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스토리
황경신 지음 / 북하우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내겐 아직 낯선 이름 황경신, 그녀의 책은 솔직하게 처음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무언가 달콤함이 가득할 듯 하여 구매를 했다. '황경신의 한뼘 스토리' 라고 부제가 붙어 있어 무얼까 했는데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할까 달콤하면서도 생각의 깊이를 가지게 하면서 상상의 날개를 퍼득이게 하는 단편들이 봄,여름,가을,겨울 편으로 나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요즘은 사진이 함께 곁들여지는 포토에세이가 많은데 계절을 나타내는 사진이 있고 색이 있고 짧지만 여운을 깊게 줄 수 있는 단편들이 있으니 포토에세이의 중간쯤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동화라고 하기엔 그렇고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해야할지 성장을 한참 하고 있는 그런 글들인듯 하다.

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코끼리편에서는 생각이 얼마나 긍정적이냐에 따라 목표로 한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의 생각에 무거운 코끼리가 스케이트를 탈수 있다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 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동물들은 그런 코끼리의 꿈을 이뤄주기 위하여 모두가 긍정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내어 놓는다. 그렇게 하여 한가지 한가지  맡아서 하기도 하고 모두가 함께 어울려 그가 어떻게 하면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지 실행에 옮긴다. 코끼리가 스케이트를 탈만한 장소가 있을까, 그렇다 북극에 가면 북극곰도 많고 항상 얼음에 덮여 있으니 코끼리에게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그러면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방법과 코끼리에게 맞는 스케이트를 장만하면 된다. 그렇게 하여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어 코끼리의 소원인 스케이트를 타게 해 준다. 얼마나 기발한 상상인가. 동화로 나온다면 아이들에게는 멋진 상상을 줄 수도 있는 참 이쁜 동화 한 편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난 이 글에서 '긍정적 사고' 를 끌어내고 싶다. 며칠전 큰딸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열심히 노력을 했으니 자꾸 시험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자신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나는 할 수 있다.' 였다. 그렇게 자꾸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넌 할 수 있어. 최선을 다했고 너의 노력의 결과가 보여지고 있잖아. 할 수 있어.할 수 있다는 마음이 문제야.' 라고 해주었는데 녀석도 그런 엄마의 말이 좋았던지 밝게 웃었다. '엄마 내가 성적이 부쩍 오르고 있는거 모르지. 중간고사도 많이  오르고 모의고사도 오르고 기말고사도 잘볼께.' 엄마의 힘을 실은 한마디에 부쩍 화색이 돌던 녀석의 얼굴이 이 글을 읽으며 생각이 났다. '코끼리야, 기억해, 이 세상에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면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 그리고 우린 지금 막 그 중의 한 가지를 해낸 거야.' 라는 마지막 글이 여운을 길게 남겨준다.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아니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행복하다고 아니 내 인생은 온통 불행뿐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만약에 내가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갔더라면 내 인생은 다르게 변했을 터인데... 그런데 만약에 다른 길로 갔다고 해도 지금과 똑같은 생을 살게 된다면 무어라 말할까. 물음에 답처럼 그런 따듯한 단편 소설이 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부제로 '그남자,불행했을까?' 이다.지금 막 결혼을 한 젊은 부부가 있다. 그들은 가진것이 없어 곰스크로 가는 열차표밖에 살 수가 없었다. 그곳은 멀기도 하여 가는 중에 열차가 작은 역에서 섰다. 휴식을 취하고 다시 떠난다는 기차,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언덕을 산책하고 내려왔는데 기차가 가버렸다. 다음날에나 오는 기차를 위해 식당에서 방을 얻었는데 숙박비가 없다. 식당의 일을 도와주고 숙박비를 지불한 그들은 다음날 기차를 타러 갔지만 전날 표이기에 기차를 탈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여 뜻하지 않게 식당에 머무르게 되었지만 여자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곰스크에 간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던 그들에게 그곳은 종착역이 되었던 것이다.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작은 학교의 교사가 되어 뿌리를 내리게 된 그들,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타야만 했을까? 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갈림길에 설 때가 무척이나 많다. 이쪽일까 아님 저쪽일까? 어느쪽을 택한다 해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자신이 노력하며 살기에 달려 있는듯 하다. 먼저 생각하고 선택한 곳에 가지 못한 미련이야 남겠지만 그 길을 택한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는 따듯한 봄날에 파릇하게 솟아 오르는 새싹과 같은 삶의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에게 남겨진 동전하나, 불행과 행운을 가져다 주는 동전하나가 있다. 먼저 행과 불행을 맛본 사람이 다른 이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가는 동전, 그리고 그 동전을 주운 사람이 전화를 하면 전의 주인에게 전화가 간다. 그렇게 그 동전의 쓰임을 이야기 해주고 다음 사람에게 일어날 행과 불행의 비율을 이야기 해준다. 그렇게 우연하게 마법과 같은 동전이 하나 내 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제일 먼저 시작된 것은 불행이다. 모든것이 들어 있던 가방을 잃어버린 것이다. 불행이 먼저 닥쳐왔다. 그렇지만 방금 주운 동전이 하나 손 안에 있다. 전화를 하니 전 주인이 불행을 맛보았으니 이젠 행운이 올것이라 한다. 그럴까? 그와의 통화를 마치고 나자 정말 우연처럼 친구가 자신의 잃어버렸던 가방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백화점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낯익은 가방을 주운 친구는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려다 전화가 걸려와 받았더니 이벤트 당첨을 알리는 전화였다며 그녀에게 행운을 전해준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불행이 닥쳐올까. 동전을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할까. 그냥 전화박스에 두고 나오는 동전 한 닢, 행과 불행을 점쳐 줄 수 있다는 것이 아니 인생은 어쩌면 행운과 불행이 조화롭게 연속되는 그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는 짧지만 이 또한 긴 여운을 남겨준다. 어떻게 자신에게 달콤한 행운만 취득할 수 있겠는가. 초콜릿이 가득 든 상자에서 하나를 꺼내어 먹다보면 맛있는 것도 맛없는 것도 먹을 수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아도 취사선택없이 모두를 먹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이 책에는 그런 느낌의 글들이 가득하다. 재미있을 수도 있고 혹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의미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만 그런 '초콜릿 상자' 같은 많은 단편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따듯한 봄햇살을 전해주듯 한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동심을 잃어버리듯 상상의 날개를 스스로 접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그 성장점을 지금 막 글들에서 흡수를 하듯 따듯한 수액은 모세혈관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 흘러가는 듯 하다. 마음이 따듯해지는 초콜릿 상자속 같은 '초콜릿 우체국' 은 그야말로 제목처럼 따듯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햇살이 스미는 이야기' 로 무언가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것을 충전시켜 준다. 한뼘 따스함을 전해 받을 수 있음이 좋았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