되었고, 입술이 오물거리는 모습만 보아도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감 잡고 사는 삶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꿈을 가지게 된 것이며 하루하루가 심장 뛰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라는 초보농사꾼님의 말처럼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며 그들의 눈을 맞추며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음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너무 거창한 것을 늘 쫓으며 살고 있고 위만 바라보고 있기에 밑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산골생활이 힘든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나약한 콩나물과 같기에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귀농을 하기 보다는 무엇보다 철저한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그들이 지금과 같은 삶을 이루기 위해 많은 세월 모진 비바람을 이겨냈듯 그런 시련을 견딜만한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귀농에 대한 지침서라고 본다면 좋은 이야기들과 그들의 삶의 아기자기함이 전원생활을 꿈 꾸게 한다.날마다 새소리가 아침 잠을 깨우는 그런 맑은 삶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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