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중이 하나만 있으면 됐지 왜 두 개를 가지겠느냐. 두 개는 군더더기이니 무소유라 할 수 없으니라.'
법정 스님은 가셨지만 스님이 가신 길 위로 뿌려진 '무소유' 의 홀씨들은 모든이들의 가슴 깊숙히 박혀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나싶다.이 소설을 읽기전에 석.탄.일에 모방송에서 특집다큐로 하는 '법정스님' 에 대한 것을 보게 되었다. 중간정도에서 보았는가 잘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스님이 스쳐간 흔적마다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이야기와 그들이 들려 주는 '인간법정' 의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진 '깐깐하면서 대쪽같은' 그런 존재가 아닌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나눔을 베풀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정말 우리가 존경해야할 '멘토' 였던 분, <소설 무소유> 도 방송과 비슷한 '인간 법정' 에 대한 이야기라 비슷한 감도 있었다.

가난을 알았기에 가난을 밑바탕으로 하였기에 자신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면서 모든것을 나누려했던 정말 '무소유의 실천자' 법정스님, 난 그분이 스님이기 이전에 '폐암' 이라는 병으로 돌아가셔서 더 가슴이 아프다. 친정아버지도 폐암판정을 받으셨는데 마지막 고통을 그분처럼 겪으시다 가실듯 하여 더욱 마음이 아프다. 치료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죽음' 으로 담담하게 받아 들이셨던 분,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혼자의 삶을 택해 강원도 산골로 들어갔지만 추운것을 견디지 못하시고 따듯한 제주도에서 마지막 삶을 보내셨던 분, 이웃분들이 법정스님인줄도 몰랐다는 인터뷰가 아른아른 한다.

작가 또한 스님보다는 '인간법정' 에 대하여 소설을 썼다고 했다. 그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뿌리를 뒤로 하며 책 세 권을 들고 집을 나올때는 모두가 보고 싶고 다시 발길을 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한 길만 추구하며 자신을 이끌어준 '효봉스님' 의 무소유의 삶을 받아 들이며 자신 또한 그와 같은 인물이 되어 한시대를 맑고 향기롭게 채우고 흔들고 가신 분, 그분의 향기가 그립다. 소설은 어린시절부터 하여 그의 스님으로의 삶보다 어떻게 그가 구도자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하는 인간적인 면을 더 중요시하며 그의 궤적을 훑고 있다. 우물가의 밥풀하나 국수 한 가닥에도 마음을 쓰시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드신 '빠삐용의자' 는 지금은 다리가 하나 부러져 있지만 의자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나 시적이면서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이야기이면서 주이을 잃은 의자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사람을 새롭게 조명하기란 그가 가고 난 시간이 너무 짧을 수도 있지만 유언처럼 그의 영혼이 담긴 글들을 더이상 출판하지 말라고 하신 것처럼 그래서일까 더 그가 지나고 난 삶이 궁금해질 수도 있는데 소설은 그런 갈증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짓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통에 사용하여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일체의 번거로운 장례의식은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라.화환과 부의금을 받지 말라. 삼일장 하지 말고 지체 없이 화장하라.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고 사리를 찾지 말고,탑고, 비도 세우지 말라.' 그분의 행적을 지우기엔 너무도 큰 획을 그으며 사시다 가셨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점 부끄러움 없이 사시며 빈손으로 가는 마지막 길이 무엇이란 것을 실천하고 가신 듯 하다.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 의해 많은 것을 가질 수도 저작권료로 인해 남보다 더 부유할 수 있었던 그 모든 것들을 알게모르게 다시금 사회에 환원하듯 자신의 삶을 되집어보며 굴곡을 가져다 주었던 사람들에 대하여 모두 베풀고 가신 그분, 어느 불자의 말씀처럼 불일암은 꽃이 먼저 맘에 들고 꽃을 좋아해 선택한 곳이었다는 말씀이 지워지질 않는다. 꽃을 좋아하고 꽃과 함께 사시다 꽃처럼 가시며 꽃씨를 우리에게 숙제처럼 남겨 가신 분이다.

'나는 근래에 와서 사람을 그리워해본 적이 전혀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면 삶에 그늘이 진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마주침이거나 스치고 지나감이다. 그것에는 영혼의 메아리가 없다. 영혼의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소설 속에는 그분의 '향기로운 말씀' 많다. 밑줄 긋고 살짝 접어 놓은 곳들이 이 책 또한 많다. 스님이기보다는 '인간 법정' 의 한 삶을 다시 되집어 본다는 의미로 죽죽 읽어나갔는데 아직도 그분이 떠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것은 아직도 그가 남긴 '맑고 향기로움' 이 우리 주위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음일까. 소박하면서도 표 나지 않게 살려고 한 삶이 너무고 깊은 협곡을 남기고 가신 분,그분이 생각날때 가끔 한귀절씩 들춰보며 내 삶을 담금질 할 수 있는 책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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