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J.M.G.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곳이 바로 그들의 진정한 세계였다. 금속과 시멘트의 도시가 아닌, 이 모래, 이 돌, 이 하늘, 이 태양, 이 침묵, 이 고통은 샘이 흐르는 소리와 인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그들의 세계였다.’  사막, 그곳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모래만 존재할 것 같은 그들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하여 조상들은 ’문명’ 과 싸우며 그곳을 지켜냈다. 태어나면서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조상과는 ’단절’ 된 그녀는 고모인 아암마와 함께 살아가며 엄마의 이야기,조상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소설은 랄라의 조상인 ’누르’ 의 이야기와 현재 사막에서 살고 있는 ’랄라’ 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날실과 씨실처럼 엮어 아름다운 한편의 서사시를 만들어냈다.

모래사막과 바다가 전부인 그곳, 그녀가 문명세계에 대하여 전해 듣는것은 ’나망’ 이라는 늙은 어부에게서가 전부이다. 그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가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사막을 사랑하고 자연이 몸에 벤 강인한 소녀이다. 사막에는 말은 통하지 않지만 ’휘파람’ 만으로도 동물을 움직이고 통제하게 하는 목동인 ’하르타니’ 가 있다. 그는 그녀보다 두살아래지만 그의 강인한 눈빛과 거침없이 사막을 제 집처럼 질주하는 그에게서 강한 사랑을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문명세계에서 온 결혼할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가 가져온 ’문명’ 이나 ’돈’ 으로 비유될 것들은 그녀에게 필요치 않다. 랄라에겐 아무것도 없지만 사막의 자유로움과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하르타니가 그녀의 삶의 안내자이고 동반자인것 것이다. 하르타니도 그녀도 사막을 떠나서의 삶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함께 누워 밤하늘의 별들을 온몸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순간, 그곳은 그녀에게 어머니이고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인 곳이다.

사막에서의 행복한  기억들, ’랄라는 모든 길들과 모래언덕의 움푹 파인 웅덩이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눈을 감고도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맨발로 땅을 디디기만 해도 지금 어디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어머니의 자궁처럼 안전하고 행복한 곳에서 비록 먹을 것은 부족하지만 행복으로 충만한 그녀의 사막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아름다운 시처럼 고운 모래알로 박혀 느린 템포로 읽어야만 사막 곳곳을 탐험하고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처럼 ’카메라’ 로 찍어 놓은 듯 정교하게 그려낸 문장들은 급속은 안된다는 경제속도를 숨겨 놓은 것처럼 진도가 나지 않는다.그래도 작가가 그려낸 정교한 모래언덕을 함께 걷고 있는 것처럼 독서의 즐거움은 스러지지 않는다. 

하르타니와 새로운 삶은 선택하여 탈출을 하였던 그녀,마르세이유의 허름한 빈민가에서 새로운 삶에 도전을 하지만 껍데기만 다른 삶, 마음은 늘 ’사막’ 의 자유롭고 자연과 함께 하던 그 때로 향하고 있었다. ’ 다음에 떠나실 때는 나도 데려가주세요.’ 랄라가 나망에게 말하면 ’ 그렇지만 너는 가게 될거야. 이 도시들은 모두 볼 수 있을 테지.그리고 나처럼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게야.’ 나망이 다시 사막으로 돌아온 것처럼 랄라 그녀 또한 마르세이유의 삶에 길들여지기도 전에 그녀는 원시의 삶인 살아 숨쉬는 사막으로 돌아와 하루타니의 아이를 출산한다. 사막에서 살 때는 문화적인 삶을 동경했지만 막상 자신이 그 삶을 겪어 보고는 물질이 풍부한 삶이 모든이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에게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하고 강인한 사막이 자신이 살아야 할 곳이란 것을 알게 된다.

’대사막, 그곳에서는 말야, 사람들이 며칠을 걸어도 집 한 채 보이지 않고 우물 하나도 마주칠 수 없을 때가 있단다. 왜냐하면 사막은 너무 광막해서 아무도 사막을 전부 샅샅이 알 수가 없기 때문이야. 사막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마치 바다 위에 뜬 배에 타고 있는 것과도 같아서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아무도 알 수 없어,어떤 때는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지.’

’도시는 이상한 곳이다.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사막에도 삶이 있고 자유가 있고 자연이 있고 폭풍우가 있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문명이 발달된 곳만 역사가 있고 행복이 있다는 것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 들이는 작가의 역량이 담겨 있다. 랄라가 일탈을 꿈꾸는 삶은 우리도 한 번쯤은 꿈꾸며 산다. 하지만 자신이 사는 일상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며 살는 삶이 대부분이라면 한번쯤 경험을 하듯 새로운 일탈을 행하며 산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한 듯 하다. 마르세이유에서의 삶에 익숙하지 못했던 것 또한 사막의 자유에 너무 깃들여져 있어서가 아닌가 한다.

이 책은 언젠가는 꼭 한번은 ’사막여행’ 을 하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어 더 읽게 되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을 가지고 있지만 ’노벨문학상’ 의 작가들 책은 왠지 더 읽혀지지 않는다.작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더 뒤로 미루다 잡게 되었는데 언젠가 티비에서 보았던 사막여행중 장면중에 물한방을 떨어 뜨리니 바삭 말라 있던 죽은 식물과 같았던 것이 금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사막의 자연에 길들여진 식물을 보고는 모래뿐이라고 알고 있는 그곳에도 생명이 있는 식물과 동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소설도 더 재밌게 읽었을지 모른다. 랄라가 누리던 사막의 자연과 자유과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결코 누릴 수 없고 볼 수 없음을 알기에 그녀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사막을 떠나보고나서야 진정한 사막의 가치를 발견하듯 다시금 되돌아온 그녀의 앞으로의 삶이 희망적이고 새 생명이 있기에 더 기대가 된다. 청색인간의 피를 물려 받았지만 조상과 어머니와 단절된 그녀가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고 만들어 가는,새 생명의 잉태가 모성애를 품은 사막이어서 더 행복인지 모르겠다.소설을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아 조금은 조급하기도 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읽다보면 한편의 시를 읽듯,한장의 정교한 그림을 보듯 사막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조상의 이야기는 왼쪽 페이지가 약간 들어가게 하는 정교함으로 현실과 구분 지어 놓기도 하는 세세함 속에 정말 정교하게 짜여진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을 본 듯한 느낌은 비단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를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른 작품들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