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이란 언제나 일종의 나르시시즘이 아니던가.. '윌은 이 시절을 아주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모든 일이 그토록 어리석기만 했던 시절, 매일 전쟁을 얘기하면서도 여전히 전쟁은 먼 나라 얘기였던 시절, 그리고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 시절을.' 사랑을 믿지 않아 사랑을 원치 않는 남자 윌, 그런 그의 말이 마음을 찌르듯 아픈 여자 클레어.그들의 사랑이 전쟁과 전쟁을 겪고난 아픔이 베어있어 하나로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언제나 평행선의 그 위치에 있어 더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 '피아노 교사' 는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 들면서 언젠가는 영화로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왜 이소설을 읽으면서 <화양연화> 란 영화가 생각이 나는지, 사랑을 하면서 비껴가기만 했던 주인공들의 눈빛이 이 소설을 읽는내내 오버랩되는것은 어쩌면 무대가 홍콩이라서일까. 영국에서 살다 종전직후 남편을 따라 홍콩에 와서 살게 된 클레어,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최상류층 빅터 첸의 딸인 로켓의 피아노를 가르치게 되었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가방안에 들어온 토끼인형으로 인하여 작은 것들을 훔치기 시작하면서 자신안에 또 다른 자신과 만나게 된다. 자신의 도벽을 아무도 모르리라 생각했는데 그집의 운전수였던 윌이 그녀의 행동을 알고 있고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들면서 잘못된 작은것을 훔치던 것을 중단하고는 그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그에겐 잊지 못할 트루디라는 최상류층 여자가 있었지만 전쟁중에 잃고 말았다. 40년대 전쟁시 이야기와 50년대 이야기가 함께 펼쳐지며 최상류층 사람들이 전쟁을 어떻게 견디어내는지, 전쟁뿐만이 아니라 사랑이 교묘하게 얽혀있어 더 재밌는 이야기가 된 듯 하다. 한인2세 작가라 그런가 아님 그녀가 바라본 역사속 진실일까 일본군들의 잔인함이 그대로 들어나 있어 공감을 많이 하게 하는 부분들도 있어 더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던 작품이다. 처음 시작이 피아노 교사의 도벽으로 시작을 하여 그런류의 소설인가 생각하다보면 소설은 어느새 스펙타클하게 발전을 하고 있다. 전쟁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하여 최상류층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어 왔으며 전쟁후 남겨진 이들에게 남은 숙제처럼 존재했던 문제까지 풀리면서 전쟁과 사랑도 일단락이 되지만 다시금 예전의 피아노 교사가 아닌 평범한 클레어 자신으로 돌아온 현실. 첫 소설이라는데 매끄러운 문체와 2차 대전을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전쟁을 잘 묘사해 놓았다. 캐나다 소년 네드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남겨졌던 문장 ' 행복을 빕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전쟁과는 거리가 너무 멀게 만 느껴졌던 소년 네드, 결국 부모님 곁으로 가지 못하고 그가 찾으려던 자유는 핏빛 총성으로 수용소 사람들에게 아픔으로 남겨 놓았지만 그 속에서도 삶은 이어져 트루디의 아이는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희망으로 자라고 그들이 그토록 지키려고 노력했던 '크라운 컬렉션' 도 일본군의 손에 넘어가지 않고 잘 지켜내지만 전쟁도 아픔도 사랑도 그리고 클레어 그녀가 보물처럼 여기며 훔쳐 모았던 가방속의 물건들도 언젠가는 전당포의 고물처럼 잊혀지고 멀어진다는 것을 한편의 영화처럼 잘 묘사해 놓았다. '어느 누가 지구 한쪽에 처박힌 이 작은 땅덩어리를 쟁취하려고 싸우겠어? 그냥 민심을 교란하려는 사람들의 짓거리일 뿐이라고.' 그녀는 또다시 샴페인을 주문했다.' 나와는 무관하다고 느꼈던 전쟁이 모두를 얼마나 변화시켜 놓았던가. 트루디 그녀 자신조차 변화지 않을것만 같았는데 화장기 없는 얼굴에 일본군의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그녀가 만약에 전쟁중에 그런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살았었더라면 윌과 클레어의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윌과 트루디 둘의 사랑은 맺어졌을까 생각이 되었지만 우연히 피아노 교사의 가방에 들어온 '토끼 인형' 처럼 선택하지 않아도 선택되어질 수 있고 '이제는 더이상 우리가 살던 곳 같지 않네, 그렇지? 너무 황량한걸.' 그 시대의 홍콩을 잘 그려냈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 놓고 전쟁속에 묻혀야 했던 트루디처럼 작가의 첫 데뷔작은 강한 인상을 남겨 놓으며 다음 작품을 고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