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트렉 - 희망봉에서 킬리만자로까지 걸으며 만난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
알렉상드르 푸생 & 소냐 푸생 지음, 백선희 옮김 / 푸르메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걷는다는 건 기다리는 것이며 인내심을 기르는 일이다..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걷기여행, 희망봉에서 킬리만자로까지 3년 3개월에 걸친 푸생 부부의 여행담은 560에 달하는 페이지의 압박이 있지만 그들의 신혼여행으로 선택한 7kg의 가방을 메고 잠잘곳과 먹을 것을 미리 정해 놓지 않고 길에서 만나는 <만남>으로 그 긴 시간을 행하였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14,000km> 의 아프리카 종단여행을 과연 몇 명이나 성공하였을지... 옛 인류의 조상들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동안 인류의 발자취를 쫓아 여행할 수 있었지만 그때는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서 도움까지> 정말 행운의 여신은 그들의 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프리카 보다는 걸으면서 그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아프리카는 더 심각한 인종문제가 얽혀 있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사고없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도와 주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아직은 살만한 곳임을 말해주고 있다. 땅은 있어도 씨가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 농장주는 있어도 일꾼이 없이 비어 있는 농장들, 가슴 아픈 일들이 많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천사가 숨어 있다 나타난 것처럼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그들을 부르는 희망의 소리가 아프리카 트렉을 꿈꾸는 다음 이에게 희망을 가져다 준다.

3년3개월동안 걷기여행을 하라고 한다면 나 그리고 나를 제외한 사람중에 이를 혼쾌히 받아 들이며 실천할 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한달만이라도 이런 걷기여행을 추천한다면 한참을 망설였을터인데 한달도 아니고 일년도 아닌 3년3개월이란 어마어마한 시간동안 오로지 두 다리에 의해 아프리카를 종단했는 것은 많고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쓰여지지 않고 보여지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긴 시간동안을 단축한 이야기 속에서도 그들의 길 위에 노출된 위험이나 어려운 고비들은 구멍난 운동화처럼 속이 다 들여다 보인다. 

'곧 보시게 되겠지만 아프리카는 기쁘면서 슬픈 땅입니다.' 
처음 백인을 보는 아이들도 있고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백인들이 아프리카를 차를 타거나 말을 타는 것이 아닌 오직 걸어서 여행을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을 하며 자신들이 간직한 슬픔도 거리낌없이 토해내는 순박한 사람들. '왜 여행을 하시죠?' '두 분을 만나려고요!' 걸어서 여행하지 않았다면 진솔한 사람들을 만나지도 진솔한 삶을 만나지도 진정으로 아프리카를 깊숙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진정한 여행의 참 맛은 걷기여행인것 같다. 걷으며서 세상과 함께 할때 오롯이 들어오는 진실된 것들. 희망봉을 출발한 것은 푸생부부 둘이었지만 함께 것은 아프리카 였고 아프리카인었으면 아프리카속의 모두였다. 

'길은 반드시 어딘가로 통하게 되어 있다는 것과,인간은 노력을 적게 하려고 애쓴다는 원칙이다.' '모든 길은 인류로 통한다.'
길을 잃었거나 광활한 곳에서 물이 떨어지고 오아시스를 만나지 못했을때 길을 따라 달리는 차를 세우면 그들에게 반드시 물이나 음료를 보충해주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다음 종착지의 잠자리와 먹거리까지 제공하며 다음의 길까지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준 사람들이 있어 아프리카 트렉의 희망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아프리카. 둘이서 취재와 촬영 글쓰기까지 모두 하면서 이 여행을 하였다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것도 소냐 푸생은 오직 치마로 아프리카와 맞서 있는 듯 하다.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다.'
광활함속에 오아시스처럼 인생의, 삶의 의미를 전해주던 사람들도 많다. '집은 살 수 있지만 가정은 사지 못하잖아요.' 처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던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신이 농장을 다 빼앗기듯 했어도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저버리지 못해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일도 하지 않는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 자신이 떠나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당장 머무를 곳도 먹을 것도 없는 것을 알기에 그 많은 사람들을 이유없이 책임지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걷기 여행의 맛인듯 하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나아갔다. 물론, 깊은 하나뿐이기에 문제는 해결되었다. 하지만 서스펜스는 우리가 누구의 집으로 갈지 알지 못하는 데 있었다. 이 만남들이 우리의 유일한 생존 방식이며, 우리의 유일한 존재 이유였다. 소냐는 활짝 피어났다. 그녀와 함께 매일매일이 결혼기념일이었고, 그녀의 심장이 나의 나침반이었다.'  정말 맘에 드는 구절이다. 알렉상드로가 힘들다고 느낄 때 소냐를 보면 그녀는 강하게 잘 버티고 있다. 그래서 이 여행이 더 버틸 수 있었던 것처럼 소냐에게서 알렉상드로는 에너지를 더 얻은것 같다. 서로에게 든든한 등대같은 빛을 발해 아프리카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자신들이 나아가고자 한 길을 갈 수 있었던 아프리카 트렉, 정말 대단한 책을 만났다. 아프리카를 담은 생생한 사진들이 좀더 보충되었다면 그들의 여정이 담긴 지도가 더 많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오로지 그들의 생생함을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으로 더 맛이 나는 여행서였던 것 같다. 

걷는다는 것은 제일 쉬운 방법중이면서 제일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막상 내게 진정으로 필요한 옷 두어가지와 함께 짊어져야할 키로그램을 정해 놓고 가방을 싸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일것 같다. 그렇게 해서 한달이고 두어달이고 떠나라 하면 떠날 수 있을까. 내 일상을 접고 두다리에만 의지해 지구위에 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라면 힘들것이다. 발에 생겨나는 물집만큼이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 줄줄 흐르는 땀방울만큼이나 후회스럽기도 하고 주저 앉고 싶을 터인데 아무것도 길 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간직하며 희망을 발견하는 푸생부부의 에너지가 읽는동안은 내 자신에게로 전해진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하루에 한시간 뒷산 산행이라도 날마다 하리라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실천은 되지 않고 있다. 걷기를 실천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끼며 그들이 지나간 아프리카의 종단 길을 한번 더 훑어 보았다. 정말 대단하다. 까마득한 그 길, 희망이 점점이 찍혀 길이 된듯한 아프리카 트렉은 내 삶이 지쳤을때 나약하다 느낄 때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인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