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1 - 소설 안중근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우리 문단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작가 이문열에 의해 재탄생한 <불멸>,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음'  이란 뜻을 지닌 '불멸' 이란 그가 서른해의 삶을 살았지만 지금까지 우리들 가슴에 살아 숨쉬는 듯 '불멸'의 생을 살고 있어 더 읽고 싶었던 책이다. 작가의 책인 <시인>을 얼마전에 읽었는데 그동안 다루어진 김삿갓 보다는 다른 각도에서 다룬듯 하여 약간은 지루할 수 있었지만 재밌게 읽었었다. 이 작품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어쩌면 너무도 잘 안다고 하여 잘 모를듯한 '인간 안중근'을 다루고 있어 두권이라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양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지 않나 싶은 생각도 가져보았다.

하지만 읽다 보니 작가가 인간 중근에게 다가가는 것이 급하지 않고 서서히 다가서면서 거대하게 비추어졌던 그 보다는 그도 한사람의 아들이며 가장이며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국민이었음을 잘 다루었지 않았나 싶다. 좀더 세세하게 다루기 위해 자료들을 나열해 놓아 픽션보다는 논픽션에 가까운 면은 있다. 1권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중근보다는 그의 아버지 '안태훈'이란 인물을 다루면서 서서히 중근에게 옮겨 온다. 해주에서 살던 그들이 청계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는 글을 하는 선비보다는 상무정신에 더 치중을 한다. 맏아들이었음에도 아버지는 그런 그를 말리지 않는다. 명성황후의 시해사건,단발령,아관파천등 소란스런 세상사와 맞물려 급변하는 외세에 급물살을 타기도 하는 그들, 아버지는 천주교의 힘을 빌기도 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가며 가족들에게도 세례를 받기를 권한다. 맏형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례를 받지 않고 중근을 비롯하여 모두가 세례를 받기도 하고 지방 토호세력이었던 아버지에겐 '천주교' 는 다른 세상을 열어 주었다.

'꽃 한 송이에 목숨을 건 게 부끄러워 그리 말했으나 중근이 목숨까지 돌아보지 않고 다가가려 했던 것은 한 송이 꽃이 아니라 그것으로 표상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일로 중근이 드러내 보인 것은 경박이나 성급이 아니라,지고한 가치를 향한 자기투척의 용의였으며, 죽음조차 잊게 하는 아름다움에의 탐닉과 몰입이었다.'  한참 팔팔한 나이인 혈기 왕성할때 그가 만난 나라 안팍의 급변화는 물결은 그에겐 강물을 거꾸로 오르는 연어처럼 '자신만의 힘' 이 되어준것 같다.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던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을 책임져야만 하는 가장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업에 뛰어 들었다 망하기는 했지만 그가 펼친 교육사업등은 어쩌면 '아버지의 터전' 에서 갈고 닦은 밑바탕이었을지 모른다. 

청계동과 중근은 천주교가 열어 둔 길을 따라 근대사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조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단발령의 시행으로 상투를 자르고 양인들의 것이라 여기던 '천주교' 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 지역민들을 교인으로 만드는데 발벗고 나서듯 했던 그들, 예배당을 짓고 그들의 말을 배우기도 했지만 하다가 입에 맞지 않으면 그들이 거꾸로 우리말을 배울것이라 믿었던 그, '한때 사람들은 대한제국을 이름만의 제국으로 여겼으나 이제는 그 눈물겨운 실체를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것은 절명을 앞둔 5백년 조선왕종의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 몸부림에 함께 요동치며 변하는 세상과 더불어 청계동과 안태훈 일가도 가늠되지 않는 시대로 떠밀려 나아갔다.' 변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시대의 급물살.조선왕조의 멸망과 함께 아버지 안태훈의 죽음은 그에겐 큰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싶다.

'아무래도 시절이 심상치 않다. 더는 청계동에 숨어 일문을 온전히 지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게 되었다. 세월과 함께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아버지 안태훈은 숨어서 급물살을 탔다면 그는 세상과 맞서서 싸우며 변화에 적응해 가려 했던 인물같다. 을사늑약과 함께 나라를 구하는 길처럼 그에게 각인된 '이등방문' 은 그가 해결해야 할 당연시 받아 들여진 숙제였음을 말해준다. '적이 달라지면 싸우는 방식도 달려져야 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이제 더 이상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어찌보면 작가 이문열은 너무 사실적이고 세세하게 인물을 표현하려고 하여 지루함을 줄 수 있다. 역사소설이면서 재미를 더해주는 책들도 많은데 그는 재미보다는 <진실과 인간적인 면>에 더 촛점을 맞추어 그가 다루는 인물과 지금의 내가 동시대를 살고 있는것처럼 느끼게 한다. 너무 거대해서 '인간 안중근' 보다는 그의 후광에 더 열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이 책은 인간 안중근을 만나는 것 같아 좋았다. 안중근을 통해 그의 아버지 안태훈과 그리고 그 시대의 역사를 다시 들여다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것 같아 관심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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