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후안 룰포 외 지음, 김현균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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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폴란드편을 읽고 너무 좋아서 스페인편을 읽게 되었다.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지 못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낯선 문화와의 조우라 더 기대감이 컸다. 한 권에서 여러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독자들에게는 행운이다. 전권을 구매하고프지만 한 권 한 권 구매하여 읽는 맛이 더 좋을 듯 하여 기회가 주어질때마다 낱권으로 구매를 해보려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중에 제일 눈에 익은 작가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이다. 그의 작품중에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읽어 보았고 다른 작가중에 '이사벨 아옌데' 는 그에 대한 소개를 읽어 보았지만 아직 책은 접해보지 못해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낯설다. 작가및 문화가 낯설어 읽기전에 걱정을 했지만 첫 작품부터 내 걱정을 싹 쓸어준다. 

레오뽈도 알라스의 <안녕,꼬르데라!> 이 작품은 폴란드편에 있던 '우리들의 조랑말'과 비슷한 감이 있다. 꼬르데라는 쌍둥이 로사와 삐닌이 키우는 늙은 암소이다. 전원적인 삶을 사는 그들의 마을에도 전봇대와 철도가 개통되고 어머니가 죽고 난 후 그들이 사랑을 듬뿍 주었던 늙은 암소 '꼬르데라'를 팔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성장하여 삐닌은 내전에 참가하게 되고 로사는 그들이 없는 고통속에 남겨지게 된다. 도시와 전원의 삶과 전후의 피폐한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이그나시오 알데꼬아의 <영 산체스>,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하여 복서의 꿈을 키우는 주인공 빠꼬,그런 아들을 자랑거리로 삶는 아버지와 그외 그를 중심으로 가난한 자들의 가난하지만 굽히지 않는 삶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난 그들을 위해 이겨야 해. 아버지와 아버지의 자존심을 위해, 누이동생과 그녀의 희망을 위해, 어머니와 그분의 평온을 위해 이 시합을 이겨야 해. 꼭 이겨야만 해.' 모든이의 희망을 온 몸에 받은 빠꼬는 그들의 희망을 안고 링에 오른듯 승리에 대한 자신감에 불타있다. 

아나 마리아 마뚜떼의 <태만의 죄>, 열세살에 그의 마지막 남은 혈육 어머니가 돌아 가시고 사촌 에메떼리오에게 맡겨진 로뻬는 그가 시키는대로 목동일을 충실히 한다. 그러다 어느날 성장을 한 후에 친구를 우연히 만나고 친구의 우연하고 날렵하며 흰 손가락에 비해 자신의 손은 육포조각처럼 거칠고 두껍다는 것에 분노를 일으키고는 그를 그동안 키워준 사촌을 돌로 쳐 죽이게 된다. 그동안 사촌의 말을 들으며 '태만의 죄' 를 저지르며 무지렁이가 된 것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꿈을 키워야 하는데 그에게 꿈이 없었던 것이다.

헤수스 페르난데스 산또스의 <까까머리>, 이 작품은 짧지만 강하다. 열살도 안된 소년은 까까머리이며 폐병환자이고 그를 데리고 다니는 어른은 그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만 돈도 집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 겨우 구걸하여 벌은 돈으로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여보지만 죽음은 그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는 소년 '난 죽을 거야.' '넌 죽지 않을 거야,죽지 않아..'  어리지만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는 소년의 맘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루벤 다리오의 <중국 여제의 죽음>, 자신의 예술을 사랑하는 레까레도,하지만 그이 아내는 생활을 사랑한다. 너무도 다른 그들의 삶. 어느날 그의 친구가 중국 여행을 가서 선물을 하나 보내온다. 도자기로 된 중국여제흉상, 그 선물이 온 뒤로 아내에게 향했던 사랑은 도자기인 중국여제에게 향하고 아내의 삶은 말 그래로 황폐해지고 말았다. 늘 도자기와 함께 하는 레까레도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그녀는 당당히 중국여제도자기를 깨 버린다. 분위기도 중국풍이며 그들에게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예술품은 예술의 대한 욕심및 숭배물을 표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레까레도를 보며 인간의 욕심의 끝을 보는 듯 하다. 

오라시오 끼로가의 <목 잘린 암탉>, 정상적인 아이를 원했던 부부에게 어느날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진다. 둘째는 정상을 바라며 아이를 갖지만 그 아이 또한 첫째와 마찬가지의 경우를 당하게 되고 세번째에도 그들은 똑같은 아이들을 얻게 되고 정말 간절하게 원해 네번째 딸이면서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를 얻는다. 네명의 장애아인 아들들은 제대로 돌보지 않고 네번째 딸에게 맹목적 사랑을 전해주던 어느날 그들의 엄마는 부엌에서 닭을 잡게 되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못난 아들들은 부모가 집을 비운날 자신들의 여동생을 엄마가 닭을 잡던 그대로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바보 아이들 넷을 둔 불행한 부부의 비극적 삶을 소름끼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그외 작품들도 낯설지만 읽으면 재밌다.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을 읽으며 한동안 행복한 여운에 빠질 수 있는 책이다. 독서 편식을 잠시 잠재우는 책으로 스페인이나 라틴아메리카는 여행서로 많이 접하다가 이런 단편들로 접하니 그 맛이 낯설지만 꽤 감칠맛 난다. 익숙하지 않지만 사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아 삼키지 못하고 입안에 오물고 있을 정도는 아니라 잠시 먼 여행을 다녀온 듯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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