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치,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네.'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살고 또 어떻게 죽어야 할지 스스로 '인간 교과서' 가 되기로 자처한 모리 교수, 그에게 육체란 그저 맑은 영혼을 감싸고 있는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단단한 것일까.루게릭 병,흔하지 않은 병이지만 최근의 영화에서도 보여지고 매체를 통해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나오며 생소하던 병은 낯설지는 않지만 그사람의 최후를 그저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최근 주위의 친근했던 사람들이나 가까운 친척들이 곁을 떠나는 일이 종종 발생을 하여 슬픔에 잠긴 일이 다른때보다 많았다. 그들중에는 스스로 삶을 비관하여 죽음을 선택한 사람도 있고 얼마전에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신 작은아버지처럼 자신이 나서는 길이 마지막 길인지도 모르고 나섰다고 뜻하지 않게 선택된 사람도 있고 자신안에 숨어 있는 병을 발견하지 못하여 갑자기 병에 지고 만 사람도 있다. 슬픔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였기에 갑자기 닥친 유와 무의 사이에서 한동안 방황을 하기도 하고 무의 존재를 믿지 못하던 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준비하지는 못한다. 그런 반면에 어쩌면 자신의 남은 시간들을 자로 재듯 하루하루 지워 나가며 자신의 육체에서 영혼이 서서히 빠져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무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또 그런 일을 옆에서 지켜 본다는 것은 얼마나 큰 고통이며 안타까움일지 내 아버지가 큰 병을 얻고 나니 새삼스러워졌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 한사람이 한동안 차지한 공간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우리를 지배한다. 그런면에서 자신의 죽음을 기록하듯 제자와 마지막까지 함께한 모리 교수의 죽음에 대한 의연함은 가슴을 적신다.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리던 미치에게 서서히 몸이 굳어가면서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는 모리교수와의 만남은 그 자신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암과의 사투에도 가족과 함께 하지 않고 멀리하고 있는 동생과의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그가 모리교수와는 어떻게 작별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점점 자신의 육체를 병에게 점멸당하면서도 '영혼' 을 잃지 않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모리교수는 그랬다. 자신이 육체가 서서히 굳어가면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인정해 나감으로 좀더 자신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낼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러면서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고 모두를 용서하고 동생과 화해를 하라는 충고를 해준 모리,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기를 바랬던 노교수 모리는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 같다.비록 병에 육체를 빼앗기기기는 했지만 그의 정신은 마지막까지 온전히 지킨듯 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최후에 남길 수 있는 말들이 무엇이 있을까. 거창한 것이 아닌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 그보다 더한 것들이 있겠지만 사소한 것들도 하지 못하고 마음에 쌓아두고 우린 어쩌면 스스로 벽을 만들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벽을 허물기에는 한평생이 걸릴수도 있고 단시간에 허물어지기도 하겠지만 스스로 만든 벽에 갇혀 나약하게 살기 보다는 '자기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라는 말처럼 그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베풀며 산다는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나이 드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은 아니네.그것은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야.' 왜 그 마지막 순간에 깨달아야 하나. 마지막까지도 깨달지 못하는 이도 있겠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선 모리교수가 전해주는 말들은 모두가 주옥같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만족을 주는 것 또한 '자네가 줄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 이라며 베품을 강조한 노교수, 인간은 늙고 병들고 쇠락해지면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듯 보살핌을 원한다. 그런 그의 곁에서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며 깨우친 미치는 노교수의 말을 빌어 '사랑은 살아있는 방법.' 이라고 전해준다.

'테드. 이 병이 내 영혼을 두드려대고 있어요.하지만 내 영혼을 잡아먹진 못할 거예요. 내 몸은 잡아먹겠지만, 내 영혼은 '절대로' 잡아먹지 못해요.' 병이 서서히 발끝부터 가슴까지 그리고 언어까지 잠식해 들어와도 그의 영혼은 결코 지배하질 못했다. 강인한 정신력,영혼을 보여주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언가 놓치고 있다면 지금 뒤돌아 보고 자신안에 있는 사랑을 베풀라는 노교수의 말이 가슴에 맺힌다. 사랑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마음을 쓸 때가 진정한 사랑이라 말한 노교수의 울림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버지 때문일까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어찌보면 제일 험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모르는 그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 안에서 춤을 추었던 노교수는 어찌보면 자신안에 있던 마지막 '사랑의 알맹이' 까지 모두 빼내어 이 책에 고스란히 남겨 놓지 않았나싶다. 삶이 힘들때 슬픔이 모두 나의 것처럼 느껴질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바른 길인가 의문이 들 때 읽는 다면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죽음은 내겐 더 열심히 살아가라는, 삶의 길목에 등불을 밝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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