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 우리의 창세여신 설문대할망 이야기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제주, 올레길로 인해 걷기여행지라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제주의 창조의 여신인 '설문대할망' 에 대한 이야기는 내겐 낯선 신의 이름이었다. 제주하면 '하르방' 이 먼저 떠오르고 '설문대할망' 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하여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중에 주말드라마인 '인생은 아름다워' 에서 관광가이드 알바를 하는 역으로 등장하는 이가 코끼리바위를 설명하면서 '설문대할망이 두 발로 뻥 차자 코끼리 콧구멍처럼 커다란 구멍이 두개 뚫렸다' 라는 말이 나왔다. 반가웠다. 제주도를 알리는 드라마로 제주에서 모든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창세여신의 활약상이 그려졌으니 제주를 좀더 알리는 기회가 될 듯 하다.

설문대할망, 그녀의 키는 무척이나 크다고 한다. 한라산의 무릎정도에 차고 그녀가 누워서 자면 머리는 북쪽에 다리는 남쪽에 걸치고 그녀의 속옷을 준비하는 설에도 보면 무척이나 컸다는 것을 말해주듯 속옷을 만드는데 명주 100동이 필요한데 99동 밖에 모으지 못해 다리를 다 놓지 못한 흔적이 있다고 한다.속옷이 그러했다면 겉옷을 만들려면 어떠했을까. 그녀의 외모 뿐만이 아니라 할망이 배설하는 오줌으로 '우도' 를 만들었고 그녀가 발사하듯 한 설사는 360개의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어마어마한 힘이며 그러한 배설력이 되려면 과연 그녀는 얼마나 컸다는 것인가. 

'세오의 길쌈은 결국, 일출과 연결된다. 설문대할망 신화에서 길쌈을 하기 위해 등불을 켰다던 성산 일출봉 대목에 드러나는 '일출~길쌈~여신' 이 세오녀 신화에서 '해맞이~비단~세오 라는 신화소로 병립한 것이다.' 작가는 여러나라에 있는 거인 여신과 비교하여 설문대할망의 활약상과 창세여신으로 왜 할망이며 여인들의 배설물인 '똥과 오줌' 이 더러움이 아닌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게 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우리는 꿈 중에서도 '똥꿈' 은 길몽으로 여긴다. 나 또한 그런 꿈을 꾼 후에 좋은 일을 몇 번 겪었기에 꿈을 꾸는 중에는 더럽고 비위상하지만 꾸고 난 후엔 뭔가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 똥과 오줌에 관련된 설화나 탄생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며 단지 배설이 아닌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배설의 자세와 여인네가 아이를 낳는 자세가 일치함을 다른 나라의 여신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여자만이 가진 잉태와 새로운 생명의 출산 그리고 모성애 때문일까 창세여신은 남자보다는 여인에 그것도 할머니의 이미지가 더 많다는 것을 예로 들며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하루방' 은 무엇인가 하며 다룬다. 하루방이 더 많이 알려졌으니 하루방이 창세신이 아닐까 했는데 일출봉의 '등경돌' 과 '길쌈' 및 그외 여자들이 하는 일에서 창세신은 여자라는 것을, 여자의 자궁에 대한 이야기로 새로운 생명의 모태가 됨을 말해준다.

'할망의 자취가 발견되는 자리들은 현재 제주민들이 삶과 직접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앞서 여러번 언급했다. 놓다 만 다리가 현재의 항구 자리이고, 길쌈을 하려고 솔불을 켜던 자리가 해맞이를 하러가는 자리이고, 오줌 홍수로 탄생한 바다는 파랑이 심해 어부들이 삶을 위협하는 곳이라 했다. 이 자리 섭지코지도 그러한 예인데, 민속학자 고광민 선생은 섭지코지가 제주에서 가장 풍요로운 어장이라고 했다. 남방에서 올라와서 동해로 빠져나가는 해류가 거쳐 가는 길목이라 그렇다는 것이다.' 할망이 불을 밝혔던 등경돌은 우제주민의 삶에서 꼭 필요한 등불이 되었고 다리가 셋인 솥 또한 삶에 깊숙히 자리한 물건이지만 지금은 편하게 버튼하나로 불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신화속 여신 또한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할망의 죽음 또한 재밌게 그려진다. 키가 큰 것이 자랑거리였던 설문대할망은 제주도 안에 있는 깊은 물은 자기보다 깊은 것이 있는가 실험을 해 보다가 마지막 한라산에 있는 물장오리에 들어갔다가 그만 물에 풍덩하고 빠져 죽었다는 것이다. 물장오리의 밑이 터져 있는 것을 몰랐던 설문대할망은 그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했다는 것은 죽음 또한 삶의 일부분이고 죽음이 끝이 아닌 또 다른 탄생을 의미하며 신 또한 평범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죽음이 이벤트처럼 재밌다.  ' 죽음이 삶의 적이나 실패가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이라고 수용한다면, 그리고 삶의 반대가 아니라 탄생의 대극에 두어 ' 탄생~성장~죽음' 을 자연스러운 삶의 주리고 본다면 죽음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설문대할망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삶 깊숙히 들어가면 어머니 세대만 보더라도 부뚜막신이 조앙신이며 측간신에게 친정엄마는 그 해 햇곡식을 하면 밥이나 떡을 하여 꼭 첫 음식을 바쳤다. 먼저 부뚜막신인 조앙신에게 한그릇 떠 놓고 그외 광이나 측간신에게도 굴뚝에도 음식을 조금씩 나누어 먼저 맛보게 했다. 예전 불을 때던 시절에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뜨듯한 부뚜막에 잠시 올라 앉아 있으면 조앙신이 놀란다면서 함부로 앉지 못하게 한것도 보면 우리네 삶 속에는 알게 모르게 그런 신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점점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며 제주의 창세여신인 '설문대할망' 의 활약상과 그외 다른 나라의 신과 불과 빛에 대한 숭배및 염원을 읽다보니 올레길 때문에 한번 걷기여행을 가고 싶던 제주가 더 가고 싶어졌다. 할망의 오줌으로 만든 우도며 설사로 이루어진 오름에 오르며 설문대할망이 어떤 자세로 오름을 탄생시켰을까 생각을 해 본다면 재밌을 듯 하다. 서양이 신과 설화에만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우리의 삶속에 있는 신과 설화에도 귀를 기울여 보면 재밌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고 우리가 모르던 그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이유로 좀더 그 지역에 관심과 사랑을 가질 수 있음을 읽었다. 설문해할망, 이젠 하루방과 함께 제주하면 떠 오를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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