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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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바로 지상에서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 있는 거랍니다.'
착한 일,좋은 일을 해야만 가는 곳이라 알고 있는 천국, 그런 의미의 천국보다는 작가는 이해와 용서 모든것을 '원점'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천국에 비유한 듯 하다. 지난 일월에 올겨울 유난히도 많이 내리던 눈때문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작은아버지를 잃게 되었다. 아버지도 작년 여름에 암선고를 받으시고 수술도 못하시고 병마와 싸우고 있어 젊은시절 형인 아버지에게 그리 살갑게 하지 못하던 작은아버지는 빈손이라도 오며가며 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에 자주 들르셨다. 그러면서 우리와 만나 마음에 담아 놓았던 말씀도 꺼내 놓으시고 칠순을 눈 앞에 두고 있고 형이면서 아버지와 같았던 친정아버지가 아프시다니 몹시 마음이 아프셨던 모양이다. 그동안 못해드린것 미안하다며 심경을 토로하던 쓸쓸하고 외롭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작은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도 아버지를 뵈러 오시던 길이었다. 명절을 눈 앞에 두고 무언가 급하셨던지 형님을 뵙고 싶다며 서둘러 눈길을 달리시다가 사고를 당하셨고 마지막 '죽음' 에 대한 언질도 주지 않으시고 급하게 가셨다. 작은아버지는 지금 천국에 계실까? 아니 핏덩이를 남겨 놓고 일찍 가셨던 부모님 품에 안겨 그간 나누지 못한 정과 재롱을 떨고 계실까. 

너무 갑작스런 사고와 죽음에 작은아버지에게 향하던 애증이 용서와 이해로 돌아섰다. 그분을 편하게 보내드리고 싶었다. 천국이 그런 곳일까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을 해 보았다. 83세의 에디가 자신의 생일날에 평생을 함께 한 직장인 '루비가든' 에서 자신은 인생에서는 운이 없었던 아이를 구하며 마지막 생을 하다며 만나게 되는 '천국'. 그가 만나는 다섯 사람이 전해주는 용서와 이해와 사랑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는 몇 번의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다.

'우연한 행위는 없다는 것,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 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삶과 죽음에는 공평함이 없어요. 있다면 착한 사람이 젊어서 죽는 일이란 없겠지요...... 모든 삶이 서로 엮여 있다는 걸 영혼 깊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요. 죽음은 그저 어떤 사람을 데려가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옆을 슬쩍 비켜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둘의 생사가 엇갈리는 겁니다.'  내가 아니고 내 가족이 아니고 나와 가까운 이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할때가 있다. 나에게 닥친 불행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내게 온 불행이 아니라 쉽게 생각하는 죽음과 그리고 그가 살고 간 삶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나 하나가 아닌 모두의 삶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인생을 보는 눈을 키워준 소설.

'죽는 것? 그게 모든 것의 끝은 아니라네, 우린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하지만 지상에서 일어난 일은 시작일 뿐이지.' 시작은 곧 끝이고 끝은 곧 시작처럼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죽음이 다른 세상의 삶으로 가는 시작이라는 그래서 지상에서의 미움이며 용서하지 못한 사람과의 화해로 마무리를 짓는 에디의 지난 삶에서 만난 다섯 사람, 어린시절 형과 공놀이를 하다가 그 공이 잘못 굴러 가면서 죽음을 맞게 된 에디가 몰랐던 타인의 죽음, '타인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일뿐.'이라는 말처럼 자신과는 아무 연관이 없을것 같은 사람의 죽음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그를 비롯해 원만하게 관계를 갖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화해와 이해, 자신이 몰랐던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 보고 진실로 그를 이해하게 되는,우린 우리에게 보여지는 단면만을 보고 타인을 판단하고 결론을 진다. 그런 획일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해 주는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은 독이에요. 그것은 안에서 당신을 잡아먹지요. 흔히 분노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기처럼 생각되지만 증오는 굽은 칼날과 같아요. 그 칼을 휘두르면 우리 자신이 다쳐요.' 어느날부턴가 자신을 지배하는 <독>을 품고 그 독으로 타인까지 죽게 만드는 그 늪에서 벗어나는 법을 가르쳐준다. 내 몸에 존재하는 독을 하나씩 버리고 나면 오는 <가벼움> 비로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단계처럼 지상에서의 모든것을 털어버리는 에디의 만남은 내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천국에 가는 길은 어쩌면 자신의 어깨와 가슴에 누적된 미움과 증오를 훌훌 털어버리듯 빈껍데기인 가벼움의 처음 상태로 돌아가듯 내가 살아온 <타인>들과의 연결고리를 매끄럽게 하는 시작이며 끝인것 같다. 빈 손으로 들어가는 그 길을 무엇때문에 우왕좌왕하며 욕심을 부리며 하나를 더 채우려 했는지 지난날을 돌아보면 부끄럽게 만드는 이야기, '용서하세요' 자존심 때문에 용서하지 못한 일들과 사람들이 있다. 지나고 나면 아무일도 아니고 나의 일처럼 생각하면 먼저 손을 내밀고 용서를 구할 일도 체면이나 지위 자존심 때문에 삶을 얼룩지게 만든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읽게 되는 소설로 죽음 또한 삶의 일부이며 나도 타인에게는 인생 한부분의 연결고리와 같은 존재이며 먼저 용서하고 이해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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