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아직 벗어날 방도가 있는데도 너무 일찍 절망하는지 모른다.
인간은 희망에 속는 일보다 절망에 속는 일이 더 많다
.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것은 <물 위를 걷는 여자>였다. 20대에 접했던 그녀의 책은 신선했다. 하지만 작가의 생활에 대하여는 잊고 있었나보다. 이 책을 접하며 나 또한 결혼생활을 십여년을 넘어 이십여년을 바라보다 보니 혼자 보다는 남편과 함께 의지를 하며 산다는 것이 힘들때도 있지만 많은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는데 작가의 결혼생활중에서 남편이 뇌졸증으로 쓰러져 갖은 고생을 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남일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내 이웃이, 작가 또한 이웃과 같은 생각이 들어 질곡의 시간들이 내가 힘들다고 느꼈던 시간들을 흘려버리듯 쓸어버렸다.

몇년전인가 건강하던 남편의 친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남편도 그랬지만 식구들도 언젠가는 일어날 줄 알고 기대를 하며 그의 옆을 지켰지만 지금도 식물인간으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많던 재산을 다 병원에 털어 넣고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아내는 아내 대로 부모님은 부모님 대로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지만 이제는 서서히 지쳐 가는지 그의 변함없는 시간에 굴복하고 있는것 같아 안타까운데 다행히 작가의 남편이신 심교수님은 23일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나고 왼쪽에 마비증세가 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던것 같다. 아무리 글로 풀어 냈다고 해도 그 어려움의 깊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하고 헌신을 했기에 20여년이 넘는 시간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했지만 함께 했던것 같다.가족중에 한사람만 환자가 있어도 그집에는 우환이 들어 온전치 못하다고 하는데 아이들과 집을 일으켜 세운것도 보면 정말 대단하다.세아이의 어머니 였기에 더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싶다.

살다보니 아찔한 순간들이 있다. 우리집도 한해는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차는 그자리에서 폐차를 시켰는데 다행히 사람은 다친곳 없이 살아서 나왔다. 그 소식을 듣던 순간에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것 같았다. 그 다음해에는 둘이서 산행을 갔다가 내가 미끄러지면서 바위들이 있는 계곡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두어달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한곳 뼈가 뿌러지고 더 이상의 큰 탈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감사해했다. 부부가 살다가 한쪽이 사고가 나면 정말 생각나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들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든다. 그런면에서 작가의 강인한 모성애와 남편을 일으켜 세우려했던 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순간 포기하고 나자빠지는 사람들도 허다한데 지금 이순간까지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 왔다는 것이 정말 인간승리처럼 받아들여 진다.

그 아픈 시간들에 써 냈던 소설과 수필집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 책들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남편의 병수발과 온갖 학대를 이겨내며 한집안의 가장노릇을 하며 써 내었던 가슴의 웅어리들이 '진주'처럼 다시 보인다. 가끔 가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듯 늘어 놓은 욕같지 않은 욕들이 이해가 간다. 더한 말도 나왔으리라. 그 상황을 던져버리지 않은 것이 어쩌면 '사랑'이라 표현해야 할까. 남편이 떠나고 난 지금은 건조한 대화 상대마져 그리운, 그 질곡의 시간들이 그리움이 되는 그가 남기고 간 빈자리가 너무 크게 자리하는것 같다. 이제는 자식들이 모두 장성하고 재밌는 시간들을 혼자서 누려야 하는 허전함이 단 몇분만이라도 '아내'가 되고 싶다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벤자민 버튼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말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그 말이 책을 읽는내내 뇌리를 흔들었다. 어찌 아픔을 이겨낸 당사자만 할까 간접적으로 읽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삶인데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 낸것 같아 공감이 간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고 인간이라 하더니 이제는 암까지 이겨내셨으니 편히 좋은 작품들로 만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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