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반쯤은 같이 있는 것 같으면서,반쯤은 거기에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있는데도 없다.
없는데도 있다. 혹은 있는 듯한데 없다. 없는 듯한데 있는 그 무엇....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7월 24일 거리>이후 두번째 만나는 작품이다. 연애소설에 강한 그가 <악인>으로 잠시 탈선을 하듯 하더니 다시 연애소설을 들고 나왔다. 악인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읽어보려 하는 작품중에 하나이다. '7월 24일 거리' 를 읽고 그에게 매료되었다. 이 작품에서도 사랑에 대한 그만의 표현이 수채화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설이면서 그림같은 느낌의 그의 소설이 정적인듯 하면서도 움직이고 있어 더 흥미롭다.

다큐멘터리에 관한 일을 하는 슌페이는 어느날 우연히 공원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소리를 듣지 못해 마감시간이 다 되었다는 말에도 움직었어 그들은 그렇게 만났다.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여친과 헤어지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교코와 그는 만남을 이어간다.영상과 소리를 직업으로 하던 그에게 교코의 세계는 또 다른 세계이다. 말로 소통을 하던 그가 메모지에 필담을 나누면서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말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는다. 

자신은 잠을 통자지 못하는데도 교코는 듣지 못하기에 평화롭게 잠을 잔다. 낮잠도.. 그런 그녀에게서 소리가 무엇인지 소리가 없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 조금씩 느껴가지만 그의 일은 점점 바빠져 간다. 하지만 듣는 사람과 듣지 못하는 사람사이의 약간의 소통의 차이를 느껴가기도 하지만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교육이 잘된 교코에 빠져들어 간다.그런 그녀를 아버지의 정년퇴임 축하자리에 데리고 가지만 부모님께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해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다행히 교코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들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모처럼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는데 그가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인 대불 파괴에 관한 취재차 파키스탄에 가야 하는 일과 겹쳤다. 교코의 마음은 헤아리지도 않고 한마디로 여행사에 취소를 해 놓고 불안해 하는 그,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교코를 혼자 남겨 놓고 파키스탄으로 떠나 작업을 잘 마무리 하고 돌아오게 되었지만 그녀의 행방이 묘연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는 그녀, 그런 그녀의 소식에 전전긍긍하던 차에 어머니가 그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전화를 받고 그녀의 집이라 생각한 곳을 찾아 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다 어머니에게서 그녀의 주소를 듣고는 그녀의 집을 찾게 되고 그는 다시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 찾아가겠다고 그의 마음을 보낸다. 침묵하던 교코는 드디어 그에게 답을 보내오고 그는 그녀에게 <보고싶다>는 답을 보낸다. 

소설은 간단한 연애소설인듯 하면서도 <소리와 소리가 없는 세상>의 이원적인 면을 잘 나타내준다. 슌페이가 지금까지 느꼈던 소리란, 교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와 있으면 주위 사람들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오직 그녀와 나누는 필담뿐이다. 그녀에게 소리는 무의미한 존재이다. 소리가 없어도 인간과 인간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연애편지를 주고 받듯 그들이 나눈 필담엔 행과 행이 없어도 그 글을 나눌때의 표정과 몸짓이 다 녹아나 있다. 세심하게 묘사하면서 그림을 그리듯 밑그림부터 세세하게 그려 나가고 색을 입혀나가는 슈이치만의 표현기법이 소리도 없고 멈춘듯 하지만 벚꽃이 흩날리는 것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영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하다. 

'7월 24일 거리' 란 소설에서도 <연애>를 참 독특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사랑을 말해줘' 도 역시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나타내 그의 소설에 빠져들게 만든다. <첫사랑 온천>과 <동경만경>을 구매해 놓았는데 연애소설이 아닌 사람의 악함을 표현한 <악인> 도 읽어봐야겠다. 사람의 감정을 세세하게 표현을 잘 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작은것 하나 놓치지 않고 표현해 나간것이 읽다보면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녀를 받아들여야 할까 말까 망설이지만 그녀는 그에게 소나기 내린 후의 무지개처럼 밝음, 그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은 <소리>가 아닌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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