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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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아늑하고 평온한 아버지의 집에서 살던 싱클레어, 그런 그가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열 살 이제 막 자아가 성숙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그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사과 도둑' 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듯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미와 친구들의 반응에 심취하여 멋지게 이야기를 끝내고 났는데 뜻하지 않은 현실과 막딱뜨리게 된다. 그의 사과 도둑 이야기를 듣고 있던 크로머가 그의 이야기가 사실인지를 몇 번 확인한 후에 사과를 잃는 주인이 도둑을 찾고 있다며 싱클레어가 도둑이란 사실을 입을 다무는 댓가로 돈을 요구한다. 그가 부유한 집의 아들이지만 그에겐 크로머가 요구하는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용돈을 모아 놓은 것 조차 몰래 훔쳐내야 하고 그마져 크리머가 요구한 액수보다 터무니없이 적어 이런저런 말을 꾸며내야해야만 했다. 

만약에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 자신의 '사과 도둑'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멋지게 이야기를 꾸며낸 댓가로는 너무도 거하게 그는 크로머에게 시달려야만 했다. 모자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집안에서 그의 위치와 존재는 점점 작아져가고 그는 아버지의 집에서 경험하던 '밝은 세계' 와는 또 다른 세상에는 '어두운 세계' 가 있음을 알게 된다. 다시 밝은 세계로 나아가고 싶지만 크로머란 악은 점점 더 그의 세계를 움켜쥐듯 하고 그는 크로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그에게 신과 같은 존재인 '데미안' 이 나타난다. 그에게 진실을 말하면 자신이 초라해질것 같지만 데미안은 지금까지 그가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 남과 다른 아우라가 풍긴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이 모든 체험에서는 이 순간이 중요한 순간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내 유년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고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깨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어진 첫 칼자국이었다.' 크로머에게 자신의 약점을 잡힌 싱클레어에겐 그 이후의 생활은 '착란' 이 된다. '그 시절 내 상태는 일종의 착란이었다. 우리 집안의 정돈된 평화의 한가운데서 나는 소심하게, 그리고 고통받으며 유령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 그를 구제해 준 '데미안' 은 그에겐 또 다른 세계를 알려준 정신적인 존재였다.

크로머라는 세계에서 벗어났지만 아직은 불안전한 착란과 같은 상태인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에 데미안이란 또 다른 세계에 부딪히며 그 또한 아직 자기 의지가 꿋꿋하지 못한 상태에서 데미안이 갑자기 떠나간다. '하지만 의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자유의지란 없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다시, 오직 자기 의지만 확고하게 그 무엇에 쏟으면 된다고 말했지. 그러면 자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그건 말이 맞지 않잖아! 내가 내 의지의 주인이 아니라면, 내가 의지를 마음대로 이런저런 데로 향하게 할 수도 없는 것 아니야.' 데미안이 떠나고 길에서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난다. 그녀를 가슴에 품으며 그녀를 그려보려던 것이 데미안과 비슷한 그림을 그리게 되고 자신의 대문 위에 있던 문양인 새를 그리던 데미안을 생각하고 희미해진 새의 그림을 그려 데미안의 옛 주소지로 보내주게 되는 싱클레어, 그가 받았다고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날 그가 보낸 답장이라 생각되어 지는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이 이름은 압락사스.'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 이제 나는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숭배해야 한다. 다시 하나의 이상을 가진 것이었다. 삶은 다시 예감과 빌에 찬 영롱한 여명이었다.' 라고 생각하게 된 싱클레어에게 자신이 그려서 보낸 '새의 그림' 에 대한 데미안이 보낸 쪽지의 글은 또 하나의 화두와도 같은 글이었다. 자신이 깨뜨려야 하는 '알' 그 알을 깨뜨리기 위하여 그는 예전의 그와는 달라진다. 그러다 만난 조력자 피스토리우스로 부터 데미안에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데미안을 만나게 되고 그가 그렸던,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그가 이상이라 여겼던 여인의 형상인 데미안이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나며 안정에 접어 든다. '이미 많은 고독을 나는 맛보았다. 이제 예감했다. 더 깊은 고독이 있으며 그 고독은 벗어날 수 없는 것임을.'  에바 부인을 만나고 '제 모든 생애는 늘 길 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라고 말하는 싱클레어는 신이면서 악마였던 압락사스의 세계를 이해하고 소년에서 청년에 이른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데미안을 만나고 청년의 안정된 시기로 접어 들면서 그는 비로소 아픔도 고독도 모두 받아 들일 수 있는 자신으로 성장해 있다. '붕대를 감을 때는 아팠다. 그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드렁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어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와.' 싱클레어가 만약 사탄과 같은 크로머의 속임에 빠져서 그 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데미안이란 구세주와 같은 자신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의 새로운 세계가 과연 밝게 열릴 수 있었을까? 자신의 뚯대로 살아보려 했지만 자신이 뜻과는 다르게도 될 수 있음을 알려준 '크로머' 라는 다른 세계와 데미안을 만나 그 세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 또한 자신에게 있음을 받아 들이는 싱클레어. 사춘기에서 청년기로 성장하는 자아 성찰의 이야기는 성경을 빗대어 쓰여져 더 묘한 감흥을 주기도 한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문학작품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에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맛으로 다가온다. 헤르만 헤세는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가로 그의 작품들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려 그의 다른 책들도 관심을 가지고 구매를 하고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라는 말은 나 또한 너무도 좋아하는 문구인데 '데미안' 이라는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되새기니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자신이 깨뜨려야 하는 알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한다. 비단 그 시절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인생 전반에 걸쳐 꼭 필요한 '아름다운 투쟁' 을 날마다 해 나간다면 새로운 인생의 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그 모든것을 안고 보듬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데미안이나 피스토리우스' 와 같은 많은 조력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알을 깨뜨리려는 노력이 중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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