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가는 길
케니 켐프 지음, 이은선 옮김 / 이콘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진가를 몰랐던 내 아버지 O.C. 켐프에게 바친다.'
루게릭병으로 자신의 삶을 다 살지 못하고 가신 아버지, 그 아버지가 떠난 후에 비로소 아버지의 존재가치를 알아가는 아들의 진솔한 이야기다. 케니 뿐만이 아니라 우린 사물이건 사람이건 바로 곁에 있을 때는 그 존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떠나고 난 후에 정말 필요했던, 그사람의 존재가치가 드러나게 된다. 사물도 마찬가지겠지만... 부모님은 또 어떠실까? 옆에 있을 때는 그저 '잔소리꾼' 으로 알다가 내가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아보면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하면 이미 떠나고 안계시다. 

그의 아버지는 목수였을까?
버러진 물건으로 뚝딱뚝딱 다시 새로운 것을 잘도 만들어 내었던 아버지, 아버지의 보물창고인 차고는 그야말로 없는것이 없을 정도이고 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 고막을 다쳐 한쪽 청각을 상실한 아버지가 가고 싶던 공군이 아닌 육군에 보병으로 가게 되었지만 꿈을 포기 하지 않고 전속 신청을 하여 비행기 조종을 하게 된 이야기 '어이, 켐프, 이 운 좋은 자식. 너 땡잡았다! 전속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500명의 대대원 중에서 전속 신청한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고, 성공한 사람은 아버지 혼자였다고 한다.'  아버지에겐 한쪽 고막의 이상도 꿈 앞에선 문제될게 없었다. 노력만 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모아 놓기도 하고 남이 자신을 욕을 먹여도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왔던 분, 그런 분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까? 

아버지는 가장 귀한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내어 차가 고장이 났을 때 폐차장에 함께 가서 필요한 부품을 구하고 그 부품들로 자신이 고장내어 놓은 차를 혼자서 수리하게 한 아버지, ' 비록 내 솜씨가 형편없고 두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차를 못슨다 해도 직접 고치면서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물고기를 그냥 주는 것과 미끼 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차이를.' 탈무드에 자주 나오는 글을 이 글에서도 보는 듯 하다. 물고기를 선뜻 입에 물려 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려 했던 앞날을 내다 보는 아버지는 손수 몸으로 아들에게 보여주신듯 하다. 그의 교육 방법이 요즘 무엇이든 자식들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서 앞장서는 부모들과는 큰 차이를 보여주기도 하며 큰 가르침을 준다. 

남들처럼 배움이 큰것도 아니요 남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직업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식들과 함께 경험하고 느끼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었던 것 같다. 거기에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것들로 새로운 물건을 재탄생 시키면서 무엇이든 '의미' 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루게릭이라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육체를 어쩌지 못하는 병에 걸리고 나서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셨을까. '죽기전에' 하번 자신이 비행했던 비행기를 한번 보는 것을 꿈으로 여겨 아들에게 폐물처럼 버려진거아 같은 비행기에 앉아 보여지는 것들을 말해보라 하는 아버지의 꿈과 삶이 상실해가는 것을 보며 눈물이 글썽였다.난 내 아버지에게 잘하고 살고 있는 것일까. 이다음에 후회할 일을 지금 저지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고 여기고 무엇이든 못 만드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 아버지가 루게릭병으로 짧은 여생을 마루리 하고 몇 개월이 지난 후 아버지의 빈자리를 비로소 느낀 그가 아버지의 물건을 치우려 집에 갔다가 아버지가 늘 머문 '아버지의 장소' 인 차고에 들어가 보고서야 비로소 그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추억과 존재가치' 를 들여다 보게 된다. '내가 입버릇처럼 말했다시피 뭘 만드는 것에 관한 한 최고였고, 재료만 있으면 핵폭탄이라도 만들 수 있는 분이었다. 아버지가 궁리해 고치면 재활용하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재활용을 뛰어나게 잘하셨던 아버지는 처음 인생의 난관이었던 청력상실은 이겨냈지만 두번재 얻은 '루게릭병' 은 이겨내지 못하고 굴복을 하고 말은 아쉽고 안타까운 아버지의 인생을 뒤돌아 보며 아버지에게 보내는 연서처럼 쓴 짧은 글이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안겨 주기도 하며 눈물 흘리게 한다. 이시대의 아버지는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뒤로 밀려나 찬밥신세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한데 늘 자식들과 함께 하고 그들에게 추억이 되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되새기를 글을 읽으며 내 아버지에게도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내 옆을 지금 함께 해주고 있는 그에게도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너무 놀랍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나도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버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꼭 잡았다. 아버지의 손은 힘이없고 차가웠다. 아버지의 몸은 점점 기능을 멈추어가고 있었고, 눈물이 맺힌 채 반짝이는 눈만 심장 속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 너희들 그거 아니? 이제 아버지가 드디어 양쪽 귀로 들을 수 있게 됐구나!'  아버자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의 한 말씀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평생 한이 되었던 한쪽 귀의 청각상실이 얼마나 그를 힘들게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어머님의 말씀처럼 죽음으로 인해 양쪽 귀의 청각을 가지게 되었다. 

문득 이 책을 읽다보니 작년 여름에 아버지가 처음으로 큰병원에 입원하게 되시고 이것저것 검사결과 폐암2기라는 판정이 나고 우리 가족 모두가 지옥에 떨어진듯 하던 그 힘들었던 때가 생각이 났다. 난 처음으로 아버지의 나약한 모습을 보았고 팔십평생 자식들을 위해 농사를 지으시며 자식들 먹거리를 책임지셨던 강인한 분으로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몸은 그야말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장작개비 같았다. 아버지의 팔 다리를 주무르며 눈물짓던 그때, 남은 시간동안 좀더 잘해드려야 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도 잠시. 내 삶에 저 집중하게 되고 점점 아버지의 아픔을 잊게 되는 현실이 가슴 아프지만 어쩌지도 못하는 그 마음을 가끔 전화로 위로하는 못난 딸, 그래도 큰소리로 '허허' 웃으시며 한곳도 아프지 않으시다며 나와 내 아이들을 먼저 챙기시는 아버지, 아프지 말고 좀더 오래사시길 바래보며 이 책을 읽었다. 짧지만 느낌이 강한 이야기이며 지금 '나' 를 뒤돌아 보게 하는 책이다. 무언가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 실천할 때임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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