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올해 초,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형제밖에 없는데 동생이 갑자기 교통사고로,그것도 큰조카를 보러 가는 길에 형님을 뵈러 가야 한다며 서둘러 떠났던 길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는 작년 여름에 암판정을 받았지만 본인은 아직 모르고 다른 가족과 친척들만 알고 있기에 작은아버지도 그동안 아버지께 잘하지 못했다며 반성의 의미인지 시간이 날때마다 오며가며 들르셨다. 한평생 땅이 최고인줄 알고 농사만 지으며 욕심없이 사신 아버지, 그와 반대로 작은아버지는 아버지보다는 고생을 덜 하고 사셨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형님은 늘 뒷전이었다. 그런 형님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챙겨드린다며 서둘렀는데 아버지보다 더 앞서서 가셨다. 아버지는 통곡을 하시다 끝내 쓰러지셨다. 정신을 차리시고도 동생을 그리며 얼마나 눈물을 흘리시는지 옆에서 있던 나도 눈물을 참지 못하고 아버지 건강이 걱정되어 발을 동동 구르던 생각이 난다. 

요즘 40,50대의 우리 가장들은 설 자리가 없다. 사회적으로도 밀려나는 나이이지만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면 스스로 큰 것처럼 가장인 아버지 보다는 아버지의 능력이나 재물로 평가를 하기도 한다. 소설의 아버지인 흥기 또한 누나의 힘으로 어렵게 대학을 나오긴 했지만 현재의 위치는 자신도 그렇지만 아들들이나 그외 사람들에게도 그리 좋지 않은 평을 받는 자리에 있다. 혼자서 잘나가시는 박사님 사무실에서 월급만 충내는 그는 그렇다고 그 사무실을 뛰쳐나가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그러기엔 그에게 걸리는 사항들이 너무도 많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아들과 고시를 준비하는 작은 아들을 위해 강남에서 겨우 버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벌써 무너져 버린 그의 성成이다. 뭔가가 바닥부터 삐뚫어져 바람이라도 불면 금세 흔들흔들 무너져 버릴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인생은 제 의지나 땀보다는 흐르는 세월이 결정짓는 경우가 더 흔했다.' 자신의 의지로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찌하다보니 지금의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그에겐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완력으로 아내의 뜻을 거르고 앞일을 밀고 나아기엔 너무도 비축한 힘이 없기도 하거니와 빚이 너무도 짐이 된다. 어찌해야 할까. 자신에 반해 친구들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너무도 당당히 잘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친구며 주식투자를 하는 친구며 카센터를 하는 친구며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된듯 한데 자신만이 위축되는 세상, 하지만 그런 흥기를 누나는 제일 잘난 동생으로 삶의 낙으로 여기며 산다. 번듯한 직장의 연구소 박사라며... 자신의 힘을 빌어 뭔가 일을 도모해 보려는 친구도 그의 등에 기댄다. 하지만 그에겐 아무런 힘이 없다. 모두가 허울 좋은 껍데기 일뿐이다.

한시바삐 이 싯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을 찾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늘 망설이고 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보며 그 사람의 꿈을 꾸었던 거지.'  '허깨비를 붙잡고 허우적 거리는 꼴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은 허깨비 같은 삶이었을까? 지방대를 다니는 큰아들마져 자신의 길을 찾겠다며 남은 학기를 포기하고 자취를 감추고 점점 빚에 목이 조여 오며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발을 들여 놓고 마는 흥기, 하지만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마지막 발버둥을 치는 순간에 큰아들의 사고소식이 전해지고 모든 것은 그야말로 한꺼번에 닥쳐 감당을 할 수 없이 밀물처럼 그에게 덮쳐오고 만다. 사는게 그런것 같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겪고 나면 어려움을 이겨내는 더 큰 힘이 생기듯 아들의 사고를 잘 마무리 하고 그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자신의 죄 값을 톡톡이 받겠다는 것.

'미쳤던 거야, 우린 모두! 진짜 소중한 건 까맣게 잊어버린 채, 우리 스스로 허상에 중독되어 죽어 가고 있어.그게 우리의 진짜 속살이라고!' 공부잘하고 고시를 준비하는 둘째에게 올인하듯 하던 아내, 되는 일이 없는 일에 매달리며 자신의 능력을 죽이며 살던 흥기,자신의 길이 아님을 뒷늦게 깨우치고 기술을 습득하여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큰아들 상인, 자신만 아는 이기심에서 탈피를 하여 사람을 생각하는 그런 도량이 넓은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상우,친구 상인을 보며 자신의 길을 새로 선택한 수경과 그외 아버지 흥기의 친구들은 지금의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단면이다. 자신의 진짜 소중한 꿈을 잃어버리고 타인의 꿈을 쫓아 내 꿈인양 따라다니는 인생, 허 속에 실이 죽어가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설속 아버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자신의 삶은 안전한지.

'아무튼 고마워. 난 네 덕에 알을 깨고 태어난 거야, 별 고통없이.이제 너도 깨뜨려 봐. 마음속에 담아 놓기만 해서는 안돼.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온다는 것은 네 목소리로 말한다는 거야. 그래야 널 너 자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자신의 알을 자신이 깨느냐 남이 깨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남이 깨주면 후라이가 되지만 자신이 깨면 병아리가 될 수 있듯이 수경은 상인을 보고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되어 자신의 꿈을 키우며 새로운 세상을 맞아 들였다. 아픔을 이겨내는 큰아들을 보며 아버지 흥기 또한 새로운 결심을 하고 아내인 영주 또한 욕심을 버리고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난다. ' 나도 몰라. 이제 당신이 나 제대로 책임져.나 이제 희망 없어. 그런데 욕심을 버리고 나니 마음은 편해지더라. 상인이 상우야 저들이 알아서 살겠지.' 아내의 말이 곧 남편 흥기의 말이나 마찬가지 일터, <아버지의 눈물> 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안겨준다. 자신의 꿈이 아닌 타인의 꿈과 욕심으로 얼룩져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을 하며 자신의 꿈과 희망으로 좀더 가족을 보듬으며 살아가길 바란다. 

요즘 우리의 사십대도 오십대도 위기의 아버지이고 가장이다. 회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하여 안간힘을 다 쓰고 있지만 젊은 능력에 의해 밀려나는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밀려나 더이상 갈 자리도 설 자리도 없이 방황을 한다. 가장인 아버지가 똑바로 서야 가정이 바로 서고 가족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설터인데 가장이 흔들리니 가정이 흔들리고 나라가 흔들거리는 것 같다. 더 많은 아버지의 눈물이 없이 모두가 행복한 가정 모두가 웃는 가족이 되길 소설을 읽으며 바래본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도 가족의 힘이고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것도 가족이다.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한 그날까지 우리의 아버지들이 모두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나의 아버지에게도 한번도 해보지 못한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아버지 사랑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