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의 숲에서 길을 잃다
'책은 인간의 분노나 슬픔,공포,놀라움,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흔들어 놓는 존재이지만 내가 최고로 생각하는 감정은 언제나 바로 웃음이다. 웃음을 주는 저저가 가장 좋다.' 라는 책머리의 말처럼 그녀이 전적인 <미녀냐 추녀냐>와 <발명 마니아>에서의 책을 너무 많이 읽고 러시아및 일본 뿐만이 아니라 동시통역과 번역이라는 직업 때문에 남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녀라 딱딱할 듯 하지만 막상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웃음과 재치' 가 있다. 동시통역과 번역을 다룬 <미녀냐 추녀냐> 도 비하인드 스토리처럼 겉모습은 멋진 동시통역이라는 일 뒤에 감추어진 일화들을 소개하는 장면마다 재치 넘치는 웃음이 있어 재밌게 읽었는데 <발명 마니아> 에서는 생활에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그녀나름 그림과 함께 새롭게 제시한 발명품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 것들이 많다. 어느 부분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은 '그녀의 대단한 독서량' 이라 볼 수 있는 듯 하다. 하루에 일곱 권의 책을 읽는 다는 정말 대단한 독서, 읽다보니 '속독' 이 되었다는 그녀의 독서는 어느 순간 눈에 지장이 오면서 조금은 느슨해졌겠지만 그녀의 일상이 된 독서가 정말 부럽기도 하고 책의 숲에서 길을 잃기 보다는 책 속에서 그녀 인생의 길을 찾은 듯 하여 배울점이 많음을 느낀다.

이 책은 '독서일기' 와 '서평' 이라는 두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번에 다 읽기 보다는 서평부분은 읽고 싶은 책의 서평을 찾아서 야금야금 오래도록 두고 봐도 좋을 듯 하다. 공산주의자인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독서를 하면서 익힌 러시아어가 그녀의 평생재산이 되고 그녀의 삶이 되었듯 모든 것은 첫술에 배부르지 않음을 깨우쳐주는 그녀의 독서, 언어 쇼크를 이겨내기 위하여 러시아문학을 읽었다는 그녀가 러시아여행중에 안내인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할 수 있음도 그녀의 독서에 의한 것이며 난소암에 걸려 암을 이겨내기 위한 지식을 습득한 것도 바로 '책' 이었다. '다른사람이 일처럼 여기며 읽을 때와는 달리 내 일이라 여기며 읽으니 놀란 만한 집중력이 발휘된다.... <항암제의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책> 에서는 암의 90%가 항암제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의학계의 실명까지 들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의 가공할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암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요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활 습관을 고친다. 둘째, 암의 공포에서 벗어난다. 셋째, 면역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넷째, 적극적으로 부교감신경을 자극한다... 아, 내가 10명만 더 있다면 모든 요법을 시험해 보는 건데.' 자신이 암이라는 큰 병과 싸우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치 않고 독서를 한 독서가이며 책 속에서 답을 찾고자 했던 그녀, 결국 난소암을 이기지 못하고 2006년 56세의 나이로 우리곁을 떠나갔지만 이 책에 소개된 서평을 보면 1995년 부터 2005년 까지 무려 십여년에 걸쳐서 쓴 서평을 모아 놓았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것이 없다.그렇다고 자국인 일본의 편에서서 옹호를 하는 것도 아니다. 폭 넓은 독서가 가져다 주는 '바른 비평' 의 눈으로 자신만의 당당함을 주장한다. '누군가에게는 '테러리스트' 이지만,다른 사람에게는 '자유의 전사' 다 라는 말처럼 한편이 말만 듣어 보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의 의견을 들어주고 귀기울여주어 자신만의 평을 내 놓는다. 요즘 '서평' 을 어느 부분에 넣어야 하는 말들이 있다. 서평도 나름 '창작' 이라는 말이 있듯이 책을 읽고 작가의 편을 들어주기 보다는 해박한 자신의 지식을 가미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창작품' 을 만들어 내 놓는, 자신만의 서평을 써 내려간 그녀를 보면 십년 뒤 나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을 해 본다. 어느 한 종류에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라 할 수 있겠고 '페트라처럼 문화재의 붕괴보다는 그보다 더한 난민을 볼 수 있는 눈' 을 키워야 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좁은 눈보다는 보다 더 넓은 것을 받아 들이고 볼 수 있는 '다양한 눈' 을 키울 수 있는 폭 넓은 독서를 배워본다.

고전에서 힘을 얻다.
'신간을 찾아 읽기에 바빠 과거에 나온 명저를 찾아보지 않는 젊은이가 너무 많아' 신간을 쫒아 읽으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녀는 '고전의 힘' 을 강조한다. 다이제스트로 나온 책보다는 원본에 가까운것을 읽어야 책의 깊이를 알 수 있다 했다. 다이제스트로 요약된 책을 읽고 나면 '고전' 이라 하는 책들은 뒤로 자꾸 미루게 된다. 하지만 한번 고전에 맞들이 이들은 원본으로 고전의 맛에 빠져든다. 한참 여고시절에 문학작품은 읽어야 하고 시간은 없을 때 다이제스트로 요약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런 책들을 읽다보면 정말 그 책이 가진 맛을 느끼지 못하고 '수박 겉 핡기' 를 하는것 같아 굵은 원본을 도서관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 또한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한 러시아문학들이 그런 맛을 들여준 것 같다. 그렇다고 고전에 국한된 독서가 아닌 개와 고양이를 키우며 '고양이' 에 대한 다양한 책을 읽기도 하고 '진딧물' 에 대한 책이며 접하지 않는 책 속에서 무언가 끄집어 내는 날렵한 그녀만이 서평가 다운 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정말 '대단한 책' 이다.

그녀의 일생이 '책' 으로 점철된 인생.
동시통역이나 번역도 그렇고 작가의 길이나 칼럼을 쓰는 일이며 모든 것들의 발단을 이룬 것은 '독서' 임을 말해준다. 우리가 접하지 못하는 책들이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가끔 내가 읽었거나 혹은 읽어보려고 했던 책을 만날 때의 느낌은 정말 타지에서 친구를 만난것처럼 반가움이다. '스말라의 눈에 대한 감각' 이란 책은 읽어야지 하면서 읽지 못하던 책인데 그녀의 서평을 보니 얼른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서평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일본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 이 <공중그네>의 이라부를 그녀의 서평에서 다시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자신이 암에 걸려 아플 때는 암에 관한 책들을 읽고 배우려 하고 함께 사는 고양이의 습성을 좀더 잘 알기 위하여 '고양이' 에 관한 책을 읽기도 했던 그녀의 대단한 책 읽기는 요즘 책과 멀리 하는 세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듯 하다. 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방대하다. 나의 독서와 서평을 쓰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지만 그녀의 '대단한 서평' 을 읽어 보고는 욕심을 내기 보다는 차근차근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만의 독서와 서평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것이 곧 먼 훗날에는 나의 자산이면서 내가 내 아이들에게 남겨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놓치는 것도 많지만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기록되고 남겨지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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