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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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인가,내 가정은 안녕하신지 묻고 싶게 만드는 소설.

’시체가 발견된것은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소설은 시작의 이 한줄로 많은 것을 알려준다. 시체,오월,마지막 일요일. 그 시체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시체가 들어났지만 소설은 한집안의 2월 마지막 일요일로 시작을 한다. 한가족이라고 하지만 가족이라고 볼 수 없는 구성원들이 저마다 각자의 일로 서로를 챙길 수 없는 일요일, 그 일요일에 갑자기 11살 여자아이가 실종된다. 그녀에게 이복 오빠와 언니가 있지만 함께 살고 있는 오빠인 혜성 또한 그녀에게 가족이라고 보기엔 거리가 너무 멀며 이복 언니인 은성 또한 가족의 구성원에 넣기가 너무 애매하다. 다섯명이 모두 각자의 삶으로 일관하는 가족,과연 그들은 그들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장인 아버지 김상호, 그는 중국 무역을 하지만 그의 직업 또한 들어나지 않았지만 그들은 서래마을에서 누구보다도 부유한 삶을 산다. 전처와의 사이에 둘을 두었지만 그들 또한 자유로운 삶을 살며 서로의 삶에 터치를 하지 않는다. 무역업을 위해 들렀던 학원에서 만난 화교여자인 옥영과 결혼을 하지만 그는 그녀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 베일에 가려진 가족의 삶이 서서히 들어나면서 과연 누가 11살 김유지를 납치했는지 수면위로 떠오른다.

가족,그들을 과연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그저 공동체로 모여사는 그들에게 <가족>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로 그들에게 작용을 할까. 소설을 읽으며 요즘 보통적인 우리네 가정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집만 보아도 아이들은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고 티비를 보고 싶은 사람은 거실에 컴퓨터를 하고 싶은 사람은 컴퓨터 방으로 흩어지다 보면 네명밖에 되지 않는 우리 가족은 너무도 멀게만 느껴질때가 있다. 문으로 차단된 가족의 의미를 식탁에서 찾으려 해도 서로 각각 다른 식사시간때문에 함께 밥을 먹는다는것은 사치처럼 느껴질때가 있는데 가족의 의미는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퇴색되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할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우리네 가정과 가족을 들여다 보게 만들어 주는 것 같으면서 추리소설적 기법으로 쓰여져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잃었던 가족의 의미를 배다른 동생의 실종으로 인해 찾아 가는 소설,너는 모른다는 그녀의 전작인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어보지 않아 그녀에 대한 지식이 백지상태인데 너무도 좋은 감정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예약판매로 그녀의 사인이 담긴 책이라 더 애정이 갔는데 첫만남이 좋아 앞으로의 작품들에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 

’얄따란 종잇장으로 지은 것처럼 위태위태한 이 집이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아 은성은 조심스레 코를 풀었다.’ 서래마을의 복층구조로 부유한 집이지만 그 집은 손만대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것처럼 위태함이 잘 들어나 있는 문장처럼 그동안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위태하던 가족 각자의 숨겨진 삶이 하나하나 들어난다. 아버지의 중국장기밀매업,엄마 옥영의 옛애인과의 끝나지 않은 사랑,의대에 붙었지만 학교에 나가지 않는 혜성,문란한 생활과 삐뚫어진 괴퍅한 성격의 은성의 삶,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바이얼린에 빠진 유지, 모두가 배배 비툴려 있는 것처럼 가족이지만 서로를 할퀴기도 하고 물어 뜯기도 한다. 혜성은 아버지의 아우디 차에 방화를 하는가 하면 아버지때문인지 누나 은성의 삶은 질서를 잃었다. 그런 속에서 바이얼린과 음악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유지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지만 그들의 가족이다. 한번도 ’엄마’라고 인정하지 않았지만 옥영,그녀를 엄마로 인정하는 혜성은 자신이 직접 유지의 전단지를 만들어 찾아 나서기도 하고 아버지가 자신의 직업때문에 꺼려 하던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도 한다. 가족의 울타리로 꽁꽁 묶여 있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 있던 사람들이 유지의 실종으로 인해 점차 자신의 가면을 벗고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진실된 가족이 된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매이킹 가족이라고 해야하나,그림좋게 그려지던 연애인 부부들이 어느날 이혼소식을 뜻하지 않게 날리는 것처럼 그들은 겉보기엔 누가 보더라도 정말 단란하고 부유하고 행복한 가족이면서 가정처럼 보인다. 학교앞 원룸에서 독립을 하여 생활하는 은성이며 이복이지만 동생을 보살피듯 하는 혜성이며 무역업을 하여 남들이 부러워 하는 동네에서 남부럽지 않게 사는 그들에게 실종된 것은 유지가 아닌 <가족>이란 존재였다. 지난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잊고 있던 ’엄마’를 돌아보게 한 소설이라면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며 좀더 내 가족과 가정의 울타리에 한 발 깊이 들어서게 하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적이라 읽는 재미까지 더해주며 탄탄한 구성력까지 갖추어 추천할만한 책이다.

가족은 가장인 아버지나 가정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듯 하는 엄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모두가 노력하고 어우러져야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비 온뒤에 땅이 더 굳어 지듯이 유지의 실종과 그녀를 찾기는 하지만 뇌수술로 인해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나타난 유지를 돌보며 예전에 알지 못했던 너무 이쁜 동생임을 다시 되새김 하는 은성과 자신의 딸을 돌보고 중국에 수감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더욱 강해진 엄마 옥영이를 보며 그들 가족의 앞날엔 이제 웃을 일만 있을 듯 하여 이 소설을 읽는내내 어깨에 내려 앉은 것만 같은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듯 홀가분하다.’소통의 부재’ 과연 우리는 얼마나 소통하며 살고 있을까.나,너 우리 모두와 소통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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