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소풍 - 따뜻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순박한 밥집
김홍성 글 사진 / 효형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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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 있을 만큼 걷다보면 의식이 맑아지고 정신이 안정되었다.
뭔지 알 수 없는 희열이 솟기도 했다... 



작가의 <천 년의 순정의 땅,히말라야를 걷다>를 읽고 구매를 해 놓고 읽지 않고 미루어 두었던 그의 또다른 책을 펼쳐 들었다. '히말라야를 걷다'를 먼저 읽기를 잘 한 듯 하다. 히말라야를 걷다는 그가 히말라야를 찾게 된 처음의 이야기이고 이 책은 네팔에 정착하여 이년여동안 숙박업을 하다가 접고 함께 하던 식구들을 내보낼 수 없어 시작한 밥집 '소풍' 의 이야기다. 네팔에서 정말 한국식 '소풍' 의 이미지를 실천하듯 둥그런 상을 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는 정겹던 어린시절의 시골밥상 같은 풍경과 소풍을 떠날때 가져가는 김밥과 도시락을 메뉴로 하여 욕심내지 않고 트레킹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여러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고 아내와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영위했음을 말해주듯 그만의 문체로 다감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다.

그의 고향은 '오지마을' 이라 해서 몇 번을 읽었었다. 역마살이라고 해야할까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그의 자연적인 삶은 한곳에 안식하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아버지와는 너무도 달라 집이 아닌 밖으로 겉돌았던 삶이 '히말라야'를 만나면서 완전한 그의 삶이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세르파와 그의 아내, 짧은 생을 함께 했지만 서로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지만 연로하신 아버지의 뜻을 받아 들이기 위해 서로에게 의견을 존중하듯 한국과 네팔의 삶을 반반씩 절충하기도 하고 '소풍' 을 그야말로 현지인들에게 맞기고 한국에 돌아오고 2개월여만에 그의 아내가 '간암말기' 라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지만 그녀는 끝내 네팔에서도 한국에서도 '쌍무지개' 로 영원한 삶을 찾아 떠나고 만다.

트래킹을 하다가 만난 세르파와 그의 가족들을 종업원으로 함께 하며 식구처럼 삶의 고락을 함께 한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아내가 '소풍' 을 맡아 하기에 빈둥빈둥 옆에서 아이처럼 아내에게 먹고 싶은것이며 둘만의 시간을 조르기도 했던 이야기들이 아내가 떠난 자리라 그런지 더 정이 묻어나게 들어왔다. 그가 종업원들을 가족처럼 여겼기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신의 가게를 맡겨 놓고 그들이 꾸려 나가게 할 수 있었으며 그곳을 들르는 외국인들에게도 나름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것 같다. 

비빔밥이며 떡볶이나 김밥을 우리만의 고추맛으로 우리식으로 우리의 옛 정이 묻어 나던 시골밥상같은 느낌을 전하려 했던 그의 맘이 맞아 들었을까, 가게의 이름처럼 소풍을 떠나기 위한 설레임이 묻어나는 느낌이면서 소풍 떠나기전 설레임을 안고 어머니 밥상을 대하는 그런 느낌도 난다.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고 내가 꼭 필요한 것만 얻으려 했기에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나 주위 사람들이며 모든 이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소풍' 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곳에서 역시나 작가는 '술' 에 대한 애착을 깊게 들어낸다. 히말라야를 걷다에서는 '창' 을 즐겨 마시던 그는 '뚱바' 라는 창보다 더 숙성이 잘 된 술을 즐겨 찾는다. 단지같은 곳에 담긴 술을 빨대로 빨아 먹는 것을 테마기행이나 다큐에서 많이 보았는데 그 술이 '뚱바' 였던 것이다. 그 빨대의 구멍이 아래부분의 옆에 나 있던 것이 기억나기도 하는데 작가로 인해 '뚱바' 를 더 잊지 못할것 같다. 쌍무지개와 함께.. 그가 소박하고 꾸밈없고 거짓없는 네팔인들과 함께 한 '소풍' 은 아내가 떠나고 정말 인생의 '소풍' 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의 한 귀절에 등장하는 '소풍'이라 그런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와 함께 '소풍' 은 남다른 의미로 받아 들여지고 읽게 되었던 책이며 척박하며 산소의 모자란 그곳 히말라야가 한없이 가슴에 담기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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