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보다 먼저 드라마로 만났던 작품이라 그런지 소설을 읽는 중에 드라마속 등장인물들이 오버랩 되어 더욱 속도감있게 읽은 듯 하다. 남자보다 쇼핑을 즐기는 여자이면서 누구보다 치열하다는 패션잡지 에디터로 살아남기 위하여 15cm 하이힐도 마다하지 않고 소화를 해 내야 하는 여자, 밥보다 카페인이 든 커피를 즐겨 마시고 가끔 담배로 시름을 날려 버릴 수 있는 21 세기 창작물인 '스키니 진' 을 입기 위하여 운동이나 그외 다른 것으로 다이어트를 하기 보다는 속전속결 처럼 '제니칼' 이란 약을 써서 옷에 몸을 맞추어 보려 하다가 남자 앞에서 망신을 받는 여자, 이 여자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며 치열한 그 삶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명품녀, 된장녀' 하곤 거리가 먼 나이지만 그래도 가끔 들었던 세계의 이야기를 소설로 접해서인지 신선했다. 어쩌면 소설속에서 여자들이 그녀들만의 능력으로 그 세계에서 인정을 받으며 치열함속에서 살아남으러 발버둥치는 것이 '하이힐' 만큼이나 위태롭고 위험성이 따르기도 하고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는 스릴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있었다. 

패션과 연애인 잡지, 그 속에 주목할 것은 먼저 '소문' 이었다. '소문의 진실 여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문이란 단지 우리들의 행복한 오락이기 때문이다. 인생엔 신문에서처럼 '바로잡습니다' 코너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문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진화를 한다.' 라는 말처럼 남자와 한번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전한 말이 와전되어 여자가 임신을 하고 그들이 결혼을 하고 거품은 점점 늘어나 어떻게 바로잡을수도 없이 커져 나가기도 하고 서정 또한 소문의 도마위에서 한참을 도마질을 당해야 하기도 했다. 옆에서 '쿵' 소리만 나도 너무도 멀리까지 파문이 번지며 여운을 남기는 그 세계에서 그녀가 살아 남는 길은 오직 '열심히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리고' 이다. 그런 그녀에겐 아픔이 하나 있다. 쌍둥이 언니중에 한 명이 성수대교 붕괴로 인하여 한강에 빠져 죽은 것, 만약에 언니들과 그녀가 어릴때 수영만 잘 배웠어도 아니 언니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웃지만 않았아도 수영을 배웠다면 언니가 죽는 일은 없을 것인데 그녀가 맥주병처럼 물에 가라앉는 언니를 보고 웃어서인지 언니는 수영을 배우지 못하고 성수대교붕괴와 함께 그녀 곁을 떠나고 만다. 가족 모두에겐 아픔이지만 그녀에겐 더한 아픔으로 자리한 언니와 7년전 맞선 자리에서 5분을 만나고 헤어진 남자가 있다. 그는 온다는 말도 없이 간다는 말도 없이 그녀 곁에서 떠나고 말았다. 왜 모두 그녀 곁을 떠나는 것일까.

그런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듯 일에 매진하여 자신을 잃어버리듯 하면서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깐깐한 박기자 선배에게 핀잔을 듣는 것이 일상이다. 세 번이나 사표를 썼지만 아직도 자신의 딜레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에디터 일을 하는 그녀는 인터뷰 안하기로 유명한 연애인과 인터뷰도 성공적으로 마감하고 '닥터 레스토랑' 이나 그외 일들이 원만하게 잘 풀려 나간다. 그러다 우연처럼 만난 남자, 7년전 5분간의 맞선을 본 남자 우진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취재를 위해 만나다 보니 그는 오래전 그녀의 추억속의 남자, 그녀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었던 장본인이며 그녀의 곁에서 지금까지 그녀를 지켜보듯 그녀의 모든 글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남자,  의사였는데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 칼이 음식을 다루는 칼로 바뀌었는지 몹시 궁금하다. 일로서 만나던 그들은 점점 깊어져 가고 소문을 무시하면서 지난시절의 아픔까지 치유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그녀, 일과 사랑에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부엌은 여자들의 판타지 공간이다.' 요리사는 청력보다 시력이 좋아야 해요. 욕을 먹더라도 곁눈질로는 선배의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봐야 하니까.' 여자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부엌이야기인 '요리' 가 가미된 소설이라 여자들이라면 공감을 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일터에 나가기 위하여 전투복장을 갖추듯 '하이힐' 을 신고 '스키니 진' 을 입고 때론 명품녀처럼 때론 폭탄맞은 머리를 하고 전장인 일터로 향하기도 하는 서정, 그녀는 일과 요리 그리고 그녀에게 딱 맞는 남자 우진을 그녀만의 스타일로 잘 요리를 한다. 모든 부분에서 성공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엔 그녀만의 노력인 '또각또각' 하이힐 자국처럼 날마다 전쟁을 치루듯 한 피와 땀의 베인 노력이 있겠지만 누구보다 타고난 끼와 능력이 있었던 듯 싶다. 그때그때 처세술 또한 뛰어났던 그녀,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스키니 진을 과감하게 벗어 버리듯 그런 옷은 입지도 말라는 식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그녀만의 당당함이 있었기에 일과 사랑 모두에서 살아남지 않았나싶다. 모두가 '예스' 를 외친다고 나 또한 '예스' 를 외칠 필요는 없다. 때로 '노'가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나 혼자라도 '노' 를 외치며 자신만의 열정을 표현해 낸다면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해 낼 수 있음을 '희망적' 으로 그녀낸듯 하다. 

'돌멩이가 금이 되듯 요리도 늘 연금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연금술이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만나서 벌어지는 이 놀라운 연애의 장, 이토록 깊은 이해가 이토록 깊은 오해와 절망 위에서 솟아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깊이 안도했다.'  '당신이 믿어야 될 건 눈앞에 있는 사람이지 소문이 아니야. 음식도 똑같아. 재료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면 제대로 된 요리가 만들어지지 않거든.'  사랑의 연금술, 서정과 우진은 오해로 빚어져 7년간의 공백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 오해를 요리라는 재료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또 다른 창작물로 태어나는 연금술처럼 사랑을 이루어 낸다. 일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서정이 7년전 오분간 만나고 헤어진 남자와의 오해를 풀면서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그들이 사랑을 매개체로 '요리' 를 들어서인지 더욱 여자에겐 공감이고 부드럽고 다정하고 따듯하고 포만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드라마로 먼저 만난 선입견 때문에 조금 걱정을 했는데 소설은 소설만의 매력으로 좋았다. 그래도 간간이 드라만의 여운이 남아 있어 간극이 있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모두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보지만 나만의 스타일로 뭔가 여운이 남고 향기가 나는 삶을 살아봐야 겠다고 느낀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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