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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여행자 - 일상에 안착하지 못하여 생활이 곧 여행이 되어버린 자의 이야기
유성용 지음 / 갤리온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생활이 여행이고, 여행이 생활이 되어버린 날들, 내 생에는 아무래도 가닥이 없고 입장이 없다..
그를 만난것은 EBS테마기행 멕시코 편에서 였던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지기님인 러브님께서 보내주셔서 사진먼저 훑어보게 되었다.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눈높이가 어디인지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다 마주친 남당리 국화빵 아저씨, 우리고 가끔 가는 곳이라 그런지 익숙한 지명에 스쳤을 아저씨의 풀빵 사진에 잠시 눈을 먼저 멈추었다.그곳 서해에서 어쩌면 작가와 스쳤을지도 모르고 그가 밟고 지나간 길을 내가 걸었을지도 모르는, 여행은 누군가의 뒤를 밟듯 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추억만 간직하고 오는 것 같다.
<여행>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나도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놀던 때부터였을까.. 그런것은 아닌것 같은데 유독 요즘은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농담삼아 아이들에게 나중에 나중에 자리에 없으면 여행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 아이들이 목적지를 적어 놓고 가라고 한다. 한참 사춘기 딸과 고입문제로 지칠때 혼자서 여행을 하고 픈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뿌리가 박혀 있기에 어쩌지도 못하고 마음만 방황하던 시기에 여행이란 더 깊게 파고 들어온것 같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작가는 나를 대신하여 생활여행을 하며 사진과 함께 글로 자신이 만나고 헤어지고 자신이 존재했던 공간을 꾸밈없이 털어 놓아 솔직한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 좋았다. 그가 뿌리를 내리지 않은 여행자이기에 다른 사람을 더 솔직하게 볼 수 있기도 하고.
여행을 하며 모든것을 담는다는 것은 거짓이리라.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담는다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내 안에 담겨진 것을 표현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고 다 같은 느낌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같은 사진이 나오는것도 아니지만 여행을 생활하 하였기에 그 어느 순간에도 훌쩍 자신을 버리고 다른 공간을 담을 수 있고 잠시 머물렀던 공간의 소중함을 뼈에 사무치듯 깊게 느꼈으리라. 떠나봐야 내 자리의 소중함을 알듯이 그가 방황하며 여행을 일삼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외로움과 고독을 깊게 느끼는 것 같다. 그가 떠난 자리마다 남아 있는 외로움이 느껴져 그의 방의 작은 창마져 소중하게 느껴지는, 수족관처럼 다가왔으리라.
내 틀에 갇혀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보면 자연의 소중함이 더 절실히 느껴지고 풀 한포기 꽃 한송이 더 아련함으로 다가온다. 어느 여행가의 말처럼 여행을 하다보면 풀 한포기,돌 하나, 어느 촌로의 혼잣말처럼 내 뱉는 말속에도 스승이 있다는 말이 그의 발걸음 속에 들어난다. '하루 살면 하루 고통이지라..' 라는 말처럼 <하루>라는 그 단어에도 많은 뜻과 욕심을 내포할 수 있음이 내 자신을 비우게 만든다. 어느 행복한 사람의 아궁이에 쓰인 '북풍아 불어라..' 라는 글귀처럼 북풍이 불어야 불이 잘 들이고 등이 따시울 수 있음으로 그에겐 북풍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가끔 내 일상을 벗어 버리고 낯선 곳에서 익숙하지 못한 속에서 뜻하지 않은 것들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고 떠나야 만나는 것인데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닌것은 너무 많은 것을 채우려고만 하고 살아서인것 같다. 욕심없이 그처럼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된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일까... 책 읽는 내내 생각해 보았지만 모든것이 다 행복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름의 고통이 존재하기에 지리산 자락에서 만난 구절초 하나 마음에 담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는 곧 일상을 버렸기에 여행이라는, 모든 이가 다 누리지 못하는 세상을 담을 수 있으리라. 그의 눈으로 바라본 여행은 한편으로는 쓸쓸한 면도 있지만 자신의 만족이 있어 나름 함께 하다 보면 떠나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이라 했는데 하나를 버리고 두개를 주워 담는 그가 그래도 내겐 승리자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