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네 속에 없는 것을 네가 남에게 줄 수는 없다. 네 속에 미움이 있으면 남에게 미움을 줄 것이고, 네 속에 사랑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사랑을 줄 것이다. 네 속에 상처가 있다면 너는 남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네 속에 비꼬임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비꼬임을 줄 것이다.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다. 그중에서 맘에 들어 즐겁고 재밌게 읽은 것도 있지만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즐거운 나의 집>을 유쾌하고 상쾌하고 읽은 후라 좀더 거리를 두고 읽으려다 이 책을 잡게 되었는데 즐거운 나의 집에 등장하는 ’위녕’ 그녀의 큰딸의 이름이 이 책에도 함께 등장을 한다. 엄마가 일주일에 한 번씩 사춘기의 딸에게 편지를 썼던 것을 모아 놓은 것이라 하는데 나 또한 사춘기의 두 딸을 두고 있고 지금은 기숙사에 떼어 놓고 있어서인지 작가이기보다는 그가 ’엄마의 역할’ 에 충실하려는 본 마음을 들여다 보고는 딸에게 그런 편지를 썼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애인같으면서 남편 같으면서 친구같은 딸과 함께 간단하게 한 잔을 하기도 하고 읽은 책을 나누기도 하는 부분들은 정말 부러웠다. 나 또한 날마다는 아니지만 지금 현재 큰딸의 블로그와 메일에 간단하면서도 엄마의 마음을 써 놓고 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 떨어져지내면서 더 깊어기지도 하고 엄마의 품을 처음으로 떠나 있는 큰딸은 집에서는 엄마의 잔소리로 여기던 것들이 자신에게 보약이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집에 오면 중3의 동생에게 ’엄마에게 잘해.. 너도 집 떠나보면 알거야..’ 하는 제법 어른스러운 말을 하기도 한다.

가끔 전화와 이주에 한번씩 만나다 보니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도 먹고 싶고 그립기도 하고 언제인가는 공부도 하기 싫고 기운도 떨어지는데 갑자기 엄마가 해준 맛난 음식을 생각하니 기운이 번쩍나면서 열공하게 되었다며 집에 오자마자 생각했던 것을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큰딸과 난 중3의 한해 동안 정말 날마다 싸운것 같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엄마맞아... 딸맞아..’ 했을 정도로 그렇게 심하게 싸우기도 했다.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서일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욱 애틋지기도 하고 그동안 속에 있던 말들을 담아 놓지 않고 다 뱉어냈기에 서로의 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더 친구처럼 가깝게 된 듯 하다.

그런 딸에게 방명록에 편지아닌 편지를 날마다 쓰다보니 작가의 맘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책을 읽고 맘에 드는 귀절이나 부분들은 생각했다가 딸들에게 말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가만히 듣고 있다가 ’엄마는 어디서 그런 좋은 말들을 얻는거야..’ 하고는 부러움의 말을 하면 ’너희들도 주말에는 책 좀 읽어봐..’ 하기도 하는데 이젠 점점 엄마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며 <친구>로 거듭나려는 딸들이 옆에 있어 참 좋다. 비록 힘든 사춘기를 보내고 있고 나 또한 제2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이 참 좋다. 엄마의 욕심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지금의 학교를 택했지만 위만 바로보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과 차이때문에 맘 상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의 욕심’ 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신이 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딸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엄마는 늘 너희들의 그림자가 되어줄께’ 라고 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만큼을 모두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자력을 키우는 딸에게 늘 뒤에서 박수만 쳐주고 있다. 엄마란 그런 존재인것 같다. 옆에만 있어도 힘이 나는 존재.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 거야..
위녕의 엄마는 평탄치 못한 삶과 일정하지 않은 작가란 직업으로 인해 일반적인 엄마보다는 좀더 거리감이 생겼을것 같다. 그런 딸을 다독이며 삶의 동지로 애인으로 함께 맘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처럼 엄마의 잔소리 같은 ’삶의 알맹이’ 들을 전해주는 엄마의 이야기가 가슴을 후려친다. 늘 함께 하고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 당연시 여기어 좀더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게 만들기도 하고 엄마의 잔소리성 글로 힘든 시기를 보낸 ’위녕’ 이 대견하기도 하다. 책 속에서 예를 들은 봄가뭄후에 많은 비가 온 후 풍년의 가을결실을 맞이한것이 봄가움탓이었다는 비유가 그들 또한 그 시기를 걸어가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그런 힘든 시기를 걷고 있는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아 훈훈하기도 했다. 그가 작가이기 이전에 엄마로 위녕에게 남긴 글이라 하여 더 다가온 듯 하다. 책 속에는 책이 많이 등장을 한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책만큼 더한 선생님이 있을까. 엄마가 읽은 좋은 책과 부분들을 옮겨 딸에게 전해주고 엄마의 생각도 함께 나눈 것이 그들의 삶을 일부를 들여다 보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낸 인생선배의 조언처럼 내 삶에도 접목시키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 책을 내려 놓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가정주부라 무식한 게 아니다. 나는 다림질,세탁,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게 좋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 찬탄할 만한 직업인데 왜들 유감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잼을 저으면서도 세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데..타샤 튜더...의 글 중에서 발췌해 놓은 글이 참 마음에 든다. 나 또한 타샤 튜더의 정원은 아니어도 그런 정원을 갖길 원하고 있지만 자녀들에게는 늘 학기초나 부모의 직업을 물으면 집에 있는 엄마를 싫어하는 투이며 늘 편한 복장으로 있던 엄마가 학교에 가게 되면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얼마의 경제력을 보태는것도 좋지만 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정말 맘에 들었다. 이런 좋은 부분들을 딸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도 엄마의 경쟁력인듯 하다. 부모의 욕심대로 아이들이 바른 길로 걸어가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삶을 살아가도 응원을 하고 박수를 쳐 주어야 한다는 것을 한번더 절감하며 방학에 딸들과 책 속에 등장한 책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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