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Classics in Love (푸른나무) 6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희동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울적함과 달콤함이 한데 뒤엉킨 이 낯선 감정을 슬픔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러도 좋을지, 나는 망설인다.'
처음 시작부터 무언가 무겁다. 울적함과 달콤함, 그에 반하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것만 같아 빨리 읽고 싶어지는 부피가 작은 책이다. 프랑스와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을 읽어본다는 것이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다 만난 그녀가 19세에 발표한 18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슬픔의 무게처럼 무겁기도 하면서 한참 사춘기의 그녀가 겪어야 했던 사랑이 담겨 있어 달콤한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게 되었다.

마흔이 넘은 바람둥이 아버지와 18세 소녀 세실은 엄마를 잃어 둘만의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15년 동안 홀아비로 살아온 아버지는 늘 여자가 있었고 지금 또한 엘자라는 스물 아홉의 여자가 있다. 세실은 기숙사에 생활하다 나와서 아버지와 엘지와 함께 휴가를 간다. 그런데 그 휴가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엄마의 친구인 패션일을 하는 안느를 부른 것이다. 엘자라는 여자가 있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딸 세실은 아버지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안느는 마흔이 넘어서 아버지와 비슷하지만 결혼실패후 혼자 사는 그야말로 정숙하면서도 틀에 박힌 것처럼 완벽함을 추구하는 여자로 한때 세실이 그녀에게 가서 머무르기도 했다. 

그들이 휴가를 간 곳은 남프랑스 어느 해변, 아버지와 엘자는 역으로 안느를 마중나가고 세실이 그곳에서 사귄 대학생 오빠인 사릴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낼때 그녀가 도착한 것이다,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그렇게 그녀가 도착하고 역에 마중나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온 아버지와 엘자, 아버지는 안느를 보면서 표정이 너무도 확연히 달라졌다. 밝은 얼굴의 아버지,옆에 있는 엘자를 생각지도 않고 새로운 여인에 흡족한 아버지를 세실은 못마땅한듯 받아 들인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이상한 휴가생활은 계속되고 세실은 뜻하지 않게 만난 옆 별장의 시릴르와 점점 가까워지게 되고 어느날 아버지는 파리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즐기고 오자고 한다. 야유회복으로 갈아 입은 안느의 모습은 정말 고혹적이면서 엘자와의 젊음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야유회에서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와 안느, 세실과 엘자는 아버지를 찾아 보다가 세실이 그 둘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의 사이가 이상하게 발전한것을 감지하게 되고 엘자는 그런 그들 곁에서 떠나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별장에 돌아온 세실에게 아버지는 안느와 결혼하겠다고 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지금까지 자유로운 생활에 젖어 있던 세실에겐 아버지의 정착이 믿어지지 않았고 그동안 엘자와 살고 있었기에 갑자기 나타난 안느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 의심이 되기도 했지만 결혼 결심후에 달라진 안느의 태도에 무척 반향심을 가지게 된다. 사춘기의 특성이 나타나듯 세실은 안느를 아버지에게서 떼어 놓으려 작전을 짠다. 자신의 공부와 모든 것에 시시콜콜 참견을 하는 그녀가 밉기도 하다가 의지가 되기도 하는 세실, 아직은 그녀의 본심을 모르기에 어린 세실은 엘자와 시릴르를 이용하여 아버지에게서 안느를 떼어 놓고 엘자와 함께 하던 예전의 자유로운 생활로 돌아가고픈 생각에 집착한다. 그런 어느날 엘자가 옷가방을 가지러 오고 시릴르와 그녀에게 자신의 작전을 모두 이야기를 하여 총지휘자로 나서며 안느를 떼어 놓기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좋기도 하여 점점 자신의 의도했던 대로 돌아가는 작전을 멈추고도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급기야 엘자에게 눈을 돌린 아버지가 그녀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안느에게 들키게 되고 안느는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차에 오른다. 그런 그녀에게 비로소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세실, '안느, 가지 말아요. 잘못했어요. 내 탓이에요. 이제부터 모른 걸 설명할 테니..... 우린 당신이 필요해요.' 했지만 그녀는 '너에겐 아무도 필요치 않아. 너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하며 안느는 기어이 떠나고 만다. 

안느가 떠난 후에에 비로소 자신들에게는 안느가 필요했음을 절실히 느끼지만 안느를 돌아오게 할 방법이 없다. 세실은 아버지에게 안느에게 편지를 쓰자며 함께 후회의 편지를 쓴다. 그런 도중에 전화를 받게 되고 안느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말을 전해듣게 된다. 그렇다면 그녀의 죽음은 교통사고를 가장한 자살이란 말인가. 실연의 아픔에서 오는 감정의 폭발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가 스스로 택한 죽음 앞에서 비로소 안느가 자신들에 했던 모든 것들이 진심이었고 진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세실과 아버지, '안느! 안느!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그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 본다. 그러자 무언가가 내 안에서 솟아오르고, 나는 그것을, 눈을 감츤 채 '슬픔' 이라는 이름으로 맞이한다. 이제 나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슬픔이여, 안녕!.' 이라고 말하는 세실. 그들은 안느의 죽음 이후 예전과 같은 자유생활에 돌아간다. 슬픔을 뒤로 한 채.

세실이라는 소녀가 숙녀로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과 같은 이야기와 아버지의 재혼문제가 얼히면서 그녀는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 자신 또한 옆 별장의 대학생 오빠인 시릴르와 육체적인 사랑까지 나누게 되면서 아버지와 안느의 사랑에 대하여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안느가 죽고 난 후 시릴르와 자신의 사랑은 진실한 사랑이 아닌 육체만 원했던 것이란 것을 깨달게 된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그동안 누렸던 자유생활,방탕함 속에서 정착하려 했던 여인인 안느는 그들에겐 자유스런 삶을 종지부를 찍게 해주는 그런 울타리가 될 수 있었는데 그런 삶이 이제 막 성장을 하려는 세실에겐 그동안 누린 자유를 한꺼번에 박탈당하는 듯 하여 싫었던 것이다. 엄마의 죽음이후 그녀가 누렸던 자유가 하루아침에 울타리가 쳐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그것이 또한 그녀가 마주해야 하는 인생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슬픔이여 안녕' 은 소녀 세실 뿐만이 아니라 안느나 그외 인물들에 대한 감정 묘사가 탁월하다.19세가 썼다고 보기엔 정말 성숙한 소설로 1950년대 전쟁후 젊은이들이 겪어야 했던 공허와도 일맥상통한다니 다시금 소설속을 들여다보게 한다. 만약에 안느가 죽지 않고 아버지와 연결이 되어 세실의 새엄마가 되어 새로운 삶에 그들이 갇히게 된다면 소설은 어떻게 전개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슬픔도 이별도 인생의 한 길인 것처럼 그녀의 죽음을 뒤로 하고, '슬픔이여 안녕' 을 고하고 다시금 그들만의 생활로 돌아가는, 다시 시작되는 인생 이야기가 얼마전 아버지와의 이별을 한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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