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순정의 땅, 히말라야를 걷다
김홍성 지음 / 세상의아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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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발밑을 보고 한발 한발 힘주어 걸었다. 온갖 잡념이 머릿속을 맴돌다가 사라졌다. 
나중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걸었다. 내 몸의 움직임만 간간이 느껴질뿐이었다...



내가 오른 최고 높이의 산은 속리산 문장대이다. 산을 전혀 오르지 못하던, 타지 못하던 내가 천고지를 올랐을때의 감격은 정말 이루 말할수가 없다. 그런데 그 천고지가 다섯개 여섯개는 있어야 하는 히말라야, 지상에서 가장 순결한 땅인 '라다크' 의 마카밸리와 잔스카르를 향한 저자의 때묻지 않은 순결이 사진과 그의 글에 모두 녹아 함께 트레킹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사진을 들여다 보고 또 봐도 라다카인들은 정말 순박하면서도 순진하다. 깊게 폐인 주름에도 척박한 그들의 삶이 녹아 나 있는듯 먼지가 묻은 옷을 입고 있지만 전혀 때묻지 않은 깨끗한 모습으로 보인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깨끗함을 닮아서일까.

그의 발길을 쫒다 보면 백개의 물집과 늘 지나는 민가를 뒤져 밥보다 더 찾는 '' 이라는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한 술과 함께 하는 그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늘과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밤이면 더욱 아름다운 곳,주먹만한 별과 가끔 떨어지는 별똥별은 어떤 느낌이며 의미인지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사진을 몇 번이고 들여다 본다. 봐도 봐도 질릴듯도 한데 척박함의 어느곳에 그들의 '' 이 숨겨져 있는지 가고 싶어진다.

척박한 땅에서 보는 쌍무지개도 보리밭도 노을도 다 다른 의미로 다가올 듯 하며 욕심부리지 않고 그들 나름 자연과 동화되어 산소부족에도 잘 견디며 강인하게 살아가는 그 삶을 직접 만난다면.. 과연 저자나 무진스님처럼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아무 욕심없이 히말라야를 대했기에 사진에도 글에도 그의 욕심보다는 순결과 순정이 담겨 있는 듯 하다. 티비에서 언젠가 '차마고도' 라는 다큐를 했다. 그 프로를 너무도 감동적이게 보아 재방을 할때 다시 보기도 했는데 이 책의 그 길과 차마고도는 어느 지점쯤에서 일치하지 않을까 한다. 먼지가 풀풀 날려도 한줌 소금을 위해 한줌 곡식을 위해 먼 길을 가던 그 사람들처럼 많은것을 욕심내지 않고 그저 '히말라야' 만을 바라보아서인지 글과 사진이 좋다. 

'여행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한 일 년쯤 이렇게 빈둥대며 눌러 살고 싶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이렇게 골목길까지 훤해지면 떠날 때가 된 거야..'
'골목을 알면 떠날 때가 된 것이다. 형님, 그게 바로 시네요.'
'정에 붙들리면 더이상 방랑자가 아니다. 골목길 끝의 주막집 노파는 물론 우리도 정들기 전에 작별을 나누자. 그것이 바로 하염없는 방랑자들의 숙명..' 

순박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미루나무, 예전에 우리 동네에도 미루나무가 많았었고 우리네 때묻기 시절엔 미루나무가 많았었는데 이곳엔 미루나무가 그래도 많은지 사람과 함께 하는 나무가 참 인상적이다. 힘들지만 가끔은 밤하늘의 별들이 시가 되고 지나는 바람이 시가 되고 태초의 시작처럼 울려대는 천둥소리가 시가 되고 돌풍에 날아가 붉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자신의 껍데기 같은 흐물흐물한 침낭이 시가 될 수 있는 곳 히말라야, 저자의 순박함처럼 정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척박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곳 라다크를 그와 함께 걷고 나니 라다카들처럼 나도 힘이 솟아 나는것 같다. 그 땅에는 강인함을 주는 무언가가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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