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1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시대를 일깨운 웅대한 역사의 산... 다산 정약용


거문고의 여섯 줄은 누에고치 2만여 개의 실오라기들을 겹겹이 비틀어 꼬아 만든 것으로 그 소리는 이만여 누에고치의 합창이라 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18년 동안의 유배생활에서 500여권의 저서들은 하나하나가 그의 고통을 비틀어 꼰 빛살들이고 중천으로 날아가는 깃털 찬란한 혼의 새들이라 표현했듯이 이 책에서는 그와 그의 둘째 형인 정약전이 흑산도와 강진으로 유배를 가게 된 배경과 강진유배생활을 어떻게 이겨 냈는지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기전에 그의 다른 작품인 <흑산도 하늘길>을 읽어서일까, 그 책은 그의 형인 정약전을 다루고 있다. 그의 유배생활을 자신이 직접 본 듯한 생생한 표현으로 그의 감정 하나 놓치지 않고 잘 그려냈기도 했지만 다산을 연구하다가 쓴 책이라 그런지 이 책과도 연결이 되어진다.유배지를 벗어나라고 형의 호를 <손암>으로 지어 주고는 들어가면 나오는 것이라 하였지만 끝내 형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고 만다. 그런 형을 보아서일까 더 강하게 마음을 다잡아 살아 남으려는 의지가 더 엿보인다.

다산1권에서는 강진으로 유배를 가기전까지의 배경이 그려지고 있다. 자식들이 그들 부부의 회혼일을 준비하는 차에 기뻐야 할 날이 그의 제삿날처럼 되고 말았다. 혼미한 정신속에서 먼저 간 혼들을 만나며 그는 지난날을 풀어내고 있다. 어린시절 손님(마마)이 들어 셋째인 약종이 심하게 앓기에 어머니는 다른 형제를 살리기 위하여 그를 따로 떼어 놓고 다른 형제들에게만 정성을 쏟는다. 작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약종이 살아나지만 그 일로 인하여 약종은 다른 형제들과는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처럼 성장을 한다.천재와 천재 사이에 끼여서일까 커나갈수록 더욱 삐따닥하게 구부러진 약종의 생각이나 판단은 훗날 천주학에 빠져 끝내는 다른 형제들에게 그 화를 미치게 하고 자신은 순교를 하고 만다. 

바로 윗형인 약종은 천주학을 신봉하지만 그는 새로운 학문으로 받아 들일뿐이다. 주자학과 천주학을 양면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그는 공자,맹자,주역에 더 깊게 빠져들기도 한다. 그의 학문적으로 뛰어남을 일찍이 알아본 정조는 그를 가까이 두려 하지만 노론세력에 밀려 순탄치 못한 출세의 길을 걷는다. 자신의 뒷배를 봐주던 정조마져 갑자기 죽고나자 그는 그를 주시하고 있던 세력들에 밀려 그와 그의 형제와 주위 사람들이 믿고 받아들인 천주학으로 인하여 그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그런 이유로 경상도 장기로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되는 약용은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로 글쓰기를 한다.

작가의 생각이겠지만 어떻게 해서 정약용이 천주학을 믿게 되었는지 왜 유배를 가게 되었는지 그가 진정으로 천주학을 받아 들였는지 말해주고 있다. 정약용 그가 지금 시절에 살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새로운 것을 배척하던 시대이고 더구나 조상들의 제사를 지내지 않는 천주학은 손님(마마)처럼 여겨져 배척하게 되고 천주학에 물든 자들은 그 뿌리를 완전히 뽑으려 했으니 그 속에서 유배를 가서 살아 남음만으로도 다행으로 봐야할 듯 하다. 그가 만약에 천주학에 빠져 들지 않고 그 시대를 호령하며 임금 곁에서 정치를 더 했더라면 어떻게 변했을까. 그 많은 저서들은 오늘날까지 남겨지게 되었을까. 

다산을 아낀 정조와 둘의 대화에서 인간적인 정조를 그려낸것도 작가의 시선이겠지만 문화부흥기였던 그 시대의 정조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어 읽는 동안 흐뭇하다.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게 되고 그런 아버지를 잊혀진 왕이 아닌 자신의 아버지로 복원시키려 노력한 정조, 의문의 죽음으로 인하여 천재를 알아봤지만 그 힘이 미치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다산에게는 어쩌면 유배가 더 나은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력다툼속에 있었다면 그의 목숨도 위험했을 터인데 강진에서의 그는 더 빛나지 않았나싶다. 작가가 13년동안 다산에게 매달려 그를 새롭게 부활시키려 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각고의 노력이 있어 정약전도 초의도 추사도 그에게서 새롭게 탄생되어 나왔듯이 이 소설속에서 정약용은 새로운 삶을 부여 받은 듯 하다.고을을 맡아 다스릴때는 어느 편에 치우치지 않고 명판관이 되어 바르게 평을 내리고 교우관계며 사상이나 철학적인 문제에서도 자신의 현 위치를 잘 파악한 듯 하다.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 화려하게 새 세상을 꿈꾸고 이렇게 향사례를 하고 벗을 사귀고 술 대작을 하고 과거 공부를 하고 벼슬을 하고 농사짓고 장사하고 옹기 굽는 따위의 사업이라는 것도 결국 향기롭고 그윽한 그림자 만들기 아닐까요?

사나운 뇌성벽력은 햇빛으로 이기고, 강한 햇빛은 음음한 꽃그늘로 이기고,향기로운 꽃그늘은 물로써 이기고, 물은 달빛으로써 이기고, 달은 해로써 이기고, 해는 밤으로써 이기고, 기나긴 밤은 잠으로써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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