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맨발
송수권 지음 / 고요아침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백혈병의 아내를 위한 참회록...


작가의 글을 안것은 그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던 그의 시였다. 아내의 병때문에 절필하겠다는 작가이기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것 같다. 하지만 그의 책에 대하여는 아직 관심밖이라 읽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뇌리에 깊게 각인이 되었다. 아내의 병때문에 아내를 다시 돌아보게 된 남편의 모습같아 애절하면서도 잘 되기를 바래 보았는데 그후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잘 되었으리라 믿어본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학력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그의 말처럼) 교수가 되었고 시만 고집하며 쓰게 똥지게를 지며 뒷바라지한 아내가 있어 오늘의 그가 있는 듯 하다. 거기에 아내의 병때문에, 아니 억소리 나는 병원비때문에 절필을 하려 했던 것이 하나 더 추가가 되면서 그와 아내가 제자와 스승의 관계였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나이차이가 그리 문제되거나 하는것도 아닌데 여중생 제자와 스승으로 만나 사랑을 키우다 결혼을 하였으니 세간을 피해 그들은 섬으로 돌며 묻혀 지내야 했던 삶이 아내를 더욱 고달프게 만든것 같다. 거기에 동생의 죽음에 따른 방황, 그 모든 것들이 시가 되고 시어가 되어 좋은 시들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이 책은 아내를 위한 참회록처럼 1부는 <하늘돌>이란 부제로 2부는 아내를 위한 시들이 모인 <애절한 사부곡>으로 나뉘어 있다.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해준 것은 모두 아내의 몫이라며 벽에 못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는 그가 똥지게를 지며 수박농사를 지었던 아내에게 늘 맨발이었고 병상에서도 맨발인 아내의 거북껍질 같은 맨발을 쓴 가슴 먹먹하게 하는 그이 사랑이 시에 모두 녹아 있다.  
뜨거운 모래밭 구덩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 몸체는 뒤집히고 짧읁 앞 발바닥은 꺾여 /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었다. / 알면서도 모르는 척 두 눈 딱 감고 / 감은 눈꺼풀 위에 깍지낀 손 얹은 채 /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 손사래 밑으로 / 두어 방울 눈물이 침상 밑으로 /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매패의 키 조개처럼 갈라진 / 발바닥 / 천하를 주유하고 온 부처님의 / 맨발바닥. //   -아내의 맨발 .2 

자신으로 인하여 공부를 더 하지도 못하고 가정을 이루고 고생만 하였던 아내, 그런 아내가 자신이 좋아하는 단감빛 피를 수혈받아가며 억소리나는 병원비때문에 수술을 받지 않겠다며 사라져 자신을 아프게 했지만 가족의 골수가 맞아 이식 수술을 기다리며 무균실에 들어간 민달팽이같은 머리로 등신불처럼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삶에서 표현하지 못한 모든 사랑이 그이 시에 녹아 있어 읽는 사람 마음도 절절하게 하니 어찌 맨가슴으로 읽을까.. 몇 번을 눈물을 훔치며 읽다 꼭 남편이나 힘들다고 하는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시어 하나하나가 괜히 나온것이 아닌 세월이 녹아 있고 아내의 정성이 녹아 있음이 엿보이는듯 두어번을 읽게 만들었다. 

아내가 없으면 가스불도 잠그지 못하고 못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견우 직녀보다 더한 사랑으로 연결되어 끊어지지 않는 <끈>이 그들사이엔 매어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늘 함께 하는 부부는 서로의 소중함보다는 당연함으로 살기에 바쁜데 반쪽의 소중함을 독자에게 더 깊게 느끼게 해주고 ’절필’이 아닌 더 왕성함의 기회가 된 듯 하여 다행이다.  이 책의 시와 수필이 그에게 큰 희망이고 용기가 되었듯이 나도 희망 한 줌 충전해 보는 기회가 되어 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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