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2009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엄마), 원빈(도준),진구(진태),미선(전미선)
엄마가 지켜줄께....
얼마전 김혜자님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을 읽고 대한민국 엄마를 대신하는 '김혜자'라는 배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가에 꽂히면 다른 것은 돌아보질 못하기에 한 씨에프와 드라마 방송국에 고정으로 출연하듯 한 그녀. 다시 돌이켜 보면 그 씨에프를 떠올리다보면 그녀 '김혜자'가 있고 전원드라마를 생각하면 '김혜자' 가 있다. 그런 그녀가 아프리카의 영양실조와 말라리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십여년을 넘게 돌보아온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녀가 새삼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어딘가 모르게 여린듯 하면서도 '대한민국 표본엄마'를 떠올리게 하다가도 드라마속 이미지 때문일까 혼자서 소주를 홀짝이며 인생 넋두리를 하는 그녀가 우리네 엄마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자기것은 꼭 지킬것 같은 이미지에 잘 나가는 '원빈' 보다는 '김혜자' 라는 배우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도준아, 진태랑 놀지마..그놈은 뿌리부터 썪었어..'
자신이 아들 도준도 모자란다. 하지만 그런 아들에게 더이상 나쁜 물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동네 양아치 같은 친구 진태랑 놀지 못하게 하지만 아들 도준은 사건이 있던 날도 그와 함께 한다. 읍네에서 한약재료를 파는 그녀, 작두로 약재를 썰며 길 건너의 아들을 감시하듯 쳐다보며 불안 불안 하던차에 '싹둑' 하는 소리는 작두에 촛점이 맞추어지지 않고 그녀의 얼굴부분에 촛점이 맞추어져 더 섬뜩하다. 무언가 일이 일어났을것만 같다. 엄마는 도준에게 누가 그에게 <바보> 소리를 하면 갚아주라고 한다. 그는 바보이면서 '바보' 소리에 무척이나 민감한 사슴처럼 정말 선한 눈을 가진 청년이다. 하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기엔 너무 모자라다.그런 그가 술이 잔뜩 취해 들어오던 날 밤에 우연히 동네의 한 여학생을 만나고 그녀는 다음날 시체로 옥상에 걸려 있다. 동네가 다 보이는 집에.
도준이 가지고 있던,그가 이름을 써 놓은 골프공때문에 그는 살인자로 잡혀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기엔 너무도 어리버리한 형사들, 사건을 맡기려 하지만 돈만 밝히는 이상 야릇한 읍네 잘나가는 변호사, 엄마는 할 수 없이 혼자 스스로 사건을 해결 하려 나선다. 용감무쌍한 엄마. 도준과 어울려 놀던 진태가 범인인줄 알고 의기양양하게 비닐장갑을 끼고 건져온 골프채, 하지만 너무도 빗나갔다. 죽은 소녀를 중점적으로 파헤져 나가다 보니 사생활이 복잡하다. 도준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그런 엄마가 뜻하지 않은 아들의 사고 목격자를 만나고 자신도 뜻하지 않은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엄마라서 아들을 지켜려는 모성본능에 의한 행동일까... 한 사람만 없어진다면 아들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기에 목격자를 처참하게, 자신의 의지가 아닌 행동으로 넋이 나간듯 행동하는 엄마, 그녀에겐 오로지 <아들 도준> 밖에 없다. 그 아들이 세상이고 인생이고 그녀의 모두다.
처음과 마지막의 장면은 겹쳐진다. 시간과 공간을 알 수 없는 갈대밭에서 자신의 알맹이를 잃어버린듯 웃음도 울음도 아닌 허황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그녀, 그녀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들 도준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건의 결론을 감독은 관객에게 맡겨 놓는다. 모호한 마지막 그녀의 막춤의 춤사위에 그녀를 심판할 것인지 말것인지 음악은 모호하게 석양과 함께 흘러가기만 한다. 원빈의 사슴처럼 맑은 눈빛과 대비되듯 엄마의 광기어린 눈빛, 아들을 지켜내려는 엄마의 모성은 화면가득 그녀의 애매모호한 표정과 함께 넘쳐난다.배우 김혜자가 표현하려는 <엄마>는 살인까지 불사하는 그런 엄마일까? 자식을 잃으면 자신의 전부를 잃을것 같아 자식 먼저 농약을 먹여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한 독한 엄마일까. 그런 벼랑끝에 서 있다면 나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감독은 되묻고 있다. 나 자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봉감독의 마더,김혜자의 마더, 그들의 척박한 삶이, 그들이 원하지 않아도 벼랑끝으로 밀려가는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