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을 거닐며 역사를 읽다
홍기원 지음 / 살림 / 2010년 10월
품절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서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정말 그렇다. 일단 알면 관심이 생기고,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것이다.' 라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책이다. 산이나 들에 나가도 들꽃 이름을 하나라도 알면 그 꽃이 들꽃이 아닌 내겐 정말 다른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으로 다가온다. 마치 김춘수의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싯귀처럼 무엇이든 좀더 알게 되면 그 부분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들여다 보게 되며 그 주위가 더 보이게 된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더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 역사인듯 하다.

요즘은 조선이 역사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게 되었는데 읽어도 읽어도 자꾸 잊어버린다. 그만큼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고 필요없는 부분이라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꾸 읽다보니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 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너무도 많은 부분들이 일제에 의해 덮이고 날조되었다는 알게 되면서 이젠 바르게 고쳐지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묻힌 것이 있다면 복원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런면에서 <성곽을 거닐며 역사를 읽다>는 비록 서울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살고 서울의 땅을 잘 밟아보지 못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찾아 보지 못한 덕에 필자가 전해주는 글과 사진으로 대리만족을 해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각성한 이들이 나선다면 우리 문화와 역사는 다시 바로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제주 올레길 걷기여행으로 걷기여행이 붐을 일으키면서 여기저기 걷기여행 코스를 개발하기에 바빠진 지자제들 덕분에 어쩌면 우리는 더 좋은 기회를 맞았는지 모른다. 그동안 묻혀 있거나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이 잘 정비되고 올바르게 복원되어 우리품에 안긴다면 더 좋을 일이고 너무 역사를 거스르는 복원이 아닌 진정한 역사를 들여다보는 눈으로 돌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여서 복원을 해야한다는 것을 공감을 한다. 얼마전 모방송의 '극한직업' 에서 성벽복원팀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보게 되었다.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성곽복원 일이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볼 수 있었다. 힘들게 일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보았기에 이 책을 읽으며 더 공감할 수 있었지않나싶다.

서울은 조선왕조의 궁궐과 함께 성곽이 있어 성곽도시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더 깊게 알게 되었다. 그 역사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동안의 변화와 발전에 그리고 일제의 강점기에 그들의 힘에 의해 무너지고 없어지고 묻힌 곳들이 많기도 하지만 우리의 무지에서도 역사와 문화가 묻힌 곳들이 많음을 아쉽게 읽었다. 18.2km의 성곽이 완전히 복원된다면 예전에 행했던 '순성놀이' 를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40리나 되는 도성 둘레길 걷기를 하루에 마쳐야 소원을 이룬다는 놀이는 지금의 걷기여행과 딱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도성은 둘레가 대략 40리나 되며, 봄과 여름철에는 성 안 사람들이 짝을 지어 성 둘레를 따라서 한 바퀴 돌면서 성 안팎 경치를 구경한다. 한 바퀴 돌자면 하루해가 걸린다. 이것을 순성놀이라 한다.' 지금은 높은 빌딜에 가려 예전과 같은 조망은 없겠지만 그래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수도가 성곽도시였다는 것이,지금도 현대의 빌딩과 함께 고궁이나 옛 건물들이 이렇게 어우러져 있는 곳이 서울만한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모든 성곽이 잔존 구간과 복원 구간 그리고 헐린 곳을 모두 복원하여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복원하단면 정말 큰 문화아이콘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지키고 보존하는 일도 배로 더 힘을 들여야 함을 알아야 하겠지만 지금이라도 남아 있는 부분이나 그외 묻혀 있는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하여 좀더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서울 성곽을 따라 필자는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우리가 우를 범하여 잘못 관리되거나 훼손된 부분들도 있지만 복원이든 그외 일이든 그만큼 더 정성을 기울여 한다는 말에 힘을 실었다. 600년의 역사가 담긴 성곽인데 어디 한부분 허물한 곳이 있겠는가. 그 모두가 역사라는 관점에서 관리되어야 하고 좀더 역사를 들여다보고 성곽길 걷기를 한다면 우리에겐 그 성곽이 남다른 의미로 남을것이다. 돌담을 쌓는 방법이나 돌을 고른는 방법에서 태조때 다르고 세종때 다르고 숙종때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일제시대에 다르고 그 이후에 또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돌 하나를 쌓으면서 선인들이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힘 없는 민초들이었지만 얼마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각자' 에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런 것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무수한 돌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실명제' 가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이런 것 하나만 알고 성곽길 걷기를 한다면 좀더 문화를 지켜고 보존해야 한다는 애착이 생길 듯 하다.

변화의 물살에 서울 성곽 또한 급류에 휘말린듯 파란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지나쳐 와 우리앞에 있지만 지금이라도 복원이 되고 우리에게 돌려져 '순성놀이' 는 아닐지라도 역사와 함께 숨을 쉬며 걷기여행을 하는 문화코드로 자리잡는다 해도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왔다는 것이 반가운 일이다. '문화재는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때는 그 완결미 자체로 감동을 주고, 일부만 남았을 때는 상상하는 즐거움을 통해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그러므로 문화재에 대한 복원은 신중해야 하고,문화재의 가치를 더할 수 있을 때로 복원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의 서울 성곽에 대한 역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앞으로 우리가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바른 길을 제시해 준 듯도 하다. 문화재는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어느 한순간 사라져 버릴 수 있음이 문화재이다. 돌 하나 하나에 깃든 민초들의 정성과 그리고 파란만장한 우리의 역사가 앞으로도 잘 지켜지길 바라며 언제 기회가 되면 꼭 성곽을 거닐고 싶다. 그곳에 어린 역사를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걷기여행을 떠나기전 한번 읽고 간다면 많은 보탬이 될 책이다.마지막으로 도성을 지키겠다는 영조의 비장함이 담긴 글을 옮겨 본다. ' 일단 도성을 떠나면 도성의 백성들이 장차 여육이 될 것이니, 내가 편안하겠는가? 도성을 지키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이것이 나라의 임금이 사직을 위해 죽는 다는 뜻이다.' 그만큼 도성이 중요했던 시기에 그가 한 말이겠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잘 지키라는 말처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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