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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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을 보고 '우린 당신을 도울 수가 없어요. 당신은 죽을지도 몰라요' 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우린 여기서 매일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이곳의 현실이에요..


산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뛰어난 연기자. 한국의 여인상, 어머니상,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살고 화려한 조명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여자, 행복한 사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난 행복합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끝 모를 허무감만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를 끊임없이 묻고 있지만 않다면! .. 연기자 김혜자씨, 그녀의 고집은 대단하다. 한방송국만 30년에 한 CF만 20년이 넘게 하여 기네스북에도 오랐는데 그 모두가 자신을 잘 표현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가 찾은 기아와 가난이 난무하여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을 사진과 글로 만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이 책을 읽기전에 그녀가 다녔던 나라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들을 먼저 만서일까 글이 더 와 닿는다. 시에라리온의 소년병을 다른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 이나 <신도 버린 사람들> <마리나>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등의 책들과 그외 다른 책들에서 많이 다루어지기도 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듣기도 하고 보면서 '나눔'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서 그녀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지만 어머니의 모성애가 있었기에 그녀의 눈물이 더 값지게 다가온다.

'전쟁은 안된다. 어떤 이유로도 전쟁은 안 된다. 꽃으로도 이 아이들을 때려선 안 된다.'
전쟁,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함으로 인하여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여자들과 어리아이들이다. 그녀가 책에도 언급했듯이 부자나라와 전쟁을 한다면 더 나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피해가 더 크다. 부자나라와 전쟁을 하여 크게 보도가 되면서 그들이 실체가 들어남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되어 그들을 도우려는 손길이 많아 진다면 다행이지만 잊혀지거나 복구되지 않은 피해현장에서 더 처절하게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절망일까. '집으로 가는 길' 에서도 소년병들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 있어 소름이 돋는 전쟁의 참혹함을, 내전의 현실을 마음 아프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곳의 소년병들의 이야기와 함께 참혹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얼마나 울렸는지 가슴이 아팠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인간의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라고 합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이동하는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겠고 금방 전달이 되는 사람도 있겠고 죽을때까지도 이동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1만원이면 여기 이 아이 한 명을 한 달을 먹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클 때까지만 먹여서 살려 놓으면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살아갈 테니까요.. 그렇지 않고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우리 모두의 범죄 행위입니다.' 많은 것으로 도움을 주기 보다는 작은 정성이 모여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세 잔의 차> 에서도 느꼈듯이 그녀가 한 '사랑의 빵저금통' 의 힘은 컸으리라 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져오는 빵저금통, 그때는 무심하게 넘겨 버렸던 적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후회스럽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집 막내는 '엄마 내가 만원을 내면 그 돈이 금방 가난한 아이들에게 갈까..' 하며 용돈으로 모은 돈중에 만원을 빵저금통에 넣던 기억이 난다. 더 보태줄까 하다가 딸아이의 정성만으로 채우길 바라며 보냈던 기억, 그 일만원이 한 아이를 살렸을까.

울고 싶어도 너무 배고프고 힘이 없어 울지도 못하는 아이들, 자신은 죽어가면서 음식물을 받아 입으로 꼭꼭 씹어 죽어가던 동생의 입에 넣어주어 동생은 살리고 자신은 죽은 형의 이야기며 너무 굶어 입천장이 다 허물어진 아이, 엄마의 빈접을 빨아야 하는 아이들. 어디 한두명의 이야기일까. 사진속 아이들은 밝게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내 주머니만 채우려 하며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책이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치열하고 힘든 것인가. 내게 주어진 한 순간 한 순간들을 무의미하게 흘러가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내 몸이, 내 마음이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십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녀가 한 일들을 어찌 말과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과 감동은 그녀의 몫으로 그녀의 가슴에 저장되어 있겠지만 그녀가 풀어 놓은 짧은 글과 사진만으로도 그들의 아픔은 잘 전해져 무언가 나누어 주어야 할 것 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반면에 늘 부족하다고 여기는 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한다. '인간의 삶의 조건이 최고로 좋아진 세상이지만 수천만 난민들의 처절한 고통은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나눔' 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이라도 나누는 것입니다.' 한개로 99개를 채우기는 쉬워도 나의 99개에 한개를 채우기는 어렵다는 것을 안다. 모두가 하나씩 덜어내어 '나눔'을 실천한다면 먹을 것이 없어 풀로 연명하거나 하루에 한끼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것이다. 이제는 눈과 마음을 돌려 이웃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며 살아야할 것 같다.  '바미얀의 석불은 파괴된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에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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