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소설가 죠 메노의 단편집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각 장에는 다섯편씩 들어 있는 이야기는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각 이야기들에는 크고 작은 재앙들이 등장한다. <1973년 스톡홀롬>은 실제 있었던 은행강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결말은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있다. <사과 하나면 웃을 수 있다>는 단편에 나오는 그림이 참 재밌다.그녀가 모든것으로 부터 떠나기로 한 날 남자는 그녀를 잡을 용기가 없다. <세상의 종말 전에 들리는 소리>에서는 중년남자들을 극한 슬픔으로 몰아 넣은 것은 도시를 집어 삼키는 블랙홀이 아니라 그룹 키스의 멤버가 탈퇴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론은 그를 떠난 아내 베스가 그리워져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오 베스 베스, 당신과 아이들이 없다면 난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 론,곧 거리로 갈께..' 결말은 따듯하다. <유령 프랜시스>에서도 프랜시스라는 꼬마애는 담요가 없으면 학교에 가지 못한다. 담요속에서 세상을 만나는 아이, 딸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하여 엄마는 결단을 내린다. 담요를 세탁물속에 감추어 버린것, 하지만 분노로 눈물을 흘리지만 엄마는 '분노는 괜찮다'라며 결말을 짖는다. 웬지 처음엔 낯선 듯한 이야기이며 무슨 내용일까 하며 궁금증이 일게 했지만 읽다보면 단편들속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있는 아주 작은 부분을 옮겨 놓았으며 결말은 그나름대로 희망적이게 풀어 놓았다. 세상의 종말 전에 들리는 소리에서는 정말 어이없게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없어지는데 내가 지금 슬퍼해야 하는 소식은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가 탈퇴하여 더이상 그 음악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니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지구가 내일 멸망한다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의지처럼 지금 바로 내가 처한 현실적인 것이 더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느껴지는 가족의 존재감. 가족이 없다면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유나버머와 우리 형>에서는 폭파범 유나버머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적인 것은 형의 무너짐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먼훗날 자신이 돌봐야 하는 형의 이야기이다. 비극, 비극은 <동물원의 동물>에서도 아내에게 버림받은 사육사는 동물들을 모두 풀어 놓고 자살해 버리고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들을 바라보는 에밀리는 엄마가 없는 상실감을 사육사의 상실감과 함께 놓았다. <나는 파티걸의 고요한 순간을 원한다>에서는 두 남녀가 자신들의 아이를 유산하고나서의 상실감을 표현했다.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것만 같은 일들이 내게도 올 수 있다는, 누구나 상실감과 좌절은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너는 놀라운 여학생이다>에 등장하는 소녀는 자신이 보기엔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되던 응원단장이 자살을 했다.응원단에 들어가 그녀의 응원복을 입고 인간피라미드의 맨 위 부분에 올라서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상에 올라서니 막상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너무 작게 느껴진다. 그의 소설속엔 큰 재앙이나 사건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가 말혀려는 것은 아주 작은 것들, 인간의 상실감이나 좌절 큰재앙밑에 있는 아주 작은 재앙들을 다루고 있어 결코 쉽게 놓을 수 만은 없다. 큰것속에 감추어진 작은 것을 그만의 노하우로 콕 집어 내어 생각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며 이야기 속에는 그만의 철학적 노하우가 숨어 있는 것 같다.악귀를 쫓아 내는 폭죽같은 효과를 내기 위하여 썼다고 했는데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악귀'도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니라는 그것들을 충분히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시해 주고 있다.처음 느낌보다는 읽고 난 느낌이 더 따듯하고 작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