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징표
브래드 멜처 지음, 박산호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눈에 눈물이 없다면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을거야...


성경속 최초의 존속살인인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 와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맨의 이야기가 교묘하게 합쳐진 추리소설이지만 처음엔 책의 두께에 놀랐다. 570여 페이지라 언제 읽지 하는 무거운 맘이 들었지만 책을 펼쳐 드는 순간, 그 모든 무거움은 달아나고 술술 넘어가는 속도감에 '카인의 징표' 와 엘리스의 정체와 그가 데리고 다니는 일명 아벨의 개라 불리는 '벤오니' 의 활약이 궁금하여 급하게 읽어 나갔다. 

노숙자들을 쉼터로 보내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칼, 그는 아홉살때 아버지가 우발적으로 엄마를 밀어 죽게 하는 장면을 보기도 했지만 그 일로 인하여 아버지와 19년간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아버지는 8년간 수감생활을 하고는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19년만에 우연히 만나게 된 아버지, 루즈벨트와 순찰을 돌던 중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는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된다. 아버지가 맞은 총알은 희귀한, 오래전 미셸 시걸이란 남자가 가슴에 맞고 죽었던 총알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아버지의 정체가 들어나면서 아버지가 운반하려던 화물속에 있던 파라핀 봉지속의 만화책, 그 책을 쫓는 또 한사람 엘리스라는 차가운 남자,그도 아버지에게 평생 속임속에 살아왔듯이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기법을 빌려 부자간의 정을 풀어나간것이 부제일듯 하다. 가슴에 총을 맞고 죽은 아버지가 심장마비라고 해야만 했던 제리 시걸은 아버지의 죽음을 '슈퍼맨'이라는 만화로 탄생시켰고 칼과 아버지 리오드는 사건에 휘말리며 부자지간에 맺혀 있던 매듭을 풀어 나간다. 

성경속 이야기와 함께 슈퍼맨이라는 이야기가 교묘하게 날실과 씨실로 엮이며 '카인의 징표' 처럼 실마리를 향해 달려가는 칼과 엘리스 그리고 만화를 탄생시킨 제리, 그리고 제리의 아버지의 진짜 모습이 들어나며 그가 아들에게 전했던 '카인의 징표' 를 제리가 과연 어떻게 숨겼는지 찾아가는 스릴감. 사건을 바라보듯 하던 예언자의 실체가 밝혀지고 카인이 아벨을 죽인 살인무기의 정체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쫓던 것은 거짓의 서이기 보다는 진실의 서이며 칼과 아버지의 관계가 다시금 부자지간으로 돌아왔다는, 진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말하듯 소설은 '진실'에 힘을 주며 끝을 맺는다.

'집착하지 않으면 잃어버리는 것도 없어.'... 티모시나 엘리스 그리고 루즈벨트와 아버지, 그들은 '거짓의 서'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진실의 서'일지 몰라도 그들의 욕심속에서는 '거짓의 서'가 되었던 진실을 말하며 '현재의 삶이 있고 과거에 남겨둔 삶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누군가,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삶을 같이 하게 되면 과거뿐 아니라 미래를 함께 쓰게 된다.' 라는 말로 끝을 맺으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 를 부르는 칼. 아버지의 말처럼 가끔씩 '엄마와의 대화' 를 시도하려는 그모습에 짜안하다. 

'카인이 징표' 누구나 자신안에 간직한 '악의 모습' 이라고 하고 싶다. 선과 악의 두얼굴 중에서 어떤 얼굴로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다. 자신안에 내재된 악의 모습을 더 강하게 들어냈던 엘리스, 엄마를 밀어 죽게 만들었던 아버지를 악의 모습으로 간직했던 칼, 하지만 부던히 엄마와의 대화를 하고 계셨던 모습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악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칼 또한 과거를 용서하고 영혼의 무지개를 찾는 카인의 징표는 성경보다는 슈퍼맨이라는 만화탄생 비화가 더 재미를 준 듯 하다. 계속 되는 추격신이 언젠가는 영화로 만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깊어가는 가을밤 뭔가 재밌는 소설을 집어 들고 싶을때 읽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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