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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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견디겠어,소니... 참을 수가 없어. 우리는 자존심을 가져야 해.존엄성을 지녀야 한다고..어떻게 집집마다 다니며 구걸을 하냔 말이야.발루타가 우리의 권리라고? 맙소사! 그들이 음식을 어떻게 던지는지 본 적 있어? 개처럼 살 권리 따위는 원치않아. 나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원한다고... 


달리트,불가촉천민인 다무는 인도의 어느 신분계급에도 끼일 수 없는 천민인 절대적인 신분계급에 반기를 들 듯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개척하려 한다. 하지만 개만도 못한 인간, 불가촉천민인 그들이 물을 먹기만 해도 그 물이 다 오염된듯 하다고 하여 개에게도 먹이는 물을 그들은 근처에도 못가게 하는 그런 존엄성이 땅에 떨어진 계급제도에 다무는 당당히 맞선다. 하지만 조상대대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받아 들이기만 했던 사람들에게 다무의 방식은 먹혀들지 않고 난관에 부딪힌다.

자신에게 행운이 따른것처럼 우연찮게 만난 사헤브에게 영어를 떠듬거릴 정도로 배우게 되고 어린 나이에 그에게 시집을 온 소누는 12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도 그는 그녀를 탓하기보다는 인간으로 그녀를 받아 들인다. 그녀에게 글을 가르치는 반면 자신도 <교육>에 큰 몫을 두고 신문읽기며 좀더 다른 불가촉천민들보다는 깨이려 노력한 다무, 그들은 행운처럼 12년만에 아들을 얻게 되고 부터 육남매를 얻을 수 있었고 막노동부터 바바사헤브의 연설과 그의 신분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하게 여기는 사상에 맘을 두고 그에 관련된 잡일도 마다않고 했지만 가난은 벗어날 수 없던 그가 철도회사에 들어가게 됨으로 하여 형편은 조금 나아졌지만 신분제도앞에 늘 가로막혀야 현실앞에서 자신의 대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굴레를 자식대에서만이라도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들의 교육에 남다르게 열정을 기울여서인지 맏이부터 잘 되어 그는 희망을 찾게 된다. 하지만 병마를 이기지 못해 끝내 암에게 자신의 삶을 정복당하면서도 막내의 공부를 더 중시여긴 다무, 이 책은 그의 막내 아들이 쓴 자신의 아버지와 엄마인 다다와 소누가 걸어온 가족사를 쓴 이야기이다. 그 가족사에는 인도의 신분계급이 잘 들어나 있고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가난과 싸우는 불가촉천민들의 삶이 잘 그려져 있다.

'신도 버린 사람들', 그들이 모시는 신이 그들을 버리기도 했지만 그들 또한 신을 버리기도 했다. 자신들의 신분때문에 자신들이 그토록 열성을 가지며 모시던 신을 버리고 불교로 전향하는 사람들, 제목에는 이렇듯 두가지 뜻이 담겨 있다. 그들도 신을 버렸고 신도 그들을 버렸으니 신을 버리고 나서 비로소 '인간' 으로 거듭난 사람들이다. 계급이 인간보다 중요할까? 어느나라나 전통과 관습이 있지만 이런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옭아 매는 '법 아닌 법' 속에서 지금도 덫에 걸린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조선시대의 계급사회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어느 나라는 여성들의 조혼때문에 태아사망률과 여성인권이 짖밟히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인도의 신분계급은 무척 엄한것으로 아는데 그런 계급사회를 무시하듯 불가촉천민이었던 다무의 막내아들인 자다브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학자가 되었으니 신분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가 그만큼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삶에 굴하지 않고 개척하려 무던히 애썼던 아버지 다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운명은 우리가 만드는 거야. 우리 손에 달린 거라고..' '아이고 아들아, 우리는 마하르야.물을 건드릴 수 없어. 그랬다간 물을 더렵혔다고 벌을 받게 된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거기서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지..' '우리는 언제까지 납작 엎드려서 지내야 하나요? 우리는 그 사람들의 사원에도 들어가지 못해요.그들의 우물에서 물도 못 마셔요..' '불교에는 성직자 계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 사람도 없어... 엄격한 규율도 없어. 가슴과 신심만 있으면 돼.'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하고 아무리 높이 올라가더라도 카스트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다는 두려움을 버렸고, 우리를 용감하게 키웠다. 말로 하는 설교가 아니라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다.'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 

다무 역시 조상들이 해 왔던 그대로 자신의 신분을 받아 들이고 그대로 살았더라면 자식의 대에서 지금과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나올 수 없었으리라. 무엇보다 자신은 가진것이 없지만 '배움' 에 늘 열려있는 귀와 눈을 두고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이 넘치게 가졌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자신이 이루지 못하면 다음 대에서라도 이루려는 인내가 있었기에 그토록 단단한 철벽같은 인도의 신분계급을 벗어나 VIP가 될 수 있었으리라. 그의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에, 불가촉천민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었고 자신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으며 살아 신분계급에 반기를 들고 가난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루려고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버지 다무, 그가 자식들에게 안겨준 자유와 희망이 한동안 내 가슴에도 물결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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