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이성부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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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인 이성부, 그의 시집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산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정말 시집 한 권 들고 얼른 숲으로 가야할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시집이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와 <도둑 산길>을 읽다보니 산행시인이라는 그를 진정으로 표현해 낸 책이 <지리산> 아닌가 하여 얼른 이 책도 구매를 해 놓았다. 그냥 책장에 꽂아 두기엔 설레임이 커서 다른 책을 읽으며 설레임이 가라 앉지 않은통에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직접 지리산을 산행해 본 적은 없지만 올 봄에 지리산 노고단까지는 성삼재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가서 그 후반부터는 산책로를 이용하여 노고단쉼터까지 올라가 본 것이 지리산을 밟아 본 기억에 전부다. 그렇게 간 봄 여행에서 그곳이 너무 좋아 주변을 돌면서 지리산 정기를 받고자했다. 지리산은 정말 어머니와 같은 넓은 품으로 둘러봐도 늘 아쉬움을 남겨 줄 만큼 여러도와 몇 개의 시군에 걸쳐서 있으니 한부분 한부분 정해 놓고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산이다. 그런데 그런 산을 직접 발로 걸어서 한걸음 한걸음 느끼고 마음에 담은 것을 '詩' 로 토해냈다는 것이 진정 대단하다. 그의 다른 시집들도 보면 산행의 그 묘미가 잘 드러나 있는데 이 시집 또한 그와 함께 동행을 하여 지리산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 산에 역사가 있었다...앞부분 생략하고... 산이 흐르고 나도 따라 흐른다/ 더 높은 곳으로 더 먼 곳으로 우리가 흐른다/  산은 그런것 같다 멈추어 있는것 같지만 산에 올라보면 구비구비 그 줄기따라 흐르고 있다.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산이 흐른다는 것을 느낀다. 정상을 밟아 본 사람만이 느끼고 볼 수 있는 풍경이 다 담겨 있는 듯 하여 밑줄 쫙 그어본다. 산이 흐르고 나도 따라 흐른다. 멈추어 있고 고여 있는 것은 썩는다고 했다. 그래서 고인물은 썩은 물이라 하여 악취가 난다고 하였는데 멈추지 않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산처럼 그리고 세월처럼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둥글둥글 산과 닮아가는 여유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시를 읽다가 중간 중간 내 맘에 드는 표현이 있음 밑줄을 그어본다. '중산리' 라는 시에는 '그리움도 손에 잡혀 가슴이 뛴다.' 라는 부분이 있다. 그리움이 손에 잡힌다는 표현이 정말 멋지다. 천왕봉에 걸린 흰구름을 보고 느낀 그의 그리움, 괜히 빨리 중산리로 향하여 나도 그 그리움을 잡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중산리엔 못 가봤지만 노고단에서 안개에 휩싸인 그곳을 보니 선계가 따로 없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르게 아마도 지상이 아닌 선계에 있는 듯하여 몽롱하던 그 기억이 난다. 

다시 남명선생.... 세상에 나아가서 부대끼는 사람보다/ 세상에서 숨어 귀 막고 눈 가린 사람이/ 세상을 더 잘 터득하는 법!/....... 지리산은 역사와 많은 인재와 사람을 품고 있다. 그곳의 인물들에 대하여는 잘 모르지만 영화나 그외 소설속에서 더듬더듬 만나는 인물들을 보면 지리산에 반하여 혹은 지리산에 안주하여 세상과는 담을 쌓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곳에 있으면서 세상을 정말 더 잘 터득한 '득도한 자' 들을 만나게 된다. 세상속에 있어야 세상의 길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 감고 귀 막아도 모든 것은 보이고 들리는 듯. 

좋은 사람 때문에.. 초가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그 까닭을 안다/ 몸이 젖어서 안으로 불붙는 외로움을 만드는/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후두두둑 나무기둥 스쳐 빗물 쏟아지거나/ 고인 물웅덩이에 안개 깔린 하늘 비치거나/ 풀이파리들 더 꼿꼿하게 자라나거나/ 달아니기를 잊은 다람쥐 한 마리/ 나를 빼꼼이 쳐다보거나/ 하는 일들이 모두/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자유라는 것을/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감기에 걸릴 뻔한 자유가/ 그 좋은 사람 때문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안다/  너무 좋아서 시의 전문을 모두 옮겨 본다. 비 맞으며 산에 오르고 그 비로 인하여 감기에 걸려도 너무 좋은 산행, 그런 산행을 가고 싶다. 혼자 하는 산행도 좋지만 가끔 거리가 조금 서먹해진 사람과 함께 산행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관계가 좋아진다. 함께 산행을 하다보면 자주 손을 잡게 되고 말도 더 많이 하게 되어 관계가 급격히 좋아질 수 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산행은 더없이 좋다. 그런 가을산행을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시이다.

피아골 다랑이논..... 앞부분 생략.... 참으로 사람이야말로 꽃피는 짐승/ 가슴 가득히 불덩이를 안고/ 피와 땀을 뒤섞이게 하는/ 그것이 눈물겨워 나도 고개 숙인다/  참 좋은 부분이라 옮겨 본다. 남해 다랑이논에 가보고 싶었는데 1박2일을 통해 소개된 지리산 둘레길 중에 '다랑이논' 이 있는 마을 풍경을 보면서 또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척박한 자연에 순응하며 살기 위한 힘든 몸부림이 잘 표현된 다랑이논, 그것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개가 겹치다 보니 정말 멋진 풍경을 자아내게 되었다. 삿갓으로 가리면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하여 삿갓배미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에서 읽었는데 이 시에서는 그 다랑이논을 일군 사람, '참으로 사람이야말로 꽃피는 짐승'이란 표현이 좋아 옮겨본다. 그야말로 역사가 켜켜이 이어진 논이라 하겠다. 지리산은 그렇게 역사도 깊고 역사와 함께 한 이들도 많고 이 시집을 읽다보면 그런 역사와 인물 그리고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시인의 시집에 집착하여 읽게 되었나보다. 지리산 산행을 갈때는 이 시집 한 권 들고 어느 한적한 곳에 앉아 한번 더 느끼며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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