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섯 살 때부터 카메라를 수집했고 외할아버지가 준 브라우니 카메라를 가지게 되면서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남자 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그런 꿈을 무시하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일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카메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아버지의 말을 듣고 로펌을 나와 신탁전문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껍데기 뿐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소설가가 꿈이었던 아내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결혼과 함께 모든것이 무너진듯 살아야 한다는 것에 심한 갈증을 느끼며 살면서 점점 그에게서 냉담하고 멀어져만 간다. 그런 아내의 냉전이 풀린줄 착각하던 그에게 이웃집에 사는 허울뿐인 사진가와 아내가 불륜관계란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삶은 겁잡을 수 없이 추락을 한다.

’돈이 곧 자유다’ 라고 했던 아버지도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그가 양아버지처럼 의지하는 잭마져 암말기임을 털어 놓고 그는 아내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회복하고 잘해보자고 하지만 그가 뜻하지 않게 옆집 사진가 게리와 아내의 불륜장면을 목격하면서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게리가 아내의 손가락 위애 손을 얹더니 재빨리 쓰다듬었다. 아내는 게리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뺨이 붉게 물들었고, 입에는 꿈꾸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내 마음속에서 미사일 세 대가 동시에 발사되는 순간이었다.’ 아내는 처형의 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고 뜻하지 않게 게리의 집에 찾아갔던 그는 게리가 아내와 사귀고 있다는 발언에 우발적살인을 하게 되고 그 살인을 완전범죄로 꾸미며 아내와 이혼위기에 처한 자신을 죽이기로 결심하는데 친구의 요트를 사용한다. 잘나던 변호사가 갑자기 요트사고로 죽고 그는 그동안 꿈 꿔 왔던 사진가인 게리로 분하여 그의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무명이었던 게리, 벤 또한 사진에서는 알아주지 않았는데 도망자의 신세가 되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유명해진 사진가가 되어 있다. 자신의 유명세를 믿고 싶지 않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그의 삶, 그마져 흔들린다. 너무 하루아침에 이름을 얻어서 모두가 질투를 했을까? 게리마져 무참한 사고로 죽었다고 보도가 되고 그는 겨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지만 더이상 자신의 지난 과거를 숨길 수 없게 되었다. 다시 만난 앤에게 자신의 모두를 털어 놓고 판결을 기다리듯 그녀의 처분을 기다리는 그에게 앤은 새로운 삶은 제안하고 그는 또다시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으로 돌아간다. 그 모두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어쩔 수 없는 일’ 이었다고 끝을 맺는 드라마틱한 소설.

’아내는 더 이상 서재에 들어가지 않았고, 식민지시대 미국 가구를 모으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와중에 조시가 태어났다. 조시는 잠을 자지 않으려 했고, 아내는 나와 섹스를 하지 않으려 했다. 왜 그러는지 이유도 말하지 않았다. 아내는 18세기 고가구를 사 모았고, 나는 암실 장비를 사 모았다. 우리 부부는 결혼생활이 정체되고 마비된 원인을 계속 회피했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았도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결혼생활을 해 보았거나 현재진행중인 부부라면 공감을 하는 부분이다. 연애와 결혼이 다르다는 그 괴리감에서 여자도 변하고 남자도 변하고 서로가 빠질 수 있는 것에 자신을 던진다. 그러면서 서서히 틈이 생기고 그 간격을 좁히려고 대화는 커녕 회피하며 자신의 목소리만 키운다. 그러다 보면 정말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만다. 아내의 소설이 한 편이라도 성공을 거두었다면 아내가 거짓말쟁이에 불륜녀로 변할 수 있었을까. 아님 벤과 베스가 좀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고 대화를 나누었다면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벤은 지하실 자신이 운동하는 공간으로 아내는 소설을 써야 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회피하지 않았다면 굴곡은 있지만 평범한 결혼생활을 했을지도 모른다. 

돈이 곧 자유일까? 아버지의 의견에 따라 신탁변호사가 되어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중산층이 되었지만 돈 보다 귀중한 것을 그들은 잃었다. 돈으로 모든 것을 채울 했던 베스와 벤, 새로운 카메라 기종을 사들이고 아내는 고가구에 취미를 붙이고 그렇게 해서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원했던 비록 돈과는 멀지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진가의 삶은 선택했다는 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내의 불륜으로 인해 그토록 자신이 원했던 꿈인 ’사진가’ 의 꿈을 이루게 되는 유별한 삶, 그게 온전한 그의 삶일까? 

’사진에서는 바로 그런게 중요하다. 카메라 렌즈를 아주 세련되게 현실의 중개자로 사용하면, 지금껏 본 적 없는 이미지를 얻어낼 수있다. 최고의 사진은 늘 우연을 통해 나온다.’ 그가 신탁변호사가 아닌 사진가의 삶을 뜻하지 않게 선택하여 살게 되었을때 우연하게 찍은 사진들이 그를 하루아침에 유명하게 만들었듯 그 최고의 사진들은 꾸며내거나 의도하지 않은 ’우연’ 하게 얻은 것에서 이루어졌다. 과연 사진처럼 그의 인생 또한 ’우연’ 을 통해 최고가 되었지만 그 또한 진실한 삶이 아니었고 자신의 삶이 아니었다. 게리가 죽고 자신을 찾기도 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삶으로 돌아가야 했던 기막힌 운명의 장난에 놓인 남자 벤, 과연 그의 진실한 삶은 무엇인가.

벤과 베스 그리고 앤의 삶
벤은 뜻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자신이 그토록 희망했던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고 벤이 비록 거짓으로 요트사고로 죽었다고 했지만 베스는 자신이 원하는 남자를 만나 새 삶을 꾸려 나간다. 벤과 베스가 끝까지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면 그들의 결혼생활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앤은 찰리가 자신이 돌보지 않아 유아돌연사로 죽게 되고 그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벤을 만나고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됨으로 하여 새로운 희망으로 벤과의 인생을 결심한다. 벤, 과연 그를 용서해야 할까? 한남자의 인생이 얽히면서 모두의 삶이 얽히고 풀리고 소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흥미롭고 빠르게 전개되어 잠시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책을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그가 살인자이지만 어쩔 수 없이 독자 또한 벤의 새로운도전의 삶에 함께 하며 그의 모험에 동참하게 만든다. 돈이 전부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자신과 공감할 수 있는 이와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인지 벤이 보여준다. 결혼이란 자신을 숨기며 살다가 어느 순간 목이 졸리듯 숨이 막히면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멍에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벤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나니 불륜을 저질렀던 아내도 밤마다 잠을 안자고 보챘던 아들도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던 아들도 모두가 그립고 다시 되돌리고 싶은 과거속 행복이 된다. ’지붕을 깨끗이 치웠을 때 얻는 것? 답 ’텅 빈 지붕’ 다른 답 ’자유’ ’ 과연 자유일까? 자신을 옭아맨 ’진실’ 에서 영원히 벗어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과거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다.  험난한 파도를 이겨내고 얻은 자유와 행복을 벤은 허투루 날려 버리진 않을 것이다. 한순간도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벤의 삶, 돈 보다 귀중한 무언가가 우리 삶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듯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사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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