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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방랑시인 김삿갓, 그를 다시 만나다..
작가가 시인 김병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84년이라 했다. 그때 네권인가 하는 소설 김삿갓을 다른 작가의 책으로 읽었을때인데 그의 풍류와 인간적 고뇌가 잘 들어났던 작품으로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나는것 같기도 하여 작가의 시인은 어떻게 표현이 되었는지 궁금하여 다른 작품들과 함께 구매를 해 놓고도 선뜻 잡지를 못했다. 한작가에게 빠지면 그의 다른 작품들을 함께 둘러 보는 스타일이라 '이문열' 이라는 작가에 오래 머물것 같아 좀더 미루려 하다가 가을과 함께 간결한 표지의 책을 집어 들었다.
홍경래의 난과 그의 할아버지 김익순, 자신의 할아버지로 인하여 집안이 몰락하고 그 할아버지를 시제로 삼아 장원급제를 하고도 떳떳하게 출세의 길을 걷지 못하고 집안도 일으켜 세우지 못하여 방랑시인이 된 김삿갓. 익히 알려진 바로는 그가 김익순이 할아버지인지 몰랐다고 하는데 작가는 다른 관점에서 평가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일로 인하여 집안이 몰락을 하였는데 그 어려움을 겪고도 할아버지인지 몰랐을까 하는 의문점과 그가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시대상 연좌죄처럼 그를 옮아매었던 그 모든것들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집을 나선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숨어 들어도 어찌하여 밝혀지는 가문의 비밀이 그들의 살길마져 막아 막막해져 형마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고 꿈을 펼칠 수 없던 그는 누군가의 문객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어느 하늘아래 정착할 수 없음과 울분과 한은 그의 시 속에 모두 녹아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시를 남긴듯 하다. 그가 만약에 방랑객으로 떠돌지 아니하고 출세가도를 달렸다면 지금과 같은 시들이 남아 있을까. 다복성 그 현장에서 그가 만난 동전의 양면성과 같은 진실에 그의 시 세계 또한 변화하여 자신의 내적인 한에서 벗어나 현재로 돌아온 듯 하다.
다른 책에 비해 작가는 인간 김삿갓 보다는 '시인' 에 촛점을 맞추어 그의 시세계를 해부해보려 노력한 것 같다. 그의 인생사는 많이 전해져 오지만 그의 시세계는 우리가 어쩌면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면을 작가나름 펼쳐보이려 했지만 역사적 인물을 다 표현해 내기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면이 있다. 그의 일생을 다 알지 못함을 작가마져 안타까움으로 마무리 하며 부족한 면을 '시인의 아들' 과 '시인의 사랑' 을 더하여 인간적인 면을 채워주었다. 역사적인 인물을 다룬 소설들을 읽다보면 역사적 자료에 의해 쓰여져서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면도 보이고 이야기의 흐름도 약간 고르지 못할때도 있다. 작가는 너무 고전적이지 않고 현재적이면서도 주관을 적절히 추가하여 시인 김삿갓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어쩌면 자신은 고의적인 위악으로 할아버지와 절연을 시도하고 있으며,그리하여 결국 노리는 것은 오래 자신을 짓눌러 온 원죄로부터 놓여남일 뿐은 아닌가. 아니 그 이상, 자신은 조상을 팔아 산 그 면죄부로 세상과의 더러운 거래를 시작하려 함은 아닌가, 하는.. ' '법과 제도 아래서는 죄인이지만 진실과 정의 쪽에서 보면 의인이 되는 할아버지는, 그 자손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소외당한 그의 울분과 한을 의식 속의 한 권리로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자신이 김익순의 손자임을 스스럼없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