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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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기러기들,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작가의 다른 책 <밤은 노래한다>를 올해 초에 무겁고도 머리아프게 읽었다. 하지만 작가의 퍼내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뭔가 가득 고여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아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려 했지만 <밤은 노래한다> 이후로 작가에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건조한것 같으면서도 그속에 든 낯선 무거움이 거리감을 가지게 한듯 하다. 그래서일까 <산책하는자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등 몇 작품을 준비해 놓았지만 아직까지 읽지를 못했다. 그를 처름 알게된것은 EBS세계테마기행이란 프로에서였다. 때묻지 않은듯한 순수하면서도 옆집 빵가게 아저씨마냥 수더분함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의 책을 쉽게 손에 잡기란 어려웠다. 젊음이랄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으면서 무거움과 함께 낯선 외로움이었던것 같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이 책은 단편집이어서 다양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많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중간중간 쉼을 주면서 읽을 수 있어 장편보다는 부담이 덜 했다. 2007년 부터 2009년까지 써 내려간 단편 9개, 그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은 ’세계의 끝 여자친구’ 였다. 작가는 부단히 글로 독자와의 <소통>을 꽤하려 하지만 그의 글이 쉽게 스며드는 편이 아니기에 단편을 쉽게 보았던 내게 이 단편집은 또 한번 그를 다시보고 다시금 그의 작품에 좀더 노력을 꽤하라는 채찍처럼 그와의 소통을 반정도 이룬듯한 물음표를 남겨 놓는 작품이 되었다. 

’당신은 나의 통역으로 고용됐는데도 내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내가 왜 ’시체의 수영’이라고 말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어. 당신은 내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몰라.’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에서처럼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세계에 빠져 주관대로 상대를 해석하기도 하고 주관만큼의 잣대로 상대를 보기도 한다. 상대를 모두 받아 들인다고 하여 소통이 원활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상대의 삶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주의 90퍼센트는 그렇게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지만 우리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마치는, 그런 불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전체적인 이야기도 좋았지만 마흔 세살에 자살한 노점상의 이야기가 나와서 더 공감이 갔다. 내나이..’신문에서 자살한 노점상에 관한 기사를 읽었어. 마흔세 살. 내 나이와 같더군. 마흔세 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문득 깨닫는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 걸.지금까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게 끝나리라는 걸. 그사람도 그런게 지겨워서 자살했을 거야.’ 한사람이 삶을 포기한것은 지겨움때문이라니. 하지만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 등장하는 시인의 죽음은 청년과 희선씨를 연결하는 또다른 삶의 연결고리가 되었다. 그가 가본 호수 건너편 메타쉐콰이아, 그곳은 사랑의 종점이면서도 세계의 끝이라 표현을 해 놓아 ’사랑의 연장선’ 처럼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그림으로 보면 보는 이에게 무한상상을 맡겨 무한대의 그림을 그리게 만들면서 단편 <젊은 느티나무>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쉽게 읽기는 했지만 결코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언젠가는 다시 그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다시 읽어봐야 할 작품이다. ’그와 내가 소통을 한것인가?’  ’달로 간 코미디언’에서 처럼 일반인과 시작장애인의 소통과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에서 처럼 한국어와 영어의 간극처럼 완전한 소통을 이루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의 세계에서 잠시 소통을 이루려 노력했다는 점에 점수를 후하게 주어야 하는 작품이었지만 간만에 만난 ’작가 김연수’만으로도 행복한 작품이다. 몇 편의 작품을 더 읽어야 그를 좀더쉽게 받아 들이고 좀더 그를 편한 작가로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할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그가 <네가 누구든,얼마나 외롭든>에 인용한 <기러기>라는 시가 맘에 들어 옮겨 본다.

’착해지지 않아도 돼.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사막 건너 100마일,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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