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탐닉 -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
옥선희 지음 / 푸르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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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너머로 기우는 해와 노을을 감상하기 위해, 오후 다섯시 이전에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북촌 십년지기 필자의 말중에 가장 부러운 말인듯 싶다. 조용한 한옥의 툇마루에 앉아 지는 해와 노을을 감상하며 하루를 마루리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일까. 그것이 일상이라 행복으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행복이란 일상의 소소함중에서 내가 풍족하게 누릴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다. 주머니에 꾹꾹 눌러 담아 넘치도록 해야 하는 부가 아닌 마음이 여유롭고 비울 수 있는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인듯 하다. 그런면에서 필자의 말은 콕콕 내 가슴에 박힌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모방송의 '다큐3일' 에서 모든 부분을 보지는 못했지만 '북촌' 을 다루는 편을 보았다. 북촌을 찾아오는 게스트인 외국인 여행자와 호스트인 주인들이 북촌에서 어우러지는 모습들을 보고는 너무도 탐이 났다. 워낙에 한옥을 좋아하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데 방송분에서 잊지 못하는 부분은 어느 일본 여자 여행자의 말이다. 북촌 한옥체험중에서 일본에 돌아가서도 잊지 못할 것은 바로 '소리' 라는 것이다. 툇마루의 '삐그덕' 하는 나무소리와 전통한지를 붙인 방문의 '삐그덕' 하는 소리를 잊지 못할 듯 하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죽은 나무가 살아서 내는 소리처럼 너무도 좋다는 말에 익숙한 우리는 그런 소리를 소리라 하기 보다는 '소음' 이라 할터인데 받아 들이는 것이 다르니 소음마져 아름다운,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어린 '아름다운 생의 소리' 가 된다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 작은 것에 외국인이 반하리라 누가 생각을 했을까. 그 프로를 보고는 아직 한번도 여행을 해보지 않은 '북촌' 이 가고 싶어졌다. 가족여행을 하거나 하루 이틀 국내여행을 하면 숙박시설로 '한옥체험' 을 해보려 하는데 기회가 잘 연결이 안되었다. 지난 봄에 남해여행을 가서 한옥집민박을 물었더니 다른것은 모두 좋은데 샤워시설이 안갖추어져 있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온돌에서 뜨듯하게 여독을 풀고 싶었는데 아쉬움으로 남겼다.

북촌지기 필자는 북촌에서 십년을 살았다 한다. 그전에 한옥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고 책을 읽다보니 우리것을 무척이나 아끼고 보존하려는 마음이 강한 분같다. 책은 크게 '북촌에 살다' 북촌을 거닐다' '북촌 밖을 서성이다' 세 편으로 나누어 이해를 돕기 위하여 길을 중심으로 부분부분 세세하게 나뉘어 놓았으며 역사를 담은 어제와 리모델링을 한 현재까지 그리고 필자의 미래의 북촌에 대한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아 절절한 북촌사랑을 오롯 표현해 놓아 '북촌 가이드' 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한옥이란 것이 그 집에 길들여지면 편하겠지만 우린 현재의 아파트나 한옥보다는 양옥에 길들여진 생활을 하였기에 한옥하면 불편하고 답답하다. 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양옥에서 얻지 못하는 '여유와 느림의 미학' 과 우리 역사까지 모든것을 아우르며 살 수 있지 않나싶다. 마당이 크지 않아 담장마다 아이스박스나 그외 나무상자에 꽃을 심고 식물을 심어도 난 너무 부럽기만 하다. 주변에 산재한 문화시설이나 북촌 밖의 재래시장이나 외국인들이 주를 이루어 조금 시끄럽다 하여도 내것을 지키고 가꾸며 살줄 아는 북촌지킴이들이야말로 일인 외교관이지 싶다. 

북촌은 개발되기 보다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 지켜졌으면 하는 나의 바램도 필자의 바램과 똑같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은 개발이 아니다.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것이 후대에도 유산으로 남겨줄 역사가 있는 것이고 외국인 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볼거리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하여 더 진보되다면 좋겠지만 ' 그 모습 그 대로' 가치가 있다면 보존이 되어야 한다. 불도저로 밀어부쳐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면 그것은 북촌이 아니다. 오랜 북촌의 역사가 지켜지고 있기에 우리말과 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북촌 안내서를 들고 북촌을 찾아 오듯 그곳에 가면 그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책의 사진만으로도 그 거리를 걷고 싶은, 정이 있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우리가 지나쳐 온 '전설' 이 있을것만 같은 현실속의 과거를 만나고 싶은 곳이다.

여름휴가를 멀리 외국으로 떠나기 보다는 우리의 것을 찾아 '북촌거리' 를 한번쯤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우리는 우리의 의식주에 대하여 제대로 평가를 하지 못한다. 일상이 되어 버린 것들에 존재가치를 두기 보다는 다른것에서 다른 곳에서 '가치' 를 찾기 위하여 떠난다. 자신이 속한 부분의 존재가치는 타인에 의해 평가되고 타인이 더 정확하게 판단해 주기 때문에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에 대하여 제대로 그 맛을 모르며 산다. 더 많은 것을 찾아 헤매이기 보다는 오늘은 내 주변의 것들에 눈을 돌려 봤으면 한다. 내가 속해 있는 지역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우리 마을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고 지금의 아파트가 들어서기전에는 무엇이었으며 어떤 이들이 살고 있었을까. 이 책은 내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책이기도 하다. 내겐 소소한 일상이 남에겐 큰 의미일지도 모르는 그 무엇을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며 좀더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어느 건물이나 물건에 대하여 역사를 알게 되고 나면 새롭게 보이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지금 이대로 북촌이 지켜지길 그리고 언젠가 꼭 한번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천천히 하나 하나의 북촌길을 걸어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시간과 역사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켜켜이 쌓인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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