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7시에 떠나네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은 순간순간 서로 교차하고 있다.’
중국여행에서 돌아온 날에 받은 세 통의 전화, 미란의 자살소식을 전해주는 언니와 자신이 출연한 라디오의 청취자한테 받은 전화.하진은 중국여행중 사진을 찍을 때 자신도 모르게 미란의 모습을 언뜻 보았다. 그런 미란이 자신의 손목을 그은것이다. 청취자라고 한 젊은 여자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남편을 잃었다. 누구에게 기대지도 못하고 하진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 그녀,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듣는 하진, 그녀 또한 청혼을 받았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상태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속에 누군가가 무언가 있는것 같지만 그녀는 한때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조카 미란이와 언니네, 잘 살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그들 속을 들여다보면 가족이지만 뿔뿔히 흩어져 버린 모래알 같다. 그런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잃어버리듯 했던 미란, 사랑하는 남자에게까지 사랑을 잃어버리고 결국 그녀가 선택한 길은 죽음이었다. 그녀 또한 자해를 하면서 그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렸다.이모인 하진처럼. 언니네와 미란 그리고 하진이 출연했던 라디오의 청취자인 여자와 하진 그들은 모두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들의 아픔은 ’기차’ 처럼 서로 연결되어 한방향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라고 적어 보냈어요..... 한번도 빠짐없이 그랬어요. 내가 7시가 아니라 8시라고 하여도 재킷을 가져다가 코앞에 디밀고 7시가 아니라 8시입니다. 라고 해도 메모지엔 늘 7라고 적어 보냈어요. 나중엔 나도 그 노래 제목이 꼭 기차는 7시에 떠나고가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였지요... 왜 그랬을까요?’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을 조카 미란과 함께 찾아 떠나보기로 한 하진은 자신이 예전에 자주 가던 다방과 그 다방에서 들었다는 노래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면서 들어나는 ’단서’ 들을 따라 뉴질랜드에서 제주도로 자신의 ’파편’ 을 찾아 떠나게 된다. 아픔을 간직한 조카 미란과 함께. 

’닳아진 조각보처럼 그와 여자가 낳아 기르고 있는 아이를 보는 순간 어떤 기억들이 부분부분 솟아나기도 하고,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이 기워지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김용선을 만남으로 해서 자신의 잃어버린 부분들을 되찾아 마침내 완성하는 조각보, 그들이 젊은날 아픔으로 인해 치유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다시 만남으로 인해 치유되고 자신을 찾는 그들, 미란 또한 이모와의 여행에서 새로운 자신을 설계한다. 젊은 날의 아픔을 치유하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 자신의 사랑을 받아 들일 수 있었던 하진 그리고 그녀를 아픔을 보면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한 윤은 현피디와 재결합을 하기로 하는 ’아픔과 치유’ 가 담긴 추리성격을 띤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는 소설에서 등장한 그리스 민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로 인해 더 기억에 남은 소설이 되었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 살아진다,이렇게.'
미란과 언니네를 비롯하여 주인공인 하진 또한 지난 시절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고 젊은 여자 청취자 또한 남편과의 아픔을 간직했지만 하진이 성우를 해보라며 권유를 해 그를 받아 들이며 제주도의 용선과 그도 하진을 만난 후 사랑의 치유를 하며 윤과 현은 재결합을 하고 하진도 자신 곁에 있는 사랑을 택하기로 한다. 모두의 아픔은 기차처럼 연결되어 있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치유’ 라는 조각보를 완성하여 삶을 현재진행형으로 돌려 놓는다. 어찌보면 삶은 아픔이 있어도 계속되고 아픔이 없는 삶이어도 계속된다. 하지만 아픔이 치유되었을때 그 삶은 더 값지게 빛이 난다. 아픔이 추억이 되고 현재의 자신을 다지는 약이 되어 더이상 흔들리지 않게 자신을 붙잡아 줄 기둥이 되게 한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는 작가의 오래전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재밌다. 추리기법이 가미가 되어 맛을 더해주고 잊지 않을 추억의 노래가 들어가 소설은 더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다. 비 오는 날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라는 노래와 함께 읽으니 더 잊지 못한 소설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