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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은 무슨 색일까..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내내 움츠리고 있는 것보다, 실수를 저지르고 우는 한이 있어도 움직여보려한다.
요시다 슈이치, 그의 책으로는 먼저 <사랑을 말해줘>를 구매해 놓고 읽지를 못하다가 이 책 <7월 24일 거리>와 <첫사랑 온천>을 인팍 헌책방에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우선은 손에 쏙 들어오듯 작으면서도 189p의 정말 몇 시간에 뚝딱 읽을 안정된 부피감이 다른 책들보다 먼저 잡게 만든 요인인듯 하다. 그가 남자이면서 여자의 감성을 잘 그려냈다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 섬세하다는 것이 그의 책으로 빠져들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혼다(사유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를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비교를 하여 이름을 교묘하게 모두 바꾸어 부르는 혼자만의 재미에 빠져 있다. 그러면서 학생시절부터 짝사랑하던 남자 사토시를 가슴에 품고 있지만 그녀의 학교선배인 아키코,직장 동료인 안다의 아내와 사토시는 학창시절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고 지금도 아키코는 그를 잊지 못해 그녀를 가끔 집에 초대를 하여 그때의 추억에 젖곤 한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자신의 사랑을 발전시켜 나가지 못하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포르투갈의 바다>를 들고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이상한 질문을 받는다 '자신이 색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글쎄 나를 표현하는 색이 무엇일까? 다른 사람과 내가 일치하며 말할 수 있는 색이 있을까..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떠 올리며 <물빛>인 파랑을 연상하고 있던 그녀에게 <포르투갈의 바다>라는 시집은 소설을 더욱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 나간다.
서점에서 <포르투갈의 바다>를 들고 있던 남자, 백화점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그를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람마다 색이 있다는 것을,그둘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타인의 색을 맞춘다. 사토시와 사랑이 진행형이 되어 가고 있는 사이 그 남자와 다시 백화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게 되고 우연처럼 도시가 정전이 되어 그남자가 잡은 손에 이끌려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잠든 도시처럼 색을 잃어버린 도시를 보게 된다. 색이 있고 없음의 차이,작가는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일까. 사랑을 하고 있을때와 하지 않을때의 차이를 나타내려 한 것일까.. 그남자는 혼다에게 마음이 향하고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혼다는 어디로 향할까.
사랑은 무슨 색일까... 그녀에겐 동생 코지가 있다. 엄마를 먼저 보내고 애인이 있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에겐 연애인처럼 완벽한 외모를 가진 동생 코지가 잘되길 바라는데 어느날 그의 집에서 마주친 여친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무언가 불안한 것을 읽는데 코지는 그녀가 임신을 했다는 이유으로 그녀와 살기를 희망한다. 코지의 여친 메구미를 만나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 하던 도중 그녀에게서 자신을 발견한다.동창회에서 사토시와 아키코가 우연하게 만나 아키코가 이혼을 하게 되지만 사토시와 혼다는 그들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사랑을 키워 나간다. 위태하던 혼다의 사랑, 아키코 대신일까 했지만 그녀에겐 실수라도 그 사랑을 향하여 달려가고 싶다.
얇은 책 속에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그 사랑을 연한 물빛으로 칠해 놓은 듯 하다. 남태평양의 에머랄드빛 바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은 왜일까. 작가가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오버랩 시켰기 때문일까. 그 에머랄드빛 바다에 이제 막 발을 적시고 바다를 탐색하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혼다 그녀의 상상이 이제 곧 현실이 될것 처럼 소설은 진행형인채로 끝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책 뒤편까지 색칠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것처럼 책을 덮고 나도 기분이 좋다. 바다에 살짝 발을 담갔다 빠져 나와도 바다를 다 알 수 있는 것처럼 아직 마르지 않은 소금기가 오래도록 여운을 줄 것 같은 소설이다. '나도, 실수 한번 해보려고.' 그 사랑이 끝이 아니고 이제 막 시작이기에 더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