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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은 그 아름다움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속에 삶의 풍요로움과 사랑,신이 창조한 세계의 다채로움에 대한 존경심과 신앙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죠..
이 소설은 시작부터 약간 특이하다. ’ 나는 죽은 몸’, 곧 시체가 말을 하듯 자신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였고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을 하듯 이야기를 한다. 화자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부제로 정해진 사물이나 사람들이 모두 화자가 되어 글을 이끌어 간다. 1591년 터키 어느 우물안, 금박세밀화가 엘레강스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데 그를 죽인자는 그와 함께 세밀화를 그리던 자로 의심이 되고 술탄이 지시한 책을 만들던 에니시테, 남편을 잃고 두 아들과 친정으로 돌아온 세큐레의 아버지도 누군가에 의해 타살된다. 타살현장에서는 마지막 그림 한장이 없어지고 그 일을 맡은 서기관 카라는 세큐레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범인을 밝혀내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세큐레의 남편은 전장에 나가 4년여 아무 소식이 없어 죽은 것으로 알고 아버지 곁으로 돌아오지만 그의 남편 동생인 하산은 그녀를 사모해 그녀와 결혼을 하기 위해 카라와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듯 둘의 관계를 흔들어 놓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일을 맡아 하는 카라를 더 신임해 그와 결혼을 하지만 범인을 밝혀내는 마지막까지 그를 신뢰할 수 없어 합방을 하지 않는다. 세명의 세밀화가인 나비와 올리브 황새 그리고 화원장인 오스만 그리고 커피숍의 이야기꾼과 카라까지 모두 범인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소설은 세밀화처럼 세밀하게 짜여져 있다. 남녀의 사랑과 그림에 대한 화가들의 고집, 새로운 화풍을 받아들이려는 자와 옛것을 지키려는 자들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 잘 짜여진 세밀화처럼 오밀조밀 잘 채워져 있다. 작가의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의 독특함이 더 소설에 집중하게 만든것 같다.
과연 카라가 범인을 색출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엘레강스와 에니시테를 죽인 범인을 찾아 낼 수 있을까.. 세밀화가 세명의 특징들이 잘 나열되면서 그들의 화풍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며 그림에서 단서를 찾는 험난한 작업, 어찌보면 중간에 손을 놓을 수도 있는 책이다. 하지만 좀더 집중을 해서 읽는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퍼즐조각을 맞추어 나가듯 화가들의 특징과 그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위 깊게 듣다 보면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에게 빠져들만한 소설임을 알게 된다. 작가가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 었고 오스만 제국 시대에 제작된 세밀화를 모사를 하기도 하고 미술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인지 언어로 그만의 세밀화를 완성한 듯한 작품 <내 이름은 빨강> 은 여운이 길게 갈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나며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가 좋아져 그의 다른 작품인 <이스탄불>과 <검은 책 1,2>을 구매해 놓았다. 자신의 고향인 이스탄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작가의 또다른 면을 만나고 싶어 다른 작품들도 만나고 싶은데 세밀화처럼 꽉 조여맨듯한 작품을 두권이나 읽고 나니 약간의 쉼을 주고 싶어 좀더 지난후에 읽어보려 한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장자인 오르한 파묵, 그의 작품을 만나는 동안 기분좋은 상상속에 빠질 수 있어 좋았다.
화풍은 세밀화가가 원해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세밀화가의 과거가, 잊었던 기억이 비밀스러운 결점을 드러내는 거라고 가르쳐주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