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전화,비전하 보고 싶습니다.대한민국 우리나라.'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지만 비극적인 역사처럼 비운의 삶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진 그녀의 삶이 작가의 말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처럼 '꼭 읽어봐야 할것만 같은 책' 이기도 했다. 그녀의 완전한 삶은 아니겠지만 소설속에서나마 그녀를 만날 수 있도록 새롭게 재조명되었다는 것은 독자에게는 다행한 일이다.그녀에 대한 책이 일본인이 쓴 책 한권뿐이라는 것은 그녀를 역사와 함께 묻어 두었던 우리의 무지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모티비 프로에서는 '고종의 죽음' 에 대하여 다루고 있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고종의 죽음은 2009년 일제치하 친일파들에 의한 독살이라는 가능성을 추정케 해주는 기록이 일본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 소설을 읽으니 더 실감이 나기도 했지만 그녀가 62년 귀환되어 89년까지 우리곁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지만 우린 어쩌면 뼈아픈 역사를 너무 쉽게 잊으려.파묻으려 한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고종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소용돌이치는 역사속에서 그녀는 이름을 얻지 못하다가 겨우 얻은 이름 '덕혜' 라는 이름으로 얼마 불려지지도 못하고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의 치욕적인 삶을 살아야했다. 아버지인 고종의 죽음이 독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파헤치지도 못하는 나약한 나라를 등지고 치욕의 나라 일본에서 자신을 버린 고국을 온 몸으로 부여안고 놓치 못하던 그녀의 삶은 결국 그녀의 정신을 흐트려 놓았지만 혼미한 정신속에서도 한줄기 빛처럼 그녀가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것은 '대한민국,낙선재' 그녀의 삶과 아버지 고종과 어머니 그리고 황녀로서 어린시절 추억이 오롯이 담긴 그곳의 삶을 그리도 간절히 원했건만 그녀의 삶이 빛바래고 있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역사에서 잊혀진 사람이 비단 그녀뿐이겠는가.하지만 비운의 덕혜옹주를 빨리 잊었던 것은 아픔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아님 실리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수족처럼 함께 한 나인 '복순' 또한 우리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끝까지 그녀를 지켜내려 했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할 운명이었던 그녀가 정신병원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 탈출을 시도하기까지 함께 한 '무용' 이란 인물인 김장한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녀를 일본에 내동뎅이친 인물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삶을 뒤로 하며 그녀를 지키려 한 사람들도 있었기에 온전하지 못하지만 그녀가 다시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었으리라.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도 아닌 딸 '정혜'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자신이 가진 모든것으로 채워주려 했지만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 보다는 전쟁과 패망속에서 '자신'까지 잃어버린 딸의 자살에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혼몽함속에서도 딸의 이름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반응했던 그녀,역시 그녀는 한아이의 엄마이며 모성의 강함을 보여주던 그녀가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라고 한 말은 오래도록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런 그녀를 왜 오래도록 역사에 묻어 두었던 것일까. 이 책은 그녀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 주는 소설임에 틀림이 없다. 

소설은 그녀의 삶을 통해 역사를 읽게 해 주었다. 우리가 혹은 내가 잊고 있던 '그때'를 기억하게 하고 한여인의 비극적인 삶처럼 비극적으로 끝난 역사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시 바라 볼 기회를 준 것 같다. 승자에 의한 역사이고 해석하는 자에 의해 쓰여지는 역사이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말 못할 역사' , 우리가 다시 재해석하고 바로 세워야 할 역사가 있음을 읽게 해준것 같다.<덕혜옹주>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피해자였던 그때,그녀의 정신만큼이나 혼미한 역사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울부짖던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으며 복순의 질겅이처럼 질긴 민초의 삶에서 밟히면 밟힐수록 강해주는 잡초와 같은 여인의 강인함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천황이 항복을 선언하던 날 정혜는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 하얗게 질린 딸의 얼굴을 보며 덕혜는 자신이 이 집에서 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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