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녀와 내가 이야기 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었다..


원작을 읽기전에 영화를 먼저 보아서인가 처음엔 망설여졌다. 영화를 보아서 내용을 알기에 실망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읽다보니 영화에서 세세히 받아들이지 못한 틈을 원작이 매꾸어준 듯 하여 더 좋았고 영화의 영상이 더 깊게 각인되는데 한 몫을 한 것 같다. 영화도 한번 보다는 두번을 보고 싶은 느낌이 강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다시 보고 싶어졌다. 놓쳤던 부분들을 이제는 다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다.

15세의 미하엘 베르크는 간염때문에 전차를 타고 가던중에 구토로 인해 내리게 된다. 그런 그를 유심히 보던 전차 차장이던 한나 슈미츠는 그를 도와주고 집까지 바래다 준다.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꽃다발을 사들고 그녀의 집을 찾았던 미하엘은 한참 사춘기의 성에 대해 민감할때 원숙한 그녀에게 반해 그녀와 비밀스런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그것이 평생의 짐이 될것이란 것도 모르고..

그녀가 일하는 전차에 대한 것 외에 그녀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그녀 또한 말을 해주지 않는다. 그녀의 모든 것은 비밀스럽지만 그들은 만나면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행위 그리고 잠시 누워 있기를 반복하는 의식과 같은 만남을 계속 이어간다. 한나는 미하엘이 다가오는 것을 거리감을 두듯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늘 반복되는 만남은 지속하는데 어느날 그녀가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그에게 헤어지겠다는 말한마디없이.. 그런 그녀를 다시 만난것은 대학교때 법정에서였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이 감시원일을 했다는 한나가 법정에 선 것. 그녀를 잊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던 그에게 다시 악몽처럼 그녀에 대한 감정이 시작되고 그녀를 지켜보던 그는 그녀가 자신이 문맹임을 몹시 수치스러워 하고 자존심 상해한다는것을 알고는 그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만약에 그 자리에서 미하엘이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면 그들의 운명은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 전,후의 세대간의 격차라고 할까.. 종신형을 선고 받은 그녀를 지켜보기만 하는 미할엘 역시 현실에서도 그녀를 지울 수 없어 그의 결혼생활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끝을 맺게 되고 그는 다시 그녀에게 향한다.

어린시절 연애때처럼 그녀에게 책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를 전해주는 그, 그의 테잎을 듣고 글씨를 스스로 깨우친 그녀는 한줄의 편지를 보내며 과거속의 사랑이 아닌 현실에서의 지속적인 사랑을 원하지만 미하엘은 그녀를 과거속에 묻어두듯 그녀에게 답장 한장 보내지 않는다. 좀더 미하엘이 적극적이었던가 한나의 세대를 이해했더라면 아쉬움이 남는 소통의 불협화음. 그녀는 18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가석방을 하게 되고 그녀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만 그녀를 과거의 상태로, 과거의 사랑으로 가두어둔 것을 알게 된 한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서 비로소 그녀는 미하엘을 평생 간직하며 살았다는 것을 알고는 눈물을 꾹꾹 참는 미하엘,  ' 내가 그녀를 쫒아버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그녀를 배반했다는 사실을 바꾸어 놓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유죄였다, 그리고 범죄자를 배반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으므로 내가 유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범죄자를 사랑한 까닭에 유죄였다.'

그녀의 꿋꿋한 겉모습을 보면 그녀에게 그런 수치스런 '약점' 이 있으리라곤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늘 반듯하고 속옷까지 다려입는 그녀에게 <문맹>이란 치부나 마찬가지였고 미하엘의 녹음테이프로 자신의 약점을 고쳐나갔기에 그들의 사랑도 어쩌면 다시 받아들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늘 과거속에 가두어 두고 멀리서 바라만 보려는 미하엘, '그녀는 그녀 인생에서 내게 허용하고 싶은 만큼의 자리만 내주었을 뿐이다' 이해보다는 자신의 소심함으로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은 아닌지.  .' 

'한나에 대한 사랑때문에 겪은 나의 고통이 어느 면에서는 나의 세대의 운명이고 독일의 운명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 그 운명에서 더욱 빠져나오기 힘들고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슬쩍 넘어가기도 힘든 것이라는 사실이 어떻게 위안이 될 수 있는가? ' 자신을 좀더 진실되게 변호했더라면 한나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녀를 위해 미하엘이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운명이란 생각처럼 단순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보다. "꼬마야, 많이 컸구나.." 그녀가 한말이 가슴에 먹먹하게 남는다. 그들의 비밀스런 사랑과 독일의 시대적 배경이 가슴을 아프게 했던 '책 읽어주는 남자' 영화로 한번더 다시 만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