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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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선물입니다.' 
사고를 당하여 한번 크게 병원신세를 가져본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감사하고 덤으로 사는 삶인지를 알게 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지난날보다 더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선씨 그녀, 의사도 포기한 삶이었지만 스스로 이겨 고치에서 벗어나 화려한 날개짓을 하고 있는것 같아 참으로 가슴 따듯해지고 감동적이면서 눈물을 머금고 읽어 나가다 너무 목이 메어 중간에 책을 덮고 말았다. 나 또한 큰 사고를 07년엔 산행사고로 간신히 빗겨간 생과사의 길에서 행운적으로 생의 길을 선택받게 되었고 09년엔 교통사고로 아차 하는 순간, 죽음이 눈 앞에 왔지만 정말 운명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병원신세를 오래도록 지며 내게 주어진 삶은 '이제부터는 덤이야, 감사하며 살아야 된다는 것을 느꼈어.' 라며 남편이나 그외 친구들에게도 많이 하던 말들이 생각나고 병원에서 혼자서 고통과 싸웠던 시간들이 생각나 계속 읽고 있을 수가 없었다. 옆에 간병인으로 남편이나 가족들이 있다고 해도 환자의 고통을 모두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고통은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런면에서 그녀가 10여년 동안 감수했을 고통과 통증 그리고 사고전과 사고후의 변화에 긍정적이면서 선물처럼 받아 들이며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 하여 너무도 감사했다.

사고가나면 사고나기 그 전 시간으로 시계를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만약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정말 몇 번이고 생각해 보기도 하며 '왜 유독 내게만 이런 일이...?' 하며 자책해 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여울을 지나 더 큰 바다로 향하는 힘을 안겨주기 위한 시험의 길인지도 모른다. 달게 받으면 고통 또한 내겐 그저 한때 내리고 마는 소나기와 같다. 하지만 그 고통을 내 전부로 여겨 그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삶은 햇빛이 비치지 않는 것처럼 암흑으로 변해 버리고 만다. 내 혼자만 그렇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가족의 삶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변하고 만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것은 고통과 지금 현재를 받아 들이는 환자의 마음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면 그때부터 고통은 잘게 부서져 나가기 시작이다. 날마다 한가지씩 희망과 감사를 찾다보면 내 삶이 모두 감사이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희망이고 감사가 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작은 일들이 환자 당사자에게는 너무도 큰 감사가 되어 삶을 더 보람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지선 그녀, 너무도 잘 고통의 터널을 벗어난 듯 하여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고 싶다. '오빠, 나 이러고 어떻게 살아. 나 죽여줘.' 진심이었을 것이다. 사고 당시 몸 전체의 반 정도가 3도 화상에 의사도 포기한 생명이었는데 그녀만이 홀로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생을 쥐었다. 사고 이전으로 똑같이 되돌릴 수 없겠지만 두 개의 얼굴, 두 개의 삶으로 나뉜듯 하겠지만 너무도 대단하게 아픔의 고치를 벗어버린듯 하여 대견하고 정말 곁에 있다면 안아 주고 싶은 그녀이다. 물론 곁에서 늘 함께 재활치료를 해 준 '오까' 도 있고 그녀를 24시간 바늘처럼 따라다녔던 엄마의 정성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그녀가 있겠지만 환자 자신이 강인한 마음을 먹지 못한다면 고통은 영원히 벗어버릴 수 없다. 내가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는 동안 함께 있던 어느 젊은 아줌마 환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 스스로 심한 천식증세도 보이며 같은 방 식구들은 물론 간호사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숨도 쉬지 않고 죽으려 하듯 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희망적인 말을 해주며 다독여주니 그녀 스스로 호흡을 천천히 뱉어내기 시작하고 마음의 문을 열며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다졌다. 그런 그녀가 밥도 잘 먹고 애들도 병원에서 잘 돌보며 하루빨리 병원생활을 마감해야 겠다며 다짐하던 웃는 얼굴이 생각난다. 스스로 희망을 찾지 않는다면 옆에서 아무리 희망을 찾아 주어도 본인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런면에서 스스로 파도를 이겨내며 큰 바다로 항해를 나가는 것과 같은 삶의 변화를 열심히 시도해 나가며 노력하는 그녀의 변화된 삶의 이야기는 우리에겐 '희망이고 감사' 이다. 

'사고구나... 사고가 났었구나!. 내가 다친거구나... ' 그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그 기분은 놀람이나 당황스러움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내가 사고의 피해자이고 사고나던 순간이 계속 떠오르면서 그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재활하는데도 진전이 없다. 공포, 눈만 감으면 떠 오르는 사고의 순간을 빨리 자신에게서 떨쳐버리는 것이 새로운 내 삶을 받아 들이고 사는데 더 도움이 된다. 교통사고이후 나 또한 한동안 차가 많이 오가는 길에 나가면 움츠러 들어 한발짝도 꼼짝할 수 없음을 느꼈다. 빨리 그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몸은 머리와 다르게 행동해서 한동안 고생을 했는데 차츰차츰 잊어가며 늘 새로운 '오늘' 과 악수하다 보니 그 또한 내 삶이 일부이며 넘고 나면 또 다른 '눈' 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보지 못하던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단계였는지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자신을 비관하고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받아 들이며 어떻게 살아갈까를 변화된 내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눈에 적응하여 나를 새롭게 변화시킨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대단하다. 정상인들도 하기 힘든 일을 거뜬히 소화해 내는 그녀를 누가 30여번의 성형수술 중독자라고 할 수 있을까. 좋은 말로 중독자이지 그녀의 살기 위한 몸부림은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힘든 순간은 지나고 이제 웃을 수 있는 희망만 있다고 생각을 하면 나 자신 또한 변화할 수 있다. '귀엽다' 라며 자신을 받아 들이는 행복한 그녀의 모습이 낯설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닌 '이지선' 으로 우뚝 설 수 있어 나 또한 희망을 충전할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정말 영화였다면 영화속 주인공으로 잠깐 분했었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영화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라 더 마음이 아프고 따듯해지고 삶에 더 감사해야 됨으 느끼게 해 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모든 생명에는 사명이 있다고 믿습니다. 정말 전쟁터와 같았던 중환자실에서 살아서 나오면서 제가 전우라고 부르는 그분들의 소중한 생명을 기억하며 저는 이제 숨 쉬는 동안 제게 맡겨진 사명을 온전히 감당해내리라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내 피부보다 더 단단한 피부를 가지게 되어서 그런가 그녀의 마음과 다짐이 당차고 단단해졌다. 그녀는 사고이전으로 되돌아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느끼고 받아 들인 세상이 다르기에 지금의 삶에 더 감사하게 된 그녀가 정말 멋지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었던 순간에도 나를 사랑해준 이들 때문에 나는 나를 감히 버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이 싸움의 승리가 결국 나의 것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한참 이쁘게 꾸미고 가꾸고 자신이 삶보다는 다른 것에 더 신경쓸 나이에 그녀는 스스로 벗어나야 할 커다란 고통의 터널을 지나서인지 참으로 야무지고 누구보다 단단하게 여물어졌다. 그녀가 펼칠 앞으로의 멋진 그림이 기다려진다. '지선아, 사랑해.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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