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포차 버들골 이야기 - 7평 허름한 가게에 ‘정성’이 가져온 기적
문준용 지음 / 글로세움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절대 밀릴 수는 없다. 그게 절대 밀려날 수 없다는 내 의지였다.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하늘이 야속하기도 했다. 정초부터 불난리라니 액땜치곤 너무 과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간사한 건지, 내가 엄청 긍정적인건지, '불난 집은 부자가 된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서글프기도 햇지만 속맘엔 은근히 정초에 불까지 났으니 ' 아, 얼마나 잘되려고 그러나' 기대도 있었다.'  바닥까지 밀려 났기에 그가 더이상 밀려 날곳이 없었던 것인가, 아님 가게를 열고 얼만 안되는 수입이던 때 정초에 불난리를 겪어서 그야말로 '버들골' 에 난리가 난것일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모든것 체져 놓고 손님의 말에 기울일줄 아는 주인이 있고 손님의 마음에 그야말로 <정성>으로 대한 그가 있어 가게가 대박이 나지 않았나싶다.

'장사는 요령이 아니고 정성임을 깨달았다.'
조금 잘되면 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가난하던 시절을,진정 자신이 바닥이던 시절을 잊을 때가 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고 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손님의 말에 귀 기울이며 손님의 의견을 자신의 음식에 반영하니 잘되지 말란 법이 없을 듯 하다. 그가 잘 나가던 시절, 여기저기에서 돈을 끌어다 신발공장을 차리고 IMF로 정말 가족을 버리듯 바닥으로 밀려난 그가 택할 수 있는 삶은 무엇이었을까? 노숙자를 많이 배출했던 IMF, 아직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보면 그는 정말 성공한 사람이다. 지금 그의 위치를 본다고 해도 성공의 반열에 그를 올려 놓아도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듯함이 오롯이 담겨진 '버들골 이야기' 그곳엔 정이 있고 사람냄새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낭만이 있어 더 좋은 곳인듯 하다. 

'손님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고마운 스승님이까.'
언제까지 포장마차 주인으로 남아 내가 힘들 때 가게를 찾아 주었던 손님들을 맞고 싶다는 주인장의 철학이 넘 맘에 든다. 이제는 물러나 뒤에서 지켜봐도 되는 위치가 되었지만 그가 '희망' 을 찾은 일터이고 '정' 으로 이룩한 세월이 녹녹히 녹아난 '버들골' 은 읽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났다. 일년여 동안 집앞의 분식집에서 알바를 한적이 있다. 나중에 좀더 나이를 먹으면 내 이름의 북카페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몸으로 경험을 쌓아 보려고 시간도 벌겸 알바를 했는데 남의 돈을 받기란 정말 힘들었다. 더구나 식당일이라는 것이 좀처럼 짬이 나지 않았다. 몸도 힘들고 맘도 힘들었지만 내 삶에 좀더 자신감을 심어준 시간들이었고 무엇이든 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 을 발견하기도 했으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다.그때 손님들과 부딪히며 얼마나 힘들었는지,그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었지만 어느정도 귀 기울여 준다는 것이 보통 힘든일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솔직 담백한 경험의 세월은 가슴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주전자에서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면 따듯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종이컵에 안전하게 물을 따른다. 욕심을 부리면 커피 맛이 달라진다. 가슴이 차지도록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 화가 났던 기억설탕처럼 달콤하게 녹는다. 돌아보면 견딜 수 있는 고통 앞에 서 괜한 엄살을 떨었다. 주전자가 제 몸을 먼저 데워서 쏟아내는 뜨거운 물이 비록 한 잔 커피를 위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본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문제의 답은 손님 테이블에 있다.'
손님 테이블에 작은 고추가루 하나 허투루 넘겨 보지 않고 남긴 반찬 하나하나 조밀조밀 따져 보아 좀더 나은 내일의 설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그 작은 곳에서 발견하여 들려준다. 식당에 음식을 먹으러 가면 테이블이 지저분한 곳이 많다. 손님이 오면 테이블을 한 번 닦아 주는 것이 아니라 반찬이나 그외 물컵등을 먼저 내오기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기가 꺼려 질 때가 있다. 그럴때는 냅킨을 꺼내어 올려 놓기도 하는데 미리 한번 깨끗하게 닦아주는 센쓰를 발휘하여 손님이 찡그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작은 배려' 애서 부터 손님의 마음을 읽으니 손님과의 거리를 좀더 좁히고 손님의 마음을 읽어주어 십년지기 단골손님들을 많이 확보하지 않았나 한다.그렇게 하여 '손님 감동' 으로 이어졌으니 그간의 세월동안 감동과 정에 얽힌 사연과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싶다. '돈은 열심히 일하면 벌린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먼저 스스로 감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늘 발전하고 생각하고 좀더 '사람속을 파고드는' 그런 주인장이 되려 하는 그의 철학이 참 맘에 든다. 음식을 담아 내기전에 미리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시식을 선보여 손님의 입에 맞는 음식을 내 놓으려 하는 주인의 자세가 있으니 그곳을 찾는 손님이라면 얼굴을 찡그리는 일은 드물듯 하다. 누구에게나 맘에 맞을 수는 없겠지만 손님의 맘에 근사치 다가가려는 자세가 중요한듯 하다. 자신의 돈벌이를 위하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려는 자세가 더 중요한듯 하다.그런 그의 철학이 있어 빚쟁이들에게 밀려 바닥으로 나 앉은 그를 현재로 만들어 준 듯 하다. '나는 똑똑한 사람보다 따듯한 사람이 더 좋다.'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정말 낭만포차인듯 하다. 그곳에 가면 사람의 정이 있고 따듯함이 묻어나 가슴안에 묻어 두었던 지난 이야기들도 모두 꺼내 놓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지금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무언가 나만의 '희망' 을 꿈꾸고 있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주머니가 넉넉해서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따듯해서 부자인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잠시 행복한 낭만을 꿈 꿀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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