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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이 따듯해지게 만드는 극작가와 영국 중고서점 사람들의 편지글이 가을을 더 깊게 만든다...
이 책을 소개 받은 것은 한비야의 <그건,사랑이었네>라는 책에서 였다. 바로 위시리스트에 넣어 놓았다가 못참고 그냥 새책으로 구매를 하였다. 받아 보고는 부피가 작아 약간은 실망을 했지만 첫 페이지 부터 심상치 않음에 마음에 놓였다. 1949년부터 1969년까지 20년 동안 고객과 서점사람들이 주고 받은 편지는 처음엔 책을 주문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헬렌 한프가 세계대전을 전후해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는 식료품등을 보내주면서 관계는 더욱 정이 넘쳐나게 된다.
대양을 사이에 놓고 그들이 주고 받는 편지는 헬렌의 조금은 까다로운 듯 하면서도 작가적인 쌀쌀함이 베인것 같았지만 정이 넘쳐 나고 그녀의 편지로 서점 사람들은 그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하고 안부를 묻고 싶어 하기도 하면서 그녀가 오랜동안 소원으로 간직한 영국여행을 하길 고대한다. 말이 20년의 세월이지 아이가 커서 청년이 되는 시간인데 긴 시간동안 그들의 우정이 변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채링크로스 서점의 관리인 프랭크의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처음과 끝이 같았기 때문인듯 하다. 그녀로 인해 이웃에 사는 할머니조차 그녀를 만나보고 싶어 하게 만든 편지, 아쉽게도 그녀는 영국 여행을 하지 못하고 프랭크마져 복막염으로 69년 생을 마감하게 되어 편지는 더 지속되지 못했지만 그녀가 아차하고 생각하는 순간 20년 동안 지속된 편지들이 책으로 출간되어 그녀를 유명작가로 올려 놓기도 했다니 대단하다.
채링크로스 84번지 중고서점 사람들도 그녀가 주문한 책을 찾아 성심성의를 다했지만 그녀 또한 그사람들을 위해 달걀 이나 건달걀등 그외 식료품이나 고기등 그들의 어려움을 그녀가 열심히 써서 받은 원고료로 아끼지 않고 썼으니 대양을 건넌 훈훈한 우정이 읽을수록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는데 난 왜 모르고 있었는지 찾아서 볼 기회를 만들어봐야할 것 같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하는 계절 가을, 손글씨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며 편지를 쓴다는 것은 먼 옛일처럼 되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한번 잊었던 친구들에게 편지를 하고 싶게도 만들고 종이냄새와 헌책방만의 특이한 냄새가 좋은 <헌책방 나들이>라도 해야 할 듯 하다.
나 또한 새책보다는 헌책을 더 좋아한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있고 삶이 묻어 있는 듯한 낯설지 않아 좋은 책 헌책, 편지글에서도 헬렌 한프는 ’그리고 미래의 소유자에게도 그랬을 거예요.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누군가 넘겼던 책장을 넘길 때의 그 동지애가 좋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글은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는답니다.’ 그녀의 친구가 헌책방을 다녀와 보낸 편지엔 ’ 냄새가 먼저 손님을 반기더구나. 참 기분 좋은 냄새야.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먼지와 곰팡이와 세월의 냄새에,바닥과 벽의 나무 냄새가 얽히고 설킨 냄새라고 할까..’ 라고 표현된 헌책과 헌책방의 이야기로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옮겨본다. 나 또한 그 냄새 때문에 가끔 헌책방 나들이를 나가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더욱 헌책방의 고서냄새들이 그립다.그 헌책방의 냄새와 함께 헌책이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새로운 상품처럼 최선을 다해 보내주는 정이 깊은 사람들과 헌책을 감사하게 받아 들이고 보물처럼 여기는 사람의 이야기가 한동안 헌책방하면 떠나지 않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