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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레인보우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다.다만 잊고 있을 뿐....
파페포포 레인보우, 파페포포 시리즈 네번째 이야기라는데 전편들을 읽지 않았다. 아니 이런 카툰을 즐겨보지 않기에 이 책이 처음인데 예약판매에 이벤트가 있어 사춘기 딸들을 위해 한번 사봤다. 막내는 이런 그림들을 좋아하는데 큰딸은 모르겠지만 녀석도 꽤나 좋아할듯 하다. 이벤트 선물로 온 보물상자를 누굴줘야 할지 난감하다. 달력은 내것으로 챙겨 놓았지만...
이 작품을 읽고나니 <파페포포 메모리즈> <파페포포 투게더><파페포포 안단테> 파페포포시리즈물을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림도 좋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잊고 있던 감성을 깨우기라도 하듯 책속에 담긴 말들이 와 닿는다. 전작을 읽었던 사람들은 이 작품이 전작만 못하다고 하지만 난 그래도 한구절,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았으니 마음에 드는 책의 목록으로 정한다.
'아기였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듬뿍 받던 아기였을 때가 우리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사람들 모두가 그 행복한 순간을 알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이 항상 행복한 인간들에게 질투를 느껴 행복한 순간을 잊도록 기억의 저편을 지워 버렸다. 대신 아픈 기억은 항상 떠오르도록 했다. 그래서 행복한 기억보다 아픈 기억이 더 오래간다. 아기였을 때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을 누렸기에 어른이 되면 그 시간을 잊고 사는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잊고 있을 뿐...' 파스텔톤 그림들을 보면서 잊고 있던 행복을 찾아 가는 책이다.
'괜찮아... 엄마는 늘 괜찮다고 하셨다. 내가 실수로 장식장의 골동품을 깨뜨렸을 때에도 형편없는 성적표를 들고 주뼛주뼛 현관에 들어섰을 때에도 불합격 통보를 받고 눈이 퉁퉁 붓게 울던 날에도 첫사랑과 헤어져 인사불성이 되게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엄나는 괜찮다고 하셨다. 또 그럴 줄 알면서도, 다음에는 안 그럴 거지? 하고, 한 번 더 믿어 주는 마음,무언가를 줄 때는 한 번보다는 두 번, 두 번보다는 세 번을 권하는 넉넉함. 나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보듬어 주시던 한결같은 따뜻함. 그런 엄마처럼 살고 싶다. 네모보다는 동그라미를 닮은, 직선보다는 곡선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 몇 번을 읽어봤다. 과연 내가 지금 내 아이들에게 닮고 싶은 엄마로 엄마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부분이면서 먼 옛날을 추억하게 만들어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부분이라 옮겨본다.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글들이 많아 이 책도 부분부분 나만의 암호처럼 밑줄을 긋고 살짝 접어 놓은 부분들이 많다. 작가의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그의 카툰을 본다면 그의 팬이 될수밖에 없을듯하다. 얼른 딸들에게도 읽으라고 전해줘야 겠다.
하루의 창을 열고 닫을 때마다
심호흡 한 번, 기지개 두 번
그리고 나에게 거는 마법의 주문
'할 수 있어!'
햇살이 강하다고
나무가 자라기를 멈추지 않듯이
어둠이 짙다고
별이 빛나기를 게을리하지 않듯이
고단하고 막막한 나날 속에서도
열정을 맑고, 높고, 푸르게 살아 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오늘과는 다를 거라는 믿음으로,
매일 주문을 걸며 새로운 하루에 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